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돌아온 이상기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곽서영, 정재혁, 23기 김용대, 진희윤, 24기 도영현
슈퍼 엘니뇨로 인해 피해를 입은 남미
4년 만에 슈퍼 엘니뇨가 찾아왔다. 2023년 5월, 엘니뇨 감시구역인 Niño 3.4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기준치를 넘어서면서, 역대 4번째로 강한 ‘슈퍼(very strong)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엘니뇨란 적도 태평양 동쪽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채로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그 차이가 2도 이상 넘을 경우 ‘슈퍼 엘니뇨’로 분류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한 해 발생한 엘니뇨로 인해 전 세계 3조5000억달러(약 448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 피해액 중 8%인 3000억 달러가 남미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페루와 에콰도르에는 폭우가 내리는 반면, 콜롬비아와 칠레 일부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브라질의 아마존 열대우림은 산불이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농・수산업 종사 비율이 높아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및 수산물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 엘니뇨와 같이 이상 기후의 징조는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개인과 국가적 손실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이상 기후로 인한 현실과 이에 따른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재고해보고자 한다.
탄소 배출과 이상기후의 상관관계
[자료 1. 지면·해수면 부근의 기온변화 측정자료]
출처: 뉴시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09도 상승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5도 오르는 시점도 2052년에서 2040년 이전으로 앞당겨졌다. 평균 기온이 6도 오르면 지구상 모든 생물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료 2.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한반도 기후변화]
출처: NEWSIS
2020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탄소배출 상황이 지속되면 한반도는 미래의 극한고온 및 극한강수 증가폭이 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고탄소 시나리오일 경우에는 2041~2060년인 미래 후반기에 +7.0°C(±0.6°C)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인류에 심각한 기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치이다. 하지만 저탄소 시나리오의 경우에는 기온 상승 추세가 약해져 미래 후반기에 +2.6°C(±0.2°C) 상승이 전망되고, 따라서 고탄소 시나리오에 비해 기온변화가 상당히 억제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온대내륙성 기후였던 우리나라의 기후가 차차 온대해양성 기후형으로, 또 아열대습윤 기후형으로 변하는 추세다. 이로써 폭염 등 온난일은 4배 오르고 추운 날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집중호우 등 극한강수일은 3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폭염일수는 16일로 지난해(10일) 기록을 넘어섰다. 아울러 장마철이 끝난 후에 보이던 집중호우식 강수 패턴이 장마 기간에도 계속되자 기상학계에선 '장마'라는 용어를 '우기' 등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이상고온 현실화로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며 탄소배출권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탄소배출권이란 기업이 일정 배출권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각국 정부는 매년 배출 허용량을 설정하고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지급한다. 각 기업은 할당량에 따라 탄소를 배출해야 하는데, 이를 넘기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소배출권이 거래되고 가격이 형성된다.
국제사회는 탄소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여기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상 기후,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 변화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까? 우리는 무엇보다도 해수 온도 상승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바다는 태양으로부터 받은 열에너지 중 89%를 흡수한다. 육지보다 비열이 크다는 점에서 지구 온도 상승의 완충재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온실가스의 방출로 인한 열에너지의 축적,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결국, 해수 온도의 지속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21세기 말(2081~2100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현재보다 +1.4~3.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른 해수면고도는 +46~87cm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21세기 말에는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현재(1995~2014년) 대비 북극 해빙은 19~76% 감소, 남극 해빙은 20~5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여름철 북극 해빙은 모든 SSP 시나리오에서 21세기 중반 이후 거의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탄소 순환 과정에서 바다는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바다는 지난 20년간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가량을 흡수 및 저장하여 지구의 기온 상승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점차 늘어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곧 해양 pH의 감소로 이어졌다. 해양 산성화로 인해 산호초, 굴 등의 성장이 저해된 상황에서 해수 온도가 상승할 경우 해양 생태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고온일수록 기체의 용해도가 감소하는 것이 그 이유다. 뿐만 아니라, 바닷속 용존 산소량이 감소함에 따라 해양 생물이 사용할 산소량이 감소하게 된다. 용존 산소의 감소와 고수온은 결국,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져 인간의 존립에도 치명적 위해를 끼칠 것임은 분명하다.
[자료 3. 제6호 태풍 카눈 발생 이후 세력 강해진 기간의 해양 열용량]
출처: JTBC
해수 온도 상승이 중요한 것은 해수면 상승, 바다 생태계 파괴뿐만 아니라, 태풍과 같은 이상 기후의 극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태풍은 바닷물을 통한 수증기 공급을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육지를 관통하기 위해서는 많은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2000년대 들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20개 중 14개가 바다가 충분히 달궈진 8월 말에 발생한 것이 그 예이다. 해수 온도 상승과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앞으로 발생할 태풍에 더욱 풍부한 수증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총 태풍 발생 수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기의 상층부와 하층부 간의 온도 차가 줄어듦에 따라, 태풍의 발생 조건인 상승 기류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문제는 태풍의 위력이다. 대기의 수직 대류 현상이 적어진다 한들, 해양 열용량의 상승은 초강력 태풍의 형성을 야기한다. 올해 8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카눈’은 1명 사망, 1명 실종이라는 인명피해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여러 피해를 낳았다. 향후 다가올 미래에는 더욱 극심한 국가적 피해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자료 4. 평상시와 엘니뇨 시기의 대기의 대류현상과 해수의 대류현상]
출처: 네이버 지식 백과
엘니뇨와 라니냐 또한 이상 기후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현상이다. 적도 근처 동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엘니뇨’, 반대로 일정 기간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라고 한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2~7년을 주기로 지구의 기상 현상에 변화를 준다.
평상시 무역풍에 의해, 따뜻한 해수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심해의 차가운 해수가 채우게 된다. 그러나 엘니뇨가 발생하면, 약해진 무역풍으로 인해 따뜻한 해수의 이동이 평상시보다 적어진다. 이에 차가운 해수의 용승 현상도 덩달아 어려워지며, 평년 대비 동태평양 해수면은 온도 상승이 발생한다. 결국 동태평양 지역은 평상시보다 강수량이 증가하며, 심할 경우 홍수가 일어난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의 현상이다. 강해진 무역풍으로 인해 따뜻한 해수의 이동이 평상시보다 활발해진다. 그리하여 동쪽 해수의 용승이 평소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즉, 서쪽과 동쪽 간 온도 차가 더욱 극심해지는 것이다. 라니냐로 인해 서태평양 지역에는 심할 경우, 홍수가 발생하며 남아메리카에는 가뭄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엘니뇨와 라니냐는 대기와 해수의 순환에 의해 범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은 온실가스 증가 지구 온난화가 계속됨에 따라 엘니뇨와 라니냐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의 증가 및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의 증가이다. 이에 따라 곧 다가올 미래에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으로 극심한 강수 피해와 가뭄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이상기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
다음으로는 이상기후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올해 슈퍼 엘니뇨로 인한 피해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꾸준히 존재했고, 이는 작게는 개인 단위부터 시작하여 기업, 국가에게도 많은 경제적 및 실질적 피해를 입게 했다.
1. 이상기후로 인한 국가가 입은 피해
더 자주, 더 세게 지구를 강타하고 있는 이상기후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발생한 엘니뇨로 전 세계 경제에 3조 5000억 달러(한화 약 448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피해액 중 약 8%인 3000억 달러가 남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며, 콜롬비아의 금융회사인 코르피콜롬비아나는 올해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의 경제 성장률이 각각 1.7%, 1.6%, 0.6% 하락할 거란 예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작년에 이상기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가의 사례들도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은 2022년 1월 극심한 가뭄으로 상반기만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 손해를 입었다. 유럽과 중국도 가뭄으로 2022년 상반기에 132억 달러(약 19조원)의 피해가 났다. 벨기에 루뱅대 재난역학연구센터가 2022년 상반기 주요국에서 나타난 이상기후 피해액을 산출한 결과, 피해액 기준 상위 10개국의 피해액만 356억 달러(약 50조9000억원)에 달했다. 보고서는 “지역적으로는 호주와 중국이 홍수로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미국은 폭풍으로 인한 전체 경제적 피해액만 1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다.
[자료 5. 2022년 이상기후로 인한 경제적 피해 상위 10위 분포도]
출처 : 중앙일보
- 페루
페루는 연안 국가 중 하나이다. 남극에서 출발하여 남미 대륙 서쪽 앞바다를 타고 적도 방향으로 흐르는 ‘훔볼트 해류’에는 영양분이 풍부하기에 멸치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어류가 서식한다. 이에 페루는 전 세계 멸치 공급의 20%를 책임지는 수산업 강국이 됐는데, 온도가 차갑게 유지되던 훔볼트 해류가 엘니뇨로 인해 따뜻한 해류에 밀리면서 어획량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졌다. 실제로 페루 생산부는 올해 첫 멸치잡이 시즌을 취소하기도 했다. 페루의 컨설팅회사인 손앤어소시에이츠는 페루의 올해 어획량이 전년 대비 19.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 에콰도르
에콰도르에선 가뭄으로 인한 식재료 수급 위기가 우려된다. 5억 제곱미터에 달하는 바나나 농장에서 작황이 악화된 가운데 사탕수수 수확도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는 과거 1997~1998년 엘니뇨 당시 300명의 인명 피해와 30억달러 규모의 경제 손실을 봤던 나라이다.
- 콜롬비아
콜롬비아에선 에너지 위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국가의 전력 생산 시스템은 수력 발전에 70%를 의존하고 있는데, 경제학자들은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저수지에 저장해 둔 물의 양이 전체 용량의 65%에서 4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콜롬비아의 비영리 연구단체인 페데사로요는 이로 인해 에너지 요금이 50~10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브라질
브라질에선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이 더욱 잦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브라질 연구를 담당하는 에리카 베렝게르는 “건기에 다른 지역 대비 온도가 2.5도 높고, 강수량이 30% 적은 부분이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엘니뇨가 겹친 셈”이라며,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에선 2022~2023년 대두(콩) 수확량이 전년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가뭄으로 콩 수출수익이 180억달러 넘게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우루과이와 함께 일시적으로 강우량이 증가하면서 작황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일부 지역에 비가 집중되면 작황에 미칠 영향은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자바섬과 수마트라섬을 비롯해 전국의 3분의 2 이상이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와 있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이번 엘니뇨로 인도네시아의 강우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다음 건기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동남아시아에는 덥고 건조한 날씨가 오래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인데, 전 세계 커피 생산량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이런 현상은 전 세계 커피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 이상기후로 기업이 입은 피해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가 전 세계 산업계와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년에 발매된 영국 자선단체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의 ‘기후재난 비용 집계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에 발생한 10가지 극한 기후재난으로 인한 비용이 최소 30억 달러(약 3조 8000억원)에서 최대 1000억 달러(약 126조 7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제공한 추정치 대부분은 보험 손실만을 기반으로 계산되었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것이 단체 측의 설명이다.
작년의 경우에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몇몇 기업들이 경제적 손실을 받았다. 그 중 포스코의 경우,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일부가 침수됐고, 이에 따라 고로(용광로) 3기(2~4호)가 멈춰 섰다. 포항제철소가 사실상 멈춰 서면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였고, 2022년 3분기 영업이익은 9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57.1% 감소하였다.
[자료 6. 홍수로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 슬라브 야드의 모습]
출처 : 중앙일보
이상기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작년 여름 61년 만의 최악 폭염과 가뭄으로 장강(양쯔강) 수위가 내려가면서 수력발전 능력이 절반가량 줄었고, 이로 인해 양쯔강 인근 쓰촨성 내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멈춰 세워야 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중국 상용차 생산법인 현대트럭앤버스차이나를 비롯해 일본 도요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 폭스콘 쓰촨성 공장이 한 달여 가량 가동을 중단했다. 한파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도 한 달 넘게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7,100장 정도의 웨이퍼(반도체 원재료) 생산 차질을 빚었고, 금액으로 따지면 4000억원에 이른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쓰촨성의 경우 쓰촨댐 수력발전용량이 커 주변 지역 전기요금이 중국에서도 저렴한 편이어서 글로벌 기업들의 공장이 몰려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에너지를 찾아 쓰촨성에 공장을 지은 것인데 역설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에너지원 확보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기후는 예측이 불가하고 지구촌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어 코로나19나 전쟁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더 위협적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제이슨 제이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기후변화에 의한 공급망 위기는 예측 불가능하고 복수적(plural)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3. 이상기후로 개인이 입은 피해
“1천년만의 대홍수”를 불러온 서유럽 폭우는 전후 서구 선진국을 떠받쳐온 견고한 시스템을 거대한 흙탕물과 함께 일거에 쓸어갔다. 최악을 가정해 만든 각종 재난·재해 안전 기준, 이를 바탕으로 설계된 대응 체계와 시설은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앞에 ‘20세기 낡은 시스템’으로 전락했다. 유럽 뿐만이 아니다. 올해 여름 북미, 시베리아, 동북아시아 등에서 기록적 폭염과 폭우, 홍수, 산불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여기 모두의 생존 문제가 됐다는 것을 자각할 때”라고 경고한다.
[자료 7. 뫼즈강 범람으로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한 벨기에 리에주에서 시민들이 대피하는 모습]
출처 : 한겨례
2021년 기준 서유럽에서 발생한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18일(현지시각) 2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망자 대다수는 재난 안전관리 선진국 독일에서 나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전례 없는 폭염과 산불에 고통받고 있다. 7월 30일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 지역은 기온이 49.6도까지 치솟았다. 8월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 지역에서는 비공식 56.7도, 공식 54.4도를 찍었다. 살인적 폭염 속에 연례행사인 미국 서부지역 산불은 최소 70곳에서 번지고 있다. 오리건주 남동부에선 대형 산불로 잿가루가 섞인 연기 기둥이 10㎞ 상공까지 치솟아 ‘불구름’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하자 미국 CNN 방송과 뉴옥타임즈 등 외신들도 한국의 폭우 피해를 자세히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여름에 장마가 많이 내리고 산악 지형으로 인해 산사태에 취약하지만, 현재까지 보고된 사상자 수는 평소보다 많다"고 밝혔다. CNN은 "과학자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가 극한의 기상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면서 "동아시아 전역에서 폭우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번 2023년 대한민국 폭우 사태로 인해 안타까운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2023년 7월 15일 청주 지하차도가 폭우로 인해 침수되어 14명이 사망했다. 침수 당시 지하차도 안에는 차량 17대가 고립됐고 그 중에는 승객과 운전자를 합쳐 9명이 탑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시내버스도 1대 포함되는 등 최소 23명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당시 충청도와 경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많은 비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며, 사고 지역인 충북 청주에는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5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자료 8. 2023년 폭우로 인해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출처 : MBCNEWS
이상기후, 지구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탄
지구는 에너지의 균형을 조절하는 기후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넓게는 엘니뇨와 라니냐, 태풍 등이 있고, 좁게는 눈과 비를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빈도와 세기에 있다. 현재 인간의 활동에 의한 탄소배출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를 더 뜨겁게 하는데, 이때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서서히 망가지게 된다. 우리는 이상기후를 통해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지구촌 곳곳에서는 한파와 폭설, 집중호우, 가뭄 등의 이상기후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보건과 환경문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지속적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1880년대보다 약 24cm나 증가했다. 이제 해수면 상승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현실이 되었고, 앞으로 투발루를 비롯해 많은 섬나라들의 기후난민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상기후에 대비할 수 있는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을 때 다른 선진국보다 더욱 취약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지난 2022년 11월에 개최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손실과 피해' 의제가 논의되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를 위한 기금(fund)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금마련은 이상기후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이상기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과 미국 등의 세계 주요국들은 파리협정 체결 이후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그 중간 목표인 ‘2030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를 설정하여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2018년 총 배출량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세운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UN에 제출한 바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불편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여름엔 폭염, 겨울엔 한파를 견디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각 나라에서 설정한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발전 시스템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보조금(Feed-in Tariffs, FIT) 제도를 도입하거나 재생에너지에 적합한 전력망을 구축하는 등,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제도적ㆍ기술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약 8.29%로 추산되었다. 탄소중립 달성에 아직 갈 길이 먼 만큼, 앞으로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제 지구가 보내는 위험신호에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시점이며, 기존의 발전 시스템을 하나씩 정비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상기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뜨거워지는 지구, 썰렁해지는 식탁", 22기 최정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121
2. "감귤 난 곳에 애플망고 심는다… 기후변화가 바꾼 농특산물 지도", 22기 김혜윤, 박도원, 최정우, 23기 김용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956
참고문헌
[슈퍼 엘니뇨로 인해 피해를 입은 남미]
1) 이민경, “남미, 엘니뇨 기후변화로 올해만 382조원 경제 손실”, 헤럴드경제, 2023.08.01,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801000133
2) 장서우, “천문학적인 돈 쏟아붓는다…'슈퍼 엘니뇨'에 남미 국가들 '비명'”, 한국경제, 2023.08.01,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308016688i
[탄소 배출과 이상기후의 상관관계]
1) 국립기상과학원,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http://www.nims.go.kr/?sub_num=1171
2) 김혜나, “[기획] 기후변화 마지노선 도래…산업계 “생존 위해 동참””, 매일일보, 2023.08.15,
http://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040009
3) 박지훈, “슈퍼 엘니뇨에 관심 UP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법”, 매일경제, 2023.08.11,
https://www.mk.co.kr/news/economy/10806058
4) 이연희, “당국, 기후변화 건강 영향 연구…중장기 계획 추진”, NEWSIS, 2023.08.12,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811_0002411394&cID=10201&pID=10200
[이상 기후, 무엇이 문제인가]
1) 국립기상과학원, 전지구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http://www.nims.go.kr/?sub_num=1126
2) 박상욱,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 직후 찾아온 태풍…온난화 넘어 끓는 지구가 보낸”, JTBC, 2023.08.1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355327?sid=102
3) 원호섭, “[Science &] 이산화탄소에 탈난 바다…급격한 산성화로 해양 생태계 위협”, 매일경제, 2018.04.20,
https://www.mk.co.kr/news/it/8280704
4) “엘니뇨와 라니냐”, 네이버 지식백과, 2011.07.05,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1849&cid=58947&categoryId=58981
5) 이종림, “펄펄 끓는 무더위에 지구촌이 ‘뻘뻘’”, 주간동아, 2023.08.15,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7/0000032928?sid=104
[이상기후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
1) 김민제, “세계 곳곳 물불 안 가린 ‘이상기후’…재난 대비 시스템까지 쓸어갔다”, 한겨례, 2021.07.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4013.html#csidx2626f679b28d37293ff976e94a8b1b4
2) 송은미, “엘니뇨에 타격받는 세계 4위 커피 생산국”, OBS뉴스, 2023.08.14,
엘니뇨에 타격받는 세계 4위 커피 생산국 < 국제 < 기사본문 - OBS경인TV (obsnews.co.kr)
3) 신수민, “[이상기후가 부른 공급망 위기] 일상이 된 이상기후, 글로벌 공급망 위협…산업 피해 눈덩이”, 중앙일보, 2022.10.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1234#home
4) 신수민, “[이상기후가 부른 공급망 위기] 더 잦고 더 세진 기상이변, 지구촌 곳곳 폭풍·폭염·가뭄·홍수…상반기만 최소 51조원 손실”, 중앙일보, 2022.10.22,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1181#home
5) 이후림, “2022년 최대 피해액 발생한 기후재난은?”, 뉴스펭귄, 2022.12.28,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31
6) 장서우, “천문학적인 돈 쏟아붓는다…'슈퍼 엘니뇨'에 남미 국가들 '비명'”, 한국경제, 2023.08.01,
천문학적인 돈 쏟아붓는다…슈퍼 엘니뇨에 남미 국가들 비명 | 한국경제 (hankyung.com)
7) 최가영, “한국 홍수 피해 외신도 관심… "한국 장마철은 위험한 계절"”, YTN, 2023.07.17,
https://www.ytn.co.kr/_ln/0103_202307170900020236
[이상기후, 지구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탄]
1)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https://2050cnc.go.kr/base/contents/view?contentsNo=11&menuLevel=2&#
2)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제2차 전체회의 심의 의결), 2021.10.18, https://2050cnc.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4&boardNo=100&searchCategory=&page=1&searchType=&searchWord=&menuLevel=2&menuNo=15
3) 국가지표체계(Kindicator), 신·재생에너지발전비율 - 신·재생에너지 발전량과 발전비율, 2023.06.30, https://www.index.go.kr/unity/potal/indicator/IndexInfo.do?cdNo=210&clasCd=2&idxCd=4293&upCd=16
4) 기상청, 기상기술정책 - 2050 탄소중립 대응 전략, Vol.14, No.2(통권 제33호), 15p, 2021.12.31, https://www.kma.go.kr/down/t_policy/t_policy_202112.pdf
5) 기상청, 국내외 해수면높이 - 전지구 연평균 해수면높이 편차, 2022.02, http://www.climate.go.kr/home/09_monitoring/marine/sl_alt
6) 기상청, 이상기후감시, https://www.kma.go.kr/kma/biz/climate02.jsp
7) 김도훈, 환경부,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폐막, 2022.11.20, https://me.go.kr/home/web/board/read.do?pagerOffset=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searchValue=&menuId=10525&orgCd=&boardId=1562105&boardMasterId=1&boardCategoryId=&deco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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