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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에너지법,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으려면?

by 문득이의 바람 2023. 11. 29.

분산에너지법,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으려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송시원

 
[2024년 6월 시행 예정인 분산에너지법, 순탄치만은 않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2024년 6월 시행을 앞두면서 구체적인 제도를 수립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분산에너지는 40MW 이하의 발전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구역전기, 자가용 발전설비를 의미한다.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40MW 이하),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소형원자력발전(SMR), 수소 발전 등이 대표적인 분산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원과 장거리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문제가 크다. 이에 분산에너지법은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소규모 발전원으로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해 소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전력 수요의 분산과 더불어 여러 분산자원을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에 분산에너지법은 전력계통 영향평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제도, 통합발전소 제도, 분산에너지 설치의무 제도, 배전망 관리강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1. 분산형 전력 시스템과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  비교]

출처: 서울경제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산에너지법이 실질적으로 전력계통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이 갖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분산에너지법에 따른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처음 시행하는 도전적인 과제가 많다는 것이다. 분산에너지법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는 배전계통의 불안전성, 전기요금 산정 시의 다양한 변수, 부족한 예산, 정부의 모호한 에너지 정책에 따른 혼란이 있다.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1) - 배전계통의 불안전성]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에서 전기는 대규모 발전원, 송전선 변전선, 배전선의 일방향으로 흘러간다. 반면 분산형 에너지는 송전선에서 배전선으로 유입되는 전력량을 감소시켜, 전력손실을 낮추는 장점을 가진다. 장거리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산에너지법을 도입하고자 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배전계통 내 변동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배전계통의 변동성 또한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다양한 소규모 발전원이 분산된 상황에서는 양방향 전력공급의 형태로 계통 흐름이 구성된다. 기존의 배전계통은 일방향의 일정한 전력공급에 맞춰 설계되었기 때문에, 분산형 전력 시스템 내에서는 전기의 안전성 및 품질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분산에너지법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곳곳에 분산된 에너지원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배전계통의 운영 방식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배전계통 운영자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배전계통 운영자가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의 송전계통 운영자처럼 발전원의 이용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배전계통 운영자의 분산형 에너지 연계를 위한 계통연계 및 운영 기준이 개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의 전력산업 여건을 고려하여 공정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한 전력계통 모델을 개발 및 선택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2) - 지역별 전기요금 산정의 어려움]

분산에너지법은 하위 법령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다룬다. 해당 지역에서 전력 생산 및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기요금 산정 시에 송전 및 배전 비용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2020년 기준 한국의 전기요금에서 송배전망 이용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1%(12.9원/1kWh)이다. 독일은 25%(103.6원/1kWh), 프랑스는 81.8원/1kWh(32%), 일본은 61.1원/1kWh(33%)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해외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송배전망 요금이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통해 공정성을 확보하기에는 송배전망 요금의 비중이 낮게 측정되는 것이다.

[자료2. 2020년 기준 주요국 송배전망 이용요금]

출처: 이데일리

분산에너지법에 따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그 외에도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행정구역과 송배전 계통의 구획이 불일치하는 경우 어떻게 해당 지역의 전기요금을 산정할 것인지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기존에 발전소 주변에 위치하여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에 보상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등, 여러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3) - 부족한 재정적 지원]

산업부의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관련 사업인 ‘미래지역 에너지 생태계 활성화 사업’에 56억9,5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해당 사업은 2023년 ‘지역 에너지 절약사업’의 세부 사업인 ‘에너지 신산업 육성사업’의 명칭을 바꾼 것으로, 에너지법 ·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과 그 시행령 · 분산에너지법을 근거 법률로 한다. 2023년 예산안에서는 75억원이 배분되었지만, 2024년 예산안에서는 56억9,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분산에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내년에 시행을 앞두고 있음에도 재정적 지원이 감소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분산에너지법을 근거로 하는 ‘미래지역 에너지 생태계 활성화 사업’이 민간에서 필요한 사업비를 국가 차원에서 절반만 보조하고 나머지는 자체 조달할 것을 권고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가가 보조하는 사업비와 민간이 자체 부담하는 사업비를 합쳐 총사업비 규모를 110~120억원으로 추정해도, 분산에너지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예산은 인구 1만 이하의 소도시에서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계산된다. 이마저도 전국 16개 지자체에 재분배하면 한 개 지자체가 분산에너지와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교육, 위원회 운영,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 정도이다. 즉, 정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민간에 떠넘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4) - 정부의 모호한 태도]

정부는 분산에너지법을 추진하는 한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는 신규 원전 및 송전선로 건설 방안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7월 전력정책심의회를 열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추진 방향을 보고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의 무탄소 전원을 보급해 나가면서도 신규 원전 도입 등으로 효율적인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여 전력 공급능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정부의 목표는 2030년까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각각 32.4%, 21.6%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각각 27%, 7%를 차지했다. 정부는 앞으로 용인 첨단 시스템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계획 · 데이터센터의 확대 · 전기차 이용 확산 등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원전 신규 건설 및 계속 운전을 통해 원전 활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가동 중인 원전 12기의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의 내용을 담았다. 이에 2025년과 2026년 수명이 끝나는 영광 지역의 한빛 1 · 2호기의 계속 운영이 결정되었고, 신한울 3 · 4호기의 건설을 재개했다.

[자료3. 한빛원전]

출처: 서울신문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여러 발전원의 에너지 믹스를 통해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교체하려는 상황에서는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하나의 배전망이 근거리의 분산형 전원과 장거리의 대규모 전원에서 발전되는 각기 다른 성격의 전력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배전용량 및 방향에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 경북 등의 지방은 대규모 원전시설과 급증한 재생에너지 시설로 인해 전력이 송배전망의 수용 능력보다 과잉 공급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송배전망의 과부하를 막기 위해 발전원의 출력 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배경이다. 이는 출력 제어로 인한 비효율성을 막고 지방에 남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선 건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추진이 전력의 과잉 공급을 심화하면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강조하며 지역 내 전력수급의 균형을 통해 대규모 발전원 및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려는 노력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처럼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 있어 혼란을 준다면, 분산에너지 시장의 민간사업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고 분산에너지법은 흐지부지하게 진행될 우려가 존재한다.

 

[분산에너지법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분산형 전력 시스템은 대규모 발전원과 장거리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역의 전력 자급력을 높여 에너지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만 분산 전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분산에너지법이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력계통 영향평가, 통합발전소 제도, 배전망 관리강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등에 관한 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우선 발전 변동성이 높은 분산형 전원에 적합한 양방향 배전계통의 모델 개발 · 배전망 운영자의 역할 및 책임의 구체적 명시 · 전기요금 산정 시 송배전망 이용요금의 비중 확대 · 배전계통을 고려한 행정구획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더불어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분산에너지 사업 지원과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 일관된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에 확신을 주고, 국가 주도로 민간사업자의 시장참여 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분산형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전례 없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통합적인 감시 및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2024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도입된다", 24기 박선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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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지난 정부와 정책 기조가 완전히 뒤집히다!", 20기 윤진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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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2024년 6월 시행 예정인 분산에너지법, 순탄치만은 않다]

1) 법무법인(유)세종,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2023.06.15, https://www.shinkim.com/kor/media/newsletter/2127

2) 심우일, "태양광, 호남 등 과포화인데 또 지원하나...분산에너지법 대상 포함 갑론을박", 서울경제, 2023.03.19, https://m.sedaily.com/NewsView/29N36JPNGK#cb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1) - 배전계통의 불안전성]

1) 정구형, “(정구형 연구원의 등촌광장)분산형자원 활성화를 위한 배전계통 운영자의 역할” 전기신문, 2022.02.07,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604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2) - 지역별 전기요금 산정의 어려움]

1) 장중구, “(월요객석)분산에너지 활성화법 시행 전 해결해야 할 과제”, 전기신문, 2023.07.14,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3049

2) 문승관, "탄소중립시대, 전력망 투자 느는데...망 이용료 英 ·獨 절반 수준", 이데일리, 2021.08.30,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371846629152568&mediaCodeNo=257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3) - 부족한 재정적 지원]

1) 안희민, “[안희민의 에너지산책] 분산에너지법 통과됐는데 예산은 ‘찔끔'”, 한국일보, 2023.10.16, https://www.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10577

[분산에너지가 넘어야 할 과제 (4) - 정부의 모호한 태도]

1) 김부미, “11차 전기본 전문가 구성 완료…내년 7월 수립에 속도”, 전기신문, 2023.09.12,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5771

2)  산업통상자원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

3) 설정욱, "한빛원전 1 · 2호기 수명 연장 추진에 거세진 주민반발", 서울신문, 2023.09.21,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21500080

4) 장예림, “원전·태양광 출력제어 급증에 전력손실도 3조원”, 아시아투데이, 2023.07.04, https://www.asiatoday.co.kr/view.php?key=20230629010016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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