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 혹시 우리를 잊었나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정이진
[기후위기 대응, 우리를 잊었나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친환경 정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장애인은 고려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24일, 전국 음식점·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안을 내놓고 1년의 계도기간을 가질 것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전면 규제를 며칠 앞두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 계도기간을 무기한 유예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자영업자·소상공인은 1년간 더 비싼 친환경 제품, 다회용기로의 전환에 투자한 것에 대해 ‘미리 준비한 사람만 바보’라며 불만을 표했다. 각종 지자체 역시 기후위기 대응에 퇴보하는 정책 방향성이라며 날카로운 비판을 쏟았다.
[자료 1. 일회용품 사용 규제 무기한 유예]
출처: 환경부
많은 비판 속에 일회용품 규제 완화로 한숨 돌리는 이들이 존재한다. 장애인들이다. 퇴보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라는 비판 속에서 이들이 안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인은 배제된 기후위기 대응 정책, 에코-에이블리즘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평등을 위한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알아보자.
[플라스틱 빨대는 없나요?]
[자료 2.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앞서 언급했듯이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일회용품 사용에 강한 규제를 가할 것을 공표했다. 이에 매장 내 일회용 컵, 무상비닐봉투 제공 불가, 대형마트 테이프 배치 불가 등등 단기간 내 급격한 변화가 이뤄졌다. 이에 가장 많은 논란이 일었던 것은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해 등장한 “종이 빨대”다. 지난 1년간 카페 점주 및 소비자들은 일회용품 규제 과도기 속에 혼란을 겪었다. 이에 못지않게 당황스러움을 느낀 이들은 뇌병변·근육위축·다발성경화증 등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다. 구부러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본래 장애인이 음료 섭취 과정에서 흡인성 폐렴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고자 등장한 보조기구이다. 자원재활용법에 담긴 일회용품 규제 정책 시행으로 플라스틱 빨대의 퇴출이 사실화 됐다면 장애인의 사회·문화생활의 영역은 더욱 좁아졌을 것이다.
[자료 3. 기내 플라스틱 빨대 및 식기류 사용 중단]
출처: 델타항공
카페 및 음식점 내 일회용품 규제가 장애인에게 매번 플라스틱 빨대를 챙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 사비로 빨대를 구매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이었다면, 비행기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 중단은 불편함을 넘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미국의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2018년부터 기내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류의 사용을 금할 것을 선언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역시 2019년부터 기내 플라스틱 빨대 및 식기류 사용을 중단했다. 국내 항공사로는 제주항공이 2019년 7월부터 기내 플라스틱 빨대와 컵을 종이빨대와 종이컵으로 전환했다. 항공사 역시 앞다퉈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로써 장애인의 장거리 비행은 어려워졌다. 장시간 탑승해야 하는 비행의 특성상 음료 섭취가 불가피한데, 장애인을 위한 플라스틱 빨대가 구비되지 않은 경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이 준비하지 않으면 물을 마실 수도, 음식을 즐길 수도 없는 비행이 될 것이다.
[대중교통 확대, 장애인 이동권은 제자리]
[자료 4. 녹색교통 활성화 정책]
출처: 녹색교통운동
전기차 보조금, 이차전지, 내연기관 차량 세금 논란 등등 친환경 정책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는 자동차 관련 정책 역시 장애인은 배제됐다. 각 지자체는 ‘녹색교통 활성화 정책’을 통해 디젤, 내연기관 차량 판매 및 운행을 축소하고 대중교통수단을 확대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녹색교통 지역을 설정하고 교통량 감소를 목적으로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범위 확대를 고려 중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의 대안 수단으로 전동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역시 널리 보급됐다.
[자료 5. 장애인 이동권 침해]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규제 없는 대중교통 이용 확대 장려는 장애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장애인은 교통수단 확대에 큰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동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의 무분별한 주차와 사실상 규제 없는 운행으로 이동권을 침해받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애인은 과세 부담을 피하려면 새로운 친환경 차량을 구매하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기존에 이용하던 경유차, 내연기관 차량에는 6개월마다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고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 차량은 차량용 배터리와 같은 부품 가격으로 인해 내연기관이나 디젤 차량에 비해 고가에 판매된다. 현재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차량 정책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이미 좁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더욱 제한하는 정책에 그친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에코-이퀄리즘]
장애계에서는 플라스틱 빨대 퇴출 정책이 에코-에이블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한다. 에코-에이블리즘이란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시행하는 친환경 정책 논의 과정에서 장애인을 배제한 현상을 말한다. 환경을 고려한 정책임을 이해하지만 그 안에는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정책이 대다수인 것이다. 개인 기업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친환경 정책 시행이 결정되면 이에 따라 내규를 바꾸는 것이 불가피한데, 장애인을 위한 플라스틱 빨대 배치는 경제적 손실이 크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토로했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우리보다 앞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중단했지만 장애나 의료적 목적이 있는 경우 사용을 허가했다. 미국 아이다호주, 오하이오주, 사우스다코다주, 테네시주 역시 건강취약계층을 고려한 에코-이퀄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스웨덴은 스톡홀름 내 가솔린·디젤 차량의 주행을 막으면서도 응급 차량 및 장애인 차량에는 일부 제한을 풀어 에코-이퀄리즘에 앞장선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친환경 도시를 위해 2025년부터 스톡홀름의 금융 및 쇼핑지구에 전기차만 통행할 수 있도록 규제한다. 다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엔진이 장착된 대형 차량, 응급차량, 장애인 차량은 예외로 시내 주행을 허용해 평등을 위해 나아가는 정책을 펼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1년 발표한 <세계장애보고서 2011>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장애인 비율은 15%에 달한다. 장애에 대해 세분된 기준을 가진 지금은 그 수가 더 증가했다. 이는 장애인이 결코 소수가 아니며, ‘배려’가 아닌 그들의 권리를 온전히 존중받고 함께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기후위기 정책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일회용품 규제 확대, 명분만 앞세운 탁상 행정인가?", 21기 홍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43
2. "전동킥보드, 미래의 친환경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21기 박도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30
참고문헌
[기후 위기 대응, 우리를 잊었나요]
1) 이상현, ""괜히 돈만 썼다"…일회용품 규제 철회 두고 ‘와글와글’", 매일경제, 2023.11.08., https://www.mk.co.kr/news/economy/10869724
[플라스틱 빨대는 없나요?]
1) 이정아, "[기후위기 속 장애인③] "탄소중립 정책이 장애인 차별"…‘에코-에이블리즘’의 습격", 브릿지경제, 2023.09.24., http://m.viva100.com/view.php?key=20230923010006845
2)이재용, " 제주항공, 기내서 친환경 종이컵·빨대 사용", 서울경제,2019.07.05. ,https://www.sedaily.com/NewsView/1VLKS6ALFP
[대중교통 확대, 장애인 이동권은 제자리]
1) 이정아, "[기후위기 속 장애인③] "탄소중립 정책이 장애인 차별"…‘에코-에이블리즘’의 습격", 브릿지경제, 2023.09.24., http://m.viva100.com/view.php?key=20230923010006845
2) 김윤경,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교통 어떻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3.07.13.,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917580&pWise=mSub&pWiseSub=C3#reporter
[에코-이퀄리즘]
1) 최한별, "에코-에이블리즘, 멈춰!", 비마이너, 2021.12.06.,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2463
2)이소현, " 가솔린·디젤車 도심 주행 막은 스웨덴…'탄소중립' 속도 ", 이데일리, 2023.10.18., 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5598801?sid=101
3) 강수진,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 글로벌 의제 속 장애인의 인권 ", 2021.05.11., http://www.ableinfo.co.kr/bbs/board.php?tbl=bbs41&mode=VIEW&num=32&category=&categoryYear=&findType=&findWord=&sort1=&sort2=&it_id=&shop_flag=&mobile_flag=&year=&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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