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도시침수 시리즈] 부천 심곡천, 도시침수는 막았지만 막지 못한 것이 따로 있다?

부천 심곡천, 도시침수는 막았지만 막지 못한 것이 따로 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도시침수 시리즈: 7월에는 집중호우로, 8월에는 태풍으로 도시가 잠기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끝나고 지구 가열기인 'Global Boiling'에 접어든 만큼 기후 재난의 위력은 거세지고 있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강해지는 침수로부터 정말 안전할까?

 

[심곡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도시 침수 ‘Zero’ 달성하다]

[자료 1. 동일 구간의 (좌) 2013년 (우) 2016년의 심곡천]

출처: 네이버 지도

지난 2017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 소명여고 사거리에서 원미보건소 앞까지 약 1km 정도의 심곡복개천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의 심곡복개천 일대는 부천시 재해위험지구에 지정됐던 곳이다. 침수피해가 2010년에 655세대, 2011년에 407세대가 겪었을 정도로 심곡복개천 일대는 침수에 취약했다. 하지만 심곡 생태하천 복원사업 이후 침수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부천시 하수과 관계자는 “2023년인 올해까지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료 2. 심곡천 복원 공사 전과 후]

출처: 동구 미추홀갑 허종식의원 블로그

그 이유는 복원사업을 하면서 통수 단면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물이 통과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져 비가 많이 내려도 물이 빠르게 빠져 침수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공사 전에는 20년 빈도의 강우까지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공사 후에는 80년 빈도의 강우까지 거뜬하게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자료 3. (좌)심곡복개천 존치구조물 안내/(우) 콘크리트 기둥]

출처: ⓒ23기 김경훈

심곡천은 자연친화적 도심 친수공간으로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하천 복원의 상징성과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복원구간 507개 콘크리트 기둥 중 복개천사거리 주변에 있었던 기둥 2개를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 4. 심곡 생태하천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

출처: ⓒ23기 김경훈

유독 더웠던 올해 여름, 하천 산책로로 내려간 순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었다.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시민들도 많이 보였는데, 이는 심곡천의 물이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5. 심곡천으로 공급되는 하수 재이용수]

출처: ⓒ23기 김경훈

심곡천에 흐르는 물은 굴포하수종말처리장에서 공급되는 2급수의 하수 재이용수다. 2급의 수질은 수영이나 목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심곡천 산책로를 벗어나 주변을 둘러봤을 때 불편한 상황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차로의 수가 줄어들어 교통 문제, 그리고 응급의료시설 작동 방해]

[자료 6. 심곡 생태하천복원사업 사업 개요]

출처: 동구 미추홀갑 허종식의원 블로그  

기존의 심곡복개천은 왕복 6차선 도로와 주차할 수 있는 노상주차장이 있었다. 그러나 심곡복개천을 복원하면서 노상주차장을 없애고 2차선 도로가 양쪽으로 놓아져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차로가 하나 줄어든 것인데 이는 교통 문제와 응급의료시설의 작동을 방해하고 있다.

[자료 6. 8월 24일 오전 8시 30분대의 심곡천 일대 교통상황]

출처: 네이버 지도

23년 8월 24일 월요일 오전 출근 시간대에 심곡천을 지나가는 차량의 이동시간을 측정했다. ‘기둥교회’에서 출발해 ‘돈이조아 한돈정육’까지 약 255m를 이동하는 데 4분이 걸렸다. 이는 약 3.8km/h의 속도로 이동한 것이고, 성인 남자의 걷는 속도가 평균 5km/h이므로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차량들은 이동하고 있었다.

[자료 7. 좁은 도로를 통과하지 못하는 응급차]

출처: ⓒ23기 김경훈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병원 응급차가 차들로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취재 당시 응급차는 편도 2차로의 좁은 도로 속 가득 찬 차량에 갇혀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결국 신호가 바뀐 다음에야 이 구간을 지나갔다. 

차로가 조금이라도 넓었다면 도로 위의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며 응급차가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부천대성병원 관계자는 “심곡천 복원 전에는 3차로였는데, 복원 이후 2차로가 되었다. 따라서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 사이로 구급차가 지나가는 것은 힘든 것 같다”며 “하천을 복원할 때 도로 안쪽으로 1m 정도의 여유 공간을 만들었다면 원활하게 지나갔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근 부천 소방서의 소방차가 다니는 길이기 때문에 도로를 좁게 만들면 안 된다고 반대 시위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8. 심곡 복개천 복원사업 반대 현수막]

출처: The 부천

심곡 생태하천 복원사업 추진 당시 복개천 복원사업 반대 현수막과 전단지는 각 상가마다 붙어있었을 정도로 반대 여론이 심했다. 특히 현수막에는 “복개천 도로는 시민의 생명줄 - 소방차, 병원 응급차 수시 출동 길, 복원사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수십 년씩 이뤄놓은 생활 터전, 대책 없는 시행정에 복개천 상인들은 어찌할꼬”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료 9. 심곡천 복원사업 갈등 해결 과정 중 일부]

출처: 동구 미추홀갑 허종식의원 블로그

부천시는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의 반대투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걷는 속도보다 느린 차량 속도와 가로막힌 응급차를 보면 제기되었던 교통 문제와 응급차, 구급차의 이동 문제는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심곡천이 시민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안전에 위험을 가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나은 생태하천복원사업이 되려면]

[자료 10.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정의]

출처: 환경부

생태하천복원사업 업무추진 지침(13차 개정 - 2021. 10.)에서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수질이 오염되거나 생물서식 환경이 훼손 또는 교란된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사업의 기본방향 유역의 수질개선 및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 수생태계 복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수립하게 돼있다.

[자료 11. 주택⋅교통계획을 고려한 생태하천복원계획 수립 필요]

출처: 환경부

도시의 복개천을 복원할 때는 생태계 건강성만큼이나 교통 계획이 중요하다. 따라서 업무추진 지침에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은 하천구역 내 특정 구간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유역 내 주택 및 교통계획 등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획 수립 및 시행하기로 명시돼있다. ‘유역’이란 하천의 물이 모여 흘러드는 주위의 지역이라고 한다. 하천의 주변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심곡천 일대의 교통상황을 보면 과연 사업 추진 당시 교통계획에 대한 시민들의 많은 의문과 복원사업 반대 현수막의 내용들이 사업 계획에 반영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복원사업 구간을 선정하는 단계의 고려사항에서 응급의료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은 없었다. 따라서 복원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의 우선순위에서 응급의료시설은 후순위로 밀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료 12. 승기천 복원사업 미 추진 사유 중 일부]

출처: 인천연구원

이에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인천 승기천 복원사업은 교통체증 우려로 추진이 미뤄지고 있다. 주민 44% 정도가 교통 대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만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승기천 복원사업 추진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급격하게 도시화가 진행된 대한민국에서 더 나은 생태하천복원사업이 되려면 반드시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응급의료시설의 작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차로 수 축소를 최소화하거나 차로의 폭을 넓혀 도로 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단 1%의 기적의 가능성을 꺾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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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하천복원 및 도시침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취재]생태하천복원의 명(明)과 암(暗)", 23기 김경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53

[취재]생태하천복원의 명(明)과 암(暗)

2. "[취재] 도시 침수 시리즈 1, 내가 사는 곳도 침수될까? 홍수위험지도로 알아보는 침수위험지역

", 23기 김경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44

[취재] 도시 침수 시리즈 1, 내가 사는 곳도 침수될까? 홍수위험지도로 알아보는 침수위험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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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심곡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도시 침수 'Zero' 달성하다]

1) 동구미추홀갑 허종식, 네이버 블로그, "승기천 물길이음 사업, 상습침수피해 해소... 축구장 5개 공원 조성", 2022. 12. 08., https://blog.naver.com/jongsyy/222949686682

[차로 수가 줄어들어 교통 문제, 그리고 응급의료시설 작동 방해]

1) 강영백, "심곡 복개천 복원사업... 반대 목소리 제기", The 부천, 2014.10.12, http://www.thebucheon.com/article/article_view.php?num=49457

[올바른 생태하천복원사업이 되려면]

1) 인천연구원, "자연복원 형태의 하수도(승기천) 정비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증, 2021, https://www.ii.re.kr/research_reports/view.do?seq=2413&iNum=null&m=0101&s=idim

2) 환경부 수생태보전과, '생태하천복원사업 업무추진 지침 (13차 개정)', 2021.10., https://www.me.go.kr/home/web/policy_data/read.do?pagerOffset=0&maxPageItems=10&maxIndexPages=10&searchKey=&searchValue=&menuId=10263&orgCd=&condition.toInpYmd=null&condition.code=A4&condition.fromInpYmd=null&condition.deleteYn=N&condition.deptNm=null&seq=77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