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태풍, 오히려 강력해져서 돌아왔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서정
[서론]
8월 초,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했다. 태풍 '카눈'은 지난달 28일에 발생했는데, 발생 초기 괌 서쪽 해상에서 중국 상하이 부근 내륙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카눈'은 진로를 바꾸어 우리나라 중심부를 관통하게 되었고 이에 전국이 강한 비·바람으로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최근 한반도의 태풍 피해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자료 1. 태풍 '카눈'의 예상진로 ]
출처 : 동아일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단일 태풍으로 역대 최대 재산피해를 유발한 2002년 루사(RUSA, 재산피해 5조 1,500억 원)와 2003년 매미(MAEMI, 4조 2,200억 원) 이후로는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2004~2017년에 발생한 자연재해 중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27%에 그치고 있어 태풍에 대한 경각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한 기상청 날씨 누리의 “태풍 발생 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몇 년 간 태풍의 발생 빈도가 소폭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도/월 | 합계 |
2018 | 29(5) |
2019 | 29(7) |
2020 | 23(4) |
2021 | 22(3) |
2022 | 25(5) |
[자료 2. 최근 5년간 한반도 태풍 발생 건수]
출처 : 기상청
하지만 그 빈도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태풍 및 허리케인은 가장 치명적이고 경제적 피해가 큰 기상재해로 매년 수백만 명이 피해를 입는다. 또한 자료 2.처럼 태풍의 발생 빈도는 줄었을지라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태풍의 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에는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강력한 3개의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하였다. 특히, 태풍 '바비' 때에는 가거도에서 초속 66m의 순간풍속이 기록되었는데, 이것은 2002년 태풍 '루사' 시기 강릉의 870mm의 일 강수량과 2003년 태풍 매미 시기 고산의 초속 60m 최대순간풍속을 모두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이었다. 이처럼 빈도는 줄어들었을지라도, 강도는 더욱 강해진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풍의 양상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본론 1]
적도 부근이 극지방보다 태양열을 더 많이 받기 때문에 생기는 얼적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저위도 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며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 현상을 태풍이라고 하며, 발생 해역에 따라 북서 태평양은 태풍(Typhoon), 북중미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은 사이클론(Cyclone), 남태평양은 윌리윌리(Willy-Willy)라고 불린다.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풍속에 따라 태풍, 강한 열대 폭풍, 열대 폭풍, 열대저압부로 구분하며, 우리나라는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인 열대 저기압을 모두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 부근의 10분 평균 최대 풍속에 따라 분류하는데, 과거에는 강도 '중'보다 약한 태풍을 '약'으로 표현하였으나, 약한 태풍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약' 명칭을 삭제하고, 이후 '-'으로 표기하였다. 또한 태풍 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태풍의 위험성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초강력' 등급을 신설하였다.
[자료 3. 태풍의 강도 및 크기에 따른 분류]
출처 : 동아사이언스
이처럼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태풍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MIT의 과학자 엠마뉴엘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수온이 상승하는 경향과 유사하게 태풍의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엘스너 교수도 전 지구적으로 최강 태풍(상위 1% 이내의 가장 강한 태풍)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이것의 원인은 해양의 수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그렇다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왜 더욱 강한 태풍이 발생하는 것일까? 해수면 온도와 태풍 강도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엠마뉴엘 교수의 '열기관'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풍은 따뜻한 해수와 대기 상층의 차가운 공기와의 온도 차로 움직이는 일종의 열기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뜻한 해수면은 주변 대기를 가열하고 높은 기압을 형성시키는데, 이로 인해 고압과 저압 사이의 기압차가 발생하고 기압차가 증가함에 따라 강한 바람이 형성되어 태풍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즉, 바다는 더 따뜻할수록, 상층 대기의 온도는 더 낮을수록 태풍은 더욱 강하게 발달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자료 4. 해수면 상승에 따른 태풍 강도 증가]
출처 : 한국일보
실제로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매미'와 '루사'를 한반도 근해에서 미래 2~4도 높아진 수온에서의 태풍 시뮬레이션을 모의해 본 결과, 두 태풍의 중심 기압은 18 hPa과 13 hPa 감소하고, 풍속은 10m/s와 6m/s로 각각 증가하였으며, 이로 인해 폭풍 해일은 최대 68cm까지 더 증가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수온이 상승할수록 더 큰 태풍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료 5. 해수면 상승에 따른 태풍 강도 증가]
출처 : 한국일보
또한 기존의 태풍은 상대적으로 차갑고 얕은 우리나라 인근 해역쯤에 도달해서는 힘을 잃는 경우가 많았지만,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이런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따뜻한 해수면은 태풍의 열에너지를 공급하며, 이는 태풍이 지속적으로 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로 인해 태풍이 우리나라 인근 해역까지 오면서도 그 세력을 유지하거나 혹은 더 키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본론 3]
그러나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구상에 가장 많은 태풍이 발생하는 북서 태평양에서 수온과 태풍 발생 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면, 둘은 관련성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수온이 상승한 시기에 태풍은 반대로 적게 발생한 경우도 많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 표면 온도의 상승은 오히려 열대 대류권 상층의 기온이 하층에 비해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대기가 안정되며, 열대 대류 활동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안정한 대기 상태로 인해 태풍의 발생 가능성은 감소하는 것이다.
[자료 6.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태풍 발생 빈도 변화]
출처 : 연합뉴스
IBS 기후물리연구단이 수행한 “CO2 증가에 따른 열대저기압 변화 분석”에 따르면, 대기 중 CO2 농도가 2배 증가하면 적도 및 아열대 지역의 대기 상층이 하층보다 빠르게 가열돼 해수면에서 가열된 공기가 상승하는 '해들리 순환이 약해지면서 열대저기압 발생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6의 위 그림은 현재 기후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태풍 발생 및 경로를 나타내며, 아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2배 증가함에 따른 태풍 발생 밀도 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위 그림에서 노란색 점은 태풍 발생 지점, 붉은색 선은 경로를 의미한다.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은 감소, 붉은색은 증가를 의미하며 변화량이 클수록 원의 크기가 크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수증기와 에너지 증가로 인해 한번 발생한 태풍은 3등급 이상(Saffir-Simpson scale)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 중 CO2 농도가 2배 증가하면 초속 50m 이상의 강풍이 부는 3등급 이상 열대저기압의 발생이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CO2가 현재보다 4배 증가할 경우에는 태풍 발생 빈도는 더 증가하지 않지만, 열대저기압에 동반한 강수량은 계속 증가해 비가 현재 기후 대비 약 35% 더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결론]
지구온난화는 이미 세계적인 이상기후를 초래하고 있고, 태풍 또한 이로 인해 변화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기가 안정됨으로써 태풍의 발생 빈도는 줄어들었을 수 있어도, 그 강도는 더욱 강력해져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태풍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약화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마 미래에도 태풍을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기술을 갖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된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태풍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 사실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태풍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변화하는 미래 기후에 맞는 예측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및 지자체는 급격한 기후변화에 맞서 태풍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시민들을 안전히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태풍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폭우, 지금은 이상 기후지만 미래엔?", 작성자(20기 이주선, 21기 박도현, 21기 오서영, 22기 박도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96
2. "2022년 폭우, 내년에도 반복될까?", 작성자(20기 서범석, 21기 김보연, 21기 안연빈, 22기 김혜윤, 22기 한예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98
참고문헌
[서론]
1) 백천우, 화재보험협회, "우리나라에 내습하는 태풍의 특성과 피해 현황", 2019.09, https://www.kfpa.or.kr/webzine/201909/sub/disasters1.html
2) 김민욱, "태풍 '카눈' 내륙 관통했다..전국에 강한 비바람", MBCNEWS, 2023.08.10,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3212_36199.html
[본론 1]
1) 이동인, "태풍의 분류와 강도", 경제포커스, 2020.10.05, http://www.economyf.com/m/view.asp?idx=6483
2) 문일주, "[기후위기]⑤ 지구온난화로 태풍은 더 강해지고 많아질까?", KBS뉴스, 2023.04.24,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004486
3) 오지혜, "점점 뜨거워지는 바다...해수면 온도 오를수록 '슈퍼 태풍' 더 자주 온다", 한국일보, 2022.09.10,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90815240001156
[본론 2]
1) 이주영, "지구온난화로 태풍 빈도 줄고 강해진다…강한 태풍 50% 증가", 연합뉴스, 2020.12.17, https://www.yna.co.kr/view/AKR202012161004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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