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페트병은 '무색' 페트병이 아니다

투명 페트병은 '무색' 페트병이 아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김석언

 

[투명 페트병, 또 다른 유색 페트병?]

[자료 1. 유색 페트병에서 투명 페트병으로의 전환]

출처: 시장경제 

“사이다 하면 떠오르는 색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특유의 초록색 병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것이지만, 이제는 투명한 병이 우리에게 훨씬 더 익숙하다. 2019년,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유색 음료 용기가 퇴출되었다. 유색 페트병에는 색을 내기 위해 색소 및 불순물이 첨가되는데, 이것이 투명 페트병과 섞여 재활용되면 품질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에서는 재활용 분담금 등을 통해 기업이 스스로 재활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다. 제품 변질 우려가 있어 갈색 페트병을 쓰는 맥주 업계도 최근 투명 페트병으로 변경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유색 페트병 퇴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투명 페트병에도, 우리 눈에 보이는 '맑고 깨끗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색이 첨가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PET의 color 특성]

[자료 2. PET의 color 특성]

출처: MDPI

페트병의 원소재인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생산 시에는 고유 점도, 녹는점, 색 등 다양한 물성을 관리 규격 내로 유지하는 품질관리가 이뤄진다. 이 중 색의 경우는 color L과 color b 두 가지 수치를 중요하게 본다. 먼저 color L은 PET 제품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color L 값이 높을수록 색이 밝아지고, 낮을수록 색이 어두워진다. 다음으로 color b는 PET 제품의 노랗고 파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color b 값이 높을수록 색이 노랗고, 낮을수록 색이 파랗다.

[자료 3. 하얗고 푸른 빛을 띄는 PET 제품]

출처: LG케미토피아

그렇다면 어떤 색이 더 품질 특성이 좋다고 여겨질까? 우리 주변의 페트병들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검은색보다는 투명한 느낌을 주는 하얀색이 선호되므로 color L은 높을수록 좋다. 또 맑은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노란빛보다는 은은한 푸른빛이 더 적합하므로 color b는 낮을수록 좋다. 실제로 페트병을 불투명한 종이에 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간의 푸른빛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특성을 만족하기 위해 PET 생산 시에는 컬러 토너(toner)가 따로 첨가된다. 그래도 color spec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은 다른 품질 특성이 떨어지지 않더라도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

 

[재활용 PET, color 때문에 답보 상태?]

[자료 4. 100% 재활용 PET를 사용한 코카콜라의 스마트워터]

출처: 한국일보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우리가 깨끗이 씻고, 라벨을 떼고, 찌그러트린 페트병이 새로운 페트병이 되어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재활용의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PET 재활용은 크게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뉘는데, 전세계적으로는 물리적 재활용이 대세다. 유럽연합(EU)이 2021년 일회용 플라스틱 위원회(SUPD)를 출범해 페트병 내 재활용 PET 함량을 2030년까지 30% 이상 포함하게 하는 법안에 합의하면서 다국적 음료 기업들도 물리적으로 재활용된 페트병 개발에 뛰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 물리적 재활용 시장이 답보 상태인 이유 중 하나로 color가 지목된다.

[자료 5. PET의 물리적 재활용 과정]

출처: InTechOpen

재활용 PET 소재의 경우 필연적으로 어둡고 노란색을 띠게 된다. 물리적 재활용 과정에서 폐페트병은 열이 가해져 용융되는데, 이 과정에서 PET의 고분자 사슬이 끊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탄소 간의 이중결합을 포함한 바이닐 에스터 말단기(vinyl ester end group)가 생성되는데, 이것이 노란색을 띄기 때문에 color b가 높아진다. 또 같은 투명 페트병이더라도 color 특성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것들이 용융되어 혼합되면 전체적으로 어두운색을 띠어 color L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료 6. 일반 플라스틱(좌)과 재활용 플라스틱(우)]

출처: O.Berk

앞선 유럽이 환경 정책과 정부 지원으로 재활용 페트병을 일찌감치 정착시킨 반면, 우리나라는 음료수 병과 같은 식품 용기에 재활용 플라스틱을 쓰는 게 2022년에야 가능해졌기 때문에 아직 제품화한 기업이 별로 없다. 또한 기업들은 color 특성이 떨어지는 것이 제품 이미지를 손상시켜 소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 소비자가 심미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 우리가 마트에서 보는 생수병이 어둡고 누런색이라면, 선뜻 구매하고 싶을까?

 

[color,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 

[자료 7. PET의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

출처: 롯데케미칼

물론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PET 재활용에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물리적 재활용에 비해 color 특성이 떨어지지 않는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더 주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해중합(depolymerization)해서 다시 원료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물리적 재활용에 비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직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color를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 오늘도 조금 어둡고 노랗다는 이유로 페트병이 되지 못한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다. 초록색에서 이제는 익숙한 투명색이 된 사이다 병처럼, 푸른 빛에서 노란빛을 띠는 생수병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 자원 순환 체계를 더 빨리 구축할 수 있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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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T에서 F, 환경을 위한 플라스틱 PEF", 24기 도영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320

T에서 F로, 환경을 위한 플라스틱 PEF

2. "정부의 아슬아슬한 환경 규제 줄타기", 23기 고가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328

정부의 아슬아슬한 환경 규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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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투명페트병, 또 다른 유색페트병?]

1) 곽은영, “[1분 환경] 유색페트병은 왜 재활용이 안 될까?”, 그린포스트코리아, 2021.01.10.,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236

2) 김은영, “자원재활용법 시행 D-1... 유색 페트병 퇴출, 샴푸통은 예외”, 조선비즈, 2019.12.24.,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24/2019122401600.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재활용 PET, color 때문에 답보 상태?]

1) Patnarin Benyathiar et al, “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Bottle-to-Bottle Recycling for the Beverage Industry: A Review”, 14, 12, 2366, 2022.06.11.

2) 김현종, “[영상] "나는 새것이 아닙니다?" 영국 코카콜라엔 있고 한국엔 없는 것”, 한국일보, 2022.09.04.,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90211510002518?did=t

[color,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

1) 이한, "[대한민국 환경보고서] 플라스틱 '화학적' 제활용 현황과 과제", 그린포스트코리아, 2022.05.20., https://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