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성이어도 심해에는 쌓인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서채연
심해를 점령한 플라스틱 쓰레기들
해양은 하나의 또 다른 인류의 쓰레기장이다. 매년 15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으며, 해수면에 떠다니기도 하지만 가라앉아 심해에 도달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유의 난분해성(분해가 잘 되지 않는 특징) 물질로 사용할 때는 우리 생활에 편안함을 가져오지만 버릴 때 가장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그것은 왜 심해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깊은 바다일수록 사라지지 않는다
'심해에서의 플라스틱 분해 난제'를 풀기 전에, 플라스틱의 분해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플라스틱의 분해과정은 4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빛에 의해 분해되는 광분해(photodegradation), 열에 의해 산화되어 일어나는 열산화분해(thermooxidative degradation), 물분자에 의해 분해되는 가수분해(hydrolytic degradation), 마지막으로 미생물에 의해 진행되는 생분해(biodegradation)다. 이 중에서 심해에서 이뤄질 수 있는 분해는 생분해이다.
심해는 인류가 생활하는 환경과 완전히 다르다. 해수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우며 산소량이 적지는 않지만 광합성을 하는 해조류 등이 있는 표면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여기서 온도가 심해와 표면에서의 플라스틱 분해의 정도 차이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열적 분해나 광산화적 분해는 심해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편이다. 또한 가수분해의 경우 환경적으로 풍족한 조건이라 볼 수는 있지만, 이는 아주 연약한 구조에서 이루어지는 분해과정이기에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이 단량체로 잘게 쪼개지지 않는 이상 이뤄지기 힘들다.
넓은 범위에서 생분해성의 정의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나 분해 효소 등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되는 특성을 의미한다. 기존 플라스틱은 여러 단량체(monomer)가 서로 결합을 이루어 형성된 고분자 중합체(polymer) 화합물이기 때문에 미생물로부터 분해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결합사슬이 제거돼야 하는 추가과정을 필요로 하여 생분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생분해가 잘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선 단량체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거나, 고분자 물질인 경우에도 단량체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 생분해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① 열화(deterolation): 고분자 중합체 자체의 사슬을 먼저 끊어 총 분자량이 작은 중합체의 형태로 존재하게 만드는 과정. 이 과정을 거치면서 중합체가 하나의 단량체로 전환되는 붕괴(disintergration)를 지나 생물이 직접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지는 생분해(biodegradation)까지 진행돼야 그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② 생물절단(biofragmentation): 생분해될 수 있을 정도로 잘게 쪼개진 단량체들을 생물이 분해 효소 등을 분비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
③ 동화작용(assimilation)과 광화작용(mineralization): 미생물들이 플라스틱 단량체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여 물질대사를 진행한 후 부산물로써 산소, 물을 배출하는 과정
[자료 1. 플라스틱의 생분해 과정 흐름도]
출처 : 바이오인
그렇기에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물질대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진다면 생분해될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플라스틱의 경우 생분해가 아주 느리게 일어나기에 난분해성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플라스틱은 시간이 흐르며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되므로 생분해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생분해가 좀 더 빨리, 쉽게 일어날 수 있는 플라스틱이라 그리 이름 지어졌다는 점을 알고 넘어가자.
심해 속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기존 플라스틱의 분해도 차이
그럼 심해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은 분해도 되지 않고 심해를 떠돌아다닐까? 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타쿠 아무라(Taku Omura)팀이 최근 심해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어떻게 생분해되는지, 그 생분해를 돕는 미생물 집단의 특징은 어떤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결과가 nature에 개제됐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분해도를 조사하기 위해 먼저 플라스틱 샘플들을 injection molded, melt-pressed film 형태로 제작했다. 이후 태평양에서 3곳의 해수욕대 지역인 Misaki Port(BMS), Hatsushima Island(BHT), Myojin Knoll(BMJ)와 2곳의 심해지역인(abassyl Kuroshio Extension Observatory (AKR), Minamitorishima Island (AMN)을 실험집단으로 선정했고 대조집단으로 깊이 2~6m에 달하는 JAMSTEC Yokosuka Headquarters (PJM)을 선정하여 실험을 수행했다. 플라스틱 종류로는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 PHB류), 생분해성 폴리에스터류(PBS, PCL 등), 다당류 및 유사체(셀룰로스, 무탄 등), 난분해성 플라스틱(PP, PE 등)을 다루었으며, 추가적인 실험을 위해 침전물을 샘플 아래에 놓은 후 진행했다.
[자료 2. 연구진들의 실험지역. 세로축을 심도로 하여 각 해역에서의 깊이를 나타냈다.]
출처: 논문
연구자들은 먼저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에 해당하는 PHBH를 사용한 Injection 샘플을 확인했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 샘플들의 두께는 기존 샘플에 비해 작게는 10μm , 크게는 700μm 까지 줄어들었다. 또한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해보니 매끈한 표면을 가졌던 기존 샘플과 달리 불균등한 표면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실험 도중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변한 흔적을 실험 오류가 아닌 분해의 결과로 보았다. 실제로 샘플들의 크기나 모양, 두께가 변화했고 실제 플라스틱으로 진행한다면 자체의 오랜 시간이 걸리나 샘플 몰드나 필름을 이용하여 진행하여 몰드의 모양이나 크기가 변화했다는 것은 처음과 달리 플라스틱이 없어지는, 즉 분해가 일어났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치한 지 8개월이 지난 플라스틱 필름 중 하츠시마 섬에 설치한 필름에 노란색의 슬라임 같은 미생물들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해보니 다량의 미생물들이 필름 표면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플라스틱 필름을 세척하여 미생물을 제거한 후 관찰해보니, 미생물 집단이 있던 위치에 구형의 불균등한 구멍이 뚫려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본 연구진들은 선행연구 중에서 PHB 필름이 토양에서 분리된 미생물들로부터 분해되어 남았던 구멍 흔적과 하츠시마 섬에서 진행한 필름에서 발견된 구멍이 유사하다 판단했고 이것이 미생물들이 분해한 결과라 결론지었다.
[자료 3. PHB 플라스틱 필름의 연구결과. f 사진을 보면 구멍이 뚫린 부위를 볼 수 있다.]
출처: 논문
이 외에도 PBSA와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또한 분해됨을 확인했고 연구자들은 심해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다당류와 그 에스테르, PHA에 대한 분해가 이루어졌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난분해성 플라스틱도 분해는 됐다. 대표적인 난분해성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PP를 이용한 필름에서 그에 부착된 미생물들을 확인했으나 그 양이 여타 생분해성 플라스틱들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었다. 이는 친수성 성질을 가진 생분해성 폴리에스터들에 비해 PP가 소수성(물과 상극인 성질)의 표면을 띠고 있어서라고 결론지었다.
[자료 4.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PBSA와 난분해성 플라스틱 PP의 SEM 관찰사진.
상단의 PBSA 자료에서 더 구멍이 난걸 확인할 수 있다.]
출처: 논문
해안가(shore)와 심해에서 injection-molded 샘플들의 생분해 되는 기간을 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PLLA를 제외하고 PHA와 생분해성 플라스틱류의 분해는 꽤나 이루어진 반면에, 난분해성 플라스틱류(PP, PE 등)의 경우에는 거의 분해되지 않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생분해성 플라스틱류들 중 PHA류가 다른 생분해성 물질들에 비해 더 빨리 분해됐으며, 비록 분해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심해에서도 꽤 분해되는 편이다. 연구진들은 또한 4개의 PHA류들에 대한 1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플라스틱 가방을 만들어 해안가와 심해에서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분해도를 조사했다. 실험샘플을 그 장소에 설치한 후 분해되는 시간을 기록해보니, 해변가에서는 6일~13일, 심해에서는 19일~58일의 시간이 소요됨을 관측했고 이에 따라 연구진들은 플라스틱의 분해도는 해수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고 결론 내렸다.
[자료 5. 플라스틱 종류별 해수 깊이에 따른 생분해도 차이]
출처: 논문
[자료 6. 생분해성 플라스틱 PHA류의 위치에 따른 생분해도 시간소요차이.
얕은 깊이의 PJM보다 깊은 BHT 지역에서 더 오래 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논문
미생물집단과 생분해의 연관
추가적으로 분해성 미생물들의 개체 수와 종류에 따라 플라스틱 분해도가 달라진다는 것도 연구에서 밝혔다. 퇴비, 토양, 강, 해수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을 채취하고 배양할 수 있었고, 심해에서는 PHA 분해 미생물들 중 일부만 발견됐다는 선행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자연 어디에서든 분해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결과에 따르면 PHA 외의 플라스틱들은 이들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는 심해환경에서 분해될 수 있는지, 된다면 어떻게 분해가 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 것이다. 그리하여 연구진들은 플라스틱의 분해도 외에 그것을 생분해시킬 수 있는 미생물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병행했다.
미생물은 플라스틱 필름의 표면에 붙은 다음 잘 떨어지지 않기 위해 생물막(biofilm)을 형성한다. 그중 일부 미생물들은 필름 표면에서 분자사슬을 자르고 그들을 물에서 분해될 수 있는 단량체나 소중합체로 끊어낼 수 있는 효소를 가지기도 한다. 이런 효소 작용으로 인해 필름의 사슬 일부가 끊어지고 단량체나 소중합체 형태로 떨어져 나가면서 구멍이 생기고, 표면이 불균등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위 단락에서 플라스틱 샘플 표면의 불균등이 플라스틱 분해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자료 7. 플라스틱의 생분해도 과정과 그 과정에 따른 무게 손실의 과정.]
출처: 논문
위 실험 설정 과정 중에 침전물을 활용했던걸 기억하자. 침전물에는 많은 물질들이 존재하지만 대표적으로 꼽자면 미생물이 있을 것이다. 즉 실험 표본에는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들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미생물의 다양성이 해수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줄어들게 된다. 그에 맞추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가진 미생물의 종류도 줄어들게 되면서 심해에서의 플라스틱 분해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초반에는 침전물에서 나오는 호기성 미생물(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산소를 소비하여 살아가는 종류)이 플라스틱 표면에 주로 붙어있었으나, 실험을 진행하면서 혐기성 미생물(산소가 없거나 희박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종류)의 비율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PHA류의 경우 호기성 미생물로 Colwellia, Agarilytica, Micavibrio목이, 혐기성 미생물로는 QZLD01목이 그 표면에 플라스티스피어를 구성하는데, 그중 Colwellia와 Agarilytica, QZLD01목이 플라스틱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편적으로 생물 목만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호기성 미생물에 비해 혐기성 미생물이 분해 효소를 가진 경우가 적다고 판단해보자. 해수 깊이가 깊어질수록 혐기성 미생물이 플라스틱 표면에 달라붙게 되면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미생물의 개체 수가 감소하므로 플라스틱 분해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심해환경에서의 플라스틱 분해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이라 결론지었다. 아쉽게도 미생물들이 어떻게 심해환경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시키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그래도 쓰레기 없는 사회가 더 낫다
위 내용들을 읽고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심해에서 분해되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모두 분해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PLLA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대표물질 중 하나인데, 실험에서는 분해되지 않있다. 초반에 미생물들이 필름 표면에 존재하고 있음이 관찰되었으나, 8개월이 지난 후 확인해보니 필름 표면은 처음처럼 매끈했으며 분해가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진들은 이 결과가 심해에는 PLLA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 집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실제로 PLLA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긴 하지만 온도 60°C 이상, 습도 60% 이상의 조건이 되는 곳에서만 분해가 일어날 수 있으며 토양과 강가에서도 쉽게 분해가 되지 않는다. 퇴비화 전용 수거장이 아닌 이상 분해가 되기 어려운 것이다.
쓰레기는 한 번 발생하면 줄이기도 어렵고, 아무리 환경오염을 덜 일으킨다고 해도 환경에 유해하다는 성질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의 전환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쓰레기를 생성하지 않는 움직임이 선행되어 언젠가는 플라스틱이 없는 심해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해양쓰레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해양쓰레기섬', 그만 커질 때도 됐지 않아?", 23기 김예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117
2. "바닷속 부비트랩, 폐어망", 22기 홍예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80
참고문헌
[심해를 점령한 플라스틱 쓰레기]
1) X.Zhang, X.Peng, "How long for plastics to decompose in the deep sea?", European Association of Geochemistry, vol.22, 2022.6, https://doi.org/10.7185/geochemlet.2222
[깊은 바다일수록 더욱 사라지지 않는다]
1) 한정우, 허필호,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연구 및 선진 연구 개발 동향", PD ISSUE REPORT, vol.19-5, 2024.05
2) Webb, Hayden K., Jaimys Arnott, Russell J. Crawford, and Elena P. Ivanova. 2013. "Plastic Degradation and Its Environmental Implications with Special Reference to Poly(ethylene terephthalate)" Polymers 5, no. 1: 1-18. https://doi.org/10.3390/polym5010001
[심해 속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기존 플라스틱의 분해도 차이]
1) Omura, T., Isobe, N., Miura, T. et al. "Microbial decomposition of biodegradable plastics on the deep-sea floor", Nature Communications, vol.15, 568 (2024). https://doi.org/10.1038/s41467-023-44368-8
[미생물집단과 생분해의 연관]
1) Omura, T., Isobe, N., Miura, T. et al. "Microbial decomposition of biodegradable plastics on the deep-sea floor", Nature Communications, vol.15, 568 (2024). https://doi.org/10.1038/s41467-023-44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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