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슬아슬한 환경 규제 줄타기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고가현
한국,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단속 철회
[자료 1.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관련 주요 일지]
출처 : 중앙일보
2023년 11월 7일, 환경부는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단속 유예를 연장했다. 7일로부터 16일 뒤인 24일 단속이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사실상 폐지된 셈이다. 따라서 이전처럼 매장 안에서 플라스틱 빨대 및 종이컵 사용이 가능해졌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본래대로 사용 금지이지만 단속하겠다는 이야기는 없이 적발 시 주의 조치를 받는 선에서 끝나는 것으로 언급했다. 녹색 경제로의 전환이 필연적인 시점에서 환경부의 행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쓰레기로 뒤덮일 미래의 한국
[자료 2. 폐기물종류별 일평균 발생량]
출처 : 국가지표체계
한국의 일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생활폐기물, 건설폐기물, 의료폐기물 등을 포함한 총 폐기물량은 하루당 약 39톤이다. 2021년 총 폐기물량은 9년 전에 비해 15톤 증가한 54톤이었다. 10여 년간 쓰레기 발생량이 약 1.5배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폐기물 발생량은 2011년과 2021년 사이 일평균 약 38만 톤에서 54만 톤으로 1.5배 증가하였다. 생활폐기물, 사업장 배출 폐기물을 비롯하여 대다수 종류의 폐기물들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료 3. 필리핀에 위치한 한국발 플라스틱 더미]
출처 : 그린피스
특히 플라스틱에만 한정했을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린피스와 충남대학교 장용철 교수팀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 발자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생수 페트병 109개(1.6kg), 일회용 플라스틱 컵 102개(1.4kg), 일회용 비닐봉지 533개(10.7kg), 일회용 플라스틱 배달 용기 568개(5.3kg)로 네 가지 품목을 더하면 1인당 연간 약 19.0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2017년에 비해 약 20% 증가한 수치이다. 따라서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크게 증가했으나 이에 비해 절감을 위한 노력은 상당히 미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사회, 플라스틱 규제 강화
[자료 4. 비닐봉지 사용]
출처 : Sutterstock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한국과 다르지 않다. 한국 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22년 3억 7,000만 톤을 기록했으며 2060년에는 약 10억 톤에 이를 것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뚜렷하게 존재한다. 국제 사회는 플라스틱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전 세계 127개 국가가 세금 또는 규제 정책으로 플라스틱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77개국은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EU의 경우 2021년 7월부터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지침」이 시행되었다. 더 나아가 독일은 「포장재법」 및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령」으로 더욱 강화된 내용으로 개정하여 시행 중이다. 테이크아웃 제품의 경우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만으로 제공해야 한다. 추가로 2022년 1월 1일부터 마트 등 소매판매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으며, 위반 시 최대 10만 유로(한화 약 1억 4,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시 최대 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이도 이번 환경부의 발표에서 비닐봉지 사용 가능으로 규제가 완화되었다.
녹색 경제 시대를 역행하는 환경부에 전합니다
한국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단속 철회는 세계의 흐름과 반대의 길을 걷는다. 한국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은 2015년 기준 1인당 연간 420개에 이른다. 이는 독일의 6배에 다다르는 수치이다. 그러나 독일은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시 우리나라의 약 46배의 벌금을 부과한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다. 따라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첫걸음도 떼지 못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포털사이트 ‘정부 24’에 따르면 환경부는 환경오염과 환경훼손을 예방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보전함으로써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기본계획 및 중장기 종합 계획의 수립과 집행을 하고 나아가 지구환경을 보전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중앙행정기관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역할과 책임을 달성하려는 소신과 신념은 보이지 않고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타협적인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
모든 변화는 평소와 다름으로 인한 불편으로부터 시작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불편에 굴복한다면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다. 환경부는 지구환경을 보전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는 기관임을 다시 한번 상기할 때이다.
환경 규제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기후 위기 대응, 혹시 우리를 잊었나요", 22기 정이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86
2. "일회용품 규제 확대, 명분만 앞세운 탁상 행정인가?", 21기 홍서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43
참고문헌
[한국,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단속 철회]
1) 김채린, "잃어버린 규제를 찾아서", KBS 뉴스, 2023.12.0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37986&ref=A
2) 이수현, "음식점서 '종이컵 사용' 허용된다…플라스틱 빨대 단속도 유예", 매일신문, 2023.11.07, https://www.imaeil.com/page/view/2023110716274593805
[쓰레기로 뒤덮일 미래의 한국]
1) 국가지표체계, "폐기물발생량", 2023.02.21,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78
2) 김나라, "[보고서] 2023년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 코로나19 시대, 플라스틱 소비의 늪에 빠지다", 그린피스, 2023.03.22,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25774/report-disposable-korea-ver2/
3) 홍수열, "세계가 부러워한 韓 쓰레기 종량제…왜 일회용품 규제는 깼나", 중앙일보, 2023.11.2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0879#home
[국제사회, 플라스틱 규제 강화]
1) 김경은, "내년 1월부터 배달ㆍ음료 포장 다회용 의무화하는 독일", 이데일리, 2022.11.30,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80806632530968&mediaCodeNo=257
2) 세계법제정보센터,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의 사용 규제에 관한 각국의 규정", 2022.11.22, https://world.moleg.go.kr/web/dta/lgslTrendReadPage.do?CTS_SEQ=50275&AST_SEQ=3891&ETC=1
3) 송게숙, "독일, 2021년 7월 포장재법 개정", korta 해외시장뉴스, 2021.08.07,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SITE_NO=3&MENU_ID=90&CONTENTS_NO=1&bbsGbn=244&bbsSn=244&pNttSn=190129
4) 이태수, " '비닐봉지 사용 독일의 6배'…서울시, 무상제공 가게 단속 강화", 연합뉴스, 2018.04.06, https://www.yna.co.kr/view/AKR20180405144400004
[녹색 경제 시대를 역행하는 환경부에게 전합니다]
1) 이태수, " '비닐봉지 사용 독일의 6배'…서울시, 무상제공 가게 단속 강화", 연합뉴스, 2018.04.06, https://www.yna.co.kr/view/AKR20180405144400004
2) 정부24, 환경부, https://www.gov.kr/portal/orgInfo/1480000
'News > 기술-산업-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아온 COP28, 올해의 핵심안건은? (14) | 2024.01.01 |
---|---|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8) | 2024.01.01 |
데이터센터, ESG의 핵심 '키'가 되다 (8) | 2023.12.24 |
기후 위기 대응, 혹시 우리를 잊었나요 (3) | 2023.12.01 |
이-팔 전쟁이 일으킨 LNG 보급 전쟁 (13) | 2023.12.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