죽으면 다시 흙으로, 친환경적 장례 '인간 퇴비화'

죽으면 다시 흙으로, 친환경적 장례 ‘인간 퇴비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박도원

 

인간 퇴비화란?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는 고인이 된 사람을 영양분이 풍부한 퇴비로 만드는 친환경 시체 처리 방식이다. 환경 보호와 온실가스 저감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죽은 사람을 처리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미국 뉴욕 주는 현지시간 작년 12월 31일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인간 퇴비화’ 법안을 승인했다. 캐시 호컬 미국 뉴욕 주지사는 시신이 된 인간을 퇴비로 만드는 것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연적 유기물 환원법’(NOR, natural organic reduction)에 서명했다. 뉴욕은 워싱턴, 콜로라도, 오리건, 버몬트, 캘리포니아에 이어 미국서 법안을 승인한 6번째 주다.

[자료 1. 인간 퇴비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흙]

출처: 뉴욕타임스

 

인간 퇴비화 과정

인간 퇴비화 과정을 거치는 시신은 특정 용기(vessel) 안에 들어가 나뭇조각 등 생분해성 물질과 함께 분해된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세계 최초 인간 퇴비장 회사 ‘리컴포스’(Recompose)는 인간이 퇴비가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 1단계: 순환의 시작

인간 퇴비화 과정인 자연적 유기물 환원법(NOR)은 미생물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미생물은 유익한 존재로 우리 몸과 주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 2단계: 시신의 안치

직원이 시신을 나뭇조각, 알팔파, 짚이 있는 관에 안치한다. 알팔파는 우리나라에서 ‘자주개자리’라고 불리며, 수분과 영양성분 함량이 높은 건초로 사용된다. 관이 닫히면 시신이 퇴비로 변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 3단계: 시신의 관

시신과 나뭇조각 등의 자연 재료는 약 한 달간의 공정을 거쳐 흙으로 분해된다. 사람의 몸과 나무 등에 있는 미생물이 영양이 풍부한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 4단계: 퇴비의 생성

공정을 거친 유기물은 관에서 옮겨진 후 2주에서 최대 6주간 후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숲, 정원, 보호 구역 등을 보존하는데 활용된다. 한 사람한테서 나오는 퇴비의 양은 약 1큐빅 야드(yd3)다. 이는 가로와 세로가 약 30cm이며 깊이가 약 2.5cm인 면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가로 세로가 10피트이며 깊이가 3인치인 면적을 채울 수 있는 양과 동일)

■ 5단계: 죽음 이후의 삶

생성된 토양은 사람 몸에 있었던 영양분을 자연 세계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시신으로부터 만들어진 퇴비는 숲을 복원하고 탄소를 포집하며 새 생명을 만듦으로써 ‘죽음 이후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자료 1. 인간 퇴비화에 사용되는 관]

출처: 리컴포스

 

인간 퇴비화 장점

인간 퇴비화는 친환경적 시신 처리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컴포스 대표이자 창립자 카트리나 스페이드는 시신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퇴비화 방식이 화장 또는 매장 방식보다 시신 한 구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최대 1400kg까지 줄일 수 있다고 2020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했다. 또한 이 방식은 화석연료와 무덤 자리인 녹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시신 처리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를 약 8배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화학학회(ACS)가 발간하는 과학 저널 C&EN(Chemical & Engineering News)에 따르면 시신 매장법과 화장법은 각각의 방식대로 커다란 환경 비용을 발생시킨다. 기사는 매장법에 의해 많은 물질이 미국 땅에 묻힌다고 말했다. 시신을 매장하면서 매년 1600만L의 방부 처리액과 47000m3의 관용 목재가 땅에 들어간다. 화장법은 시신 한 구당 약 190kg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이는 자동차를 약 750km 운전하는 것과 같다.

퇴비화 비용은 화장과 매장 방식과 비교했을 때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편이다. 리컴포스가 밝힌 퇴비화 비용은 7000달러(약 890만 원)이다. 전미장례지도사협회(NFD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에서 성인 한 명을 화장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6970달러다. 매장하는데 드는 평균 비용은 7848달러로 인간 퇴비화 방식보다 약 800달러 더 비싸다.

[자료 3. 인간 퇴비화 시범을 보이는 리컴포스 창립자 카트리나 스페이드]

출처: 리컴포스 트위터

 

미국에서 확산 중인 인간 퇴비화, 한국은?

미국에서 인간 퇴비화 법안은 2019년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통과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콜로라도와 오리건주는 2021년에 법안을 통과했으며 버몬트, 캘리포니아, 뉴욕주는 그 다음 해인 2022년에 인간 퇴비화를 합법화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이른바 ‘청색주’에서 인간 퇴비화 법안이 통과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간 퇴비화를 둘러싼 미국 각 주의 움직임은 ‘리턴홈(Return Home)’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리턴홈은 또 다른 인간 퇴비장 업체로 미국 각 주의 인간 퇴비화 합법화를 위해 #IdRatherBeCompost (나는 차라리 퇴비가 되겠다) 운동을 전개 중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있다. 미국 각 주에서 인간 퇴비화 법안이 통과될 때마다 해당 주는 지역 종교 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다. 작년 6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한 후, 뉴욕주 가톨릭 협의회는 인간 퇴비화 법안을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같은 해 11월에 발표했다. 데니스 포스트 뉴욕주 카톨릭협의회 관계자는 “퇴비화는 가정이나 농업 폐기물에 해당하는 과정이지 죽은 사람한테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말하며 “인간 퇴비화 과정은 인간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료 4. 인간 퇴비장 업체 리턴홈이 정리한 미국 주(州)별 인간 퇴비화 현황]

출처: 리턴홈

한국은 인간 퇴비화 논의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정목 대전보건대학교 장례지도과 교수는 “인간 퇴비화가 국내에서 크게 논의된 바가 없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죽은 가족이 퇴비가 된다는 개념 자체가 논의되기에 정서적으로 이른 시기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는 인간 퇴비화가 국내에서는 언급조차 시기상조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친화적인 장례 방식으로는 ‘수목장’이 있다. 수목장은 화장된 골분(骨粉)을 나무 뿌리 주위에 묻는 방식으로 가루가 된 인간이 나무와 함께 상생한다는 자연회귀의 섭리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장법(葬法)이다.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던 산, 강에 골분을 뿌리는 산분장의 경우 이번 달 5일에 제도화됐다. 수목장 방법과 산분장은 인간의 몸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인간 퇴비화 방식과 비슷한 맥락을 공유한다.

[자료 5. 제1국립 수목장림 국립하늘숲추모원]

출처: 뉴시스

 

인간 퇴비화, 존엄과 친환경의 갈림길에서

인간 퇴비화는 친환경적이지만 죽음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인간 퇴비화가 하나의 장례 문화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장례 방식을 긍정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인간 퇴비화는 죽음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장례 문화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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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문화'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지속 가능한 K-POP? 친환경의 길로 들어서야", 21기 오서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49

2. "CGV의 폐스크린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21기 안연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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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인간 퇴비화란?]

1) 안태훈, "미 뉴욕주도 '인간 퇴비화' 법안 승인…죽으면 친환경 비료 된다", JTBC, 2023.01.02.,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09462

2) 임다원, "친환경 장례?…美서 '인간 퇴비장' 확산", MBN, 2023.01.03., https://www.mbn.co.kr/news/world/4892553

[인간 퇴비화 과정]

1) Recompose, Menu-Our Model-The Process, https://recompose.life/our-model/#environmental-impact, (2023.01.29.).

[인간 퇴비화 장점]

1) Kristen Rogers, "How human composting could reduce death’s carbon footprint", CNN, 2022.11.07., https://edition.cnn.com/2022/11/07/world/human-composting-natural-organic-reduction-scn-lbg/index.html

2) NFDA, "2021 NFDA General Price List Study Shows Funeral Costs Not Rising as Fast as Rate of Inflation", 2021.11.04., https://nfda.org/news/media-center/nfda-news-releases/id/6182/2021-nfda-general-price-list-study-shows-funeral-costs-not-rising-as-fast-as-rate-of-inflation, (2023.01.29.).

3) Pallab Ghosh, "Human compost funerals 'better for environment'", BBC, 2020.02.16.,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51389084

[미국에서 확산 중인 인간 퇴비화, 한국은?]

1) 산림청, "수목장림이란?",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cms/cmsView.do?mn=NKFS_03_08_01_01&cmsId=FC_001138, (2023.01.29.).

2) Jennifer Burke, "NY Catholic conference: Oppose human-composting bill", Catholic Courier, 2022.11.18., https://catholiccourier.com/articles/ny-catholic-conference-oppose-human-composting-bill/

3) Return Home, Menu-Resources-Legislation, https://returnhome.com/idratherbecompost/,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