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고 튀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류나연
[시추 계획 승인 발표]
[자료 1. 윤석열 대통령, 동해 석유∙가스 매장 관련 국정브리핑]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달 3일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기후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는 것, 기후 위기 대응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추의 결과는 어떨까?]
먼저, 실제로 시추가 되었을 때 국가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어느 것들이 있을까? 정부가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탐사 자원량은 최소 35억 배럴(5561.5억 L), 최대 140억 배럴(22246 억L)이다. 특히 정부는 매장 예상 자원의 비율을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하고 있다.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약 2,200조 원)에 달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선진국 탈탄소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의 수요와 가격 모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인데, IEA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2050년 석유 가격은 74%, 가스 가격은 66% 하락할 전망이다.
[자료2. 동해 석유∙가스 탐사 현황]
출처: 경향신문
일단 시추 시행 단계에 들어가게 되면, 심해 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에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 산업부는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 비용을 정부의 재정지원, 석유공사의 해외투자 수익금, 해외 메이저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탐사 시추를 통해 석유∙가스 매장 여부를 실제로 확인하고 사업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실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시점은 2035년으로 추산되고, 성공 확률은 약 20%이다. 성공 확률이 20%라는 것은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분야에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80%의 실패 확률을 간과할 수는 없다.
앞서 대한민국은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를 발견해 11번의 시도 만에 시추에 성공해 가스를 생산했지만, 개발 초기의 기대에는 못 미친 채 마무리한 바 있다. 1998년 발견된 동해 가스전은 수심 150m 안팎의 대륙붕에 위치한 것에 반해, 이번 석유∙가스전은 수심 1,000m 이상의 심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시 땅속으로 2,000m 이상 들어가야 한다.
[환경에 미칠 영향은]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에 따르면, 예상 탐사 자원량을 실제 채굴해 사용할 경우 47억 7,750만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2022년 한국의 국가 총 탄소 배출량의 7.3배이자, 남은 한국 탄소 예산(인구 비례 기준)의 1.4배에 달하는 수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10년이 소요되고, 생산기간은 약 30년이라고 말했다”며 “정부 계획대로라면 2060년 이후까지도 화석연료를 채굴하게 된다. 이것은 법률로 규정한 2050년 탄소중립 규정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석유∙가스전과 CCS]
CCS란 Carbon Capture and Storage의 약자로, 화석연료로부터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저장하는 탄소포집저장을 뜻한다. 2021년 생산이 종료됐던 동해 가스전이 CCS 실증사업으로 활용돼 본격화에 들어간 만큼, CCS는 가스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료3. CCS 사업 개요도]
출처: 에너지신문
CCS는 당장 온실가스 저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저장 분야 중, 해양 지중 저장 방식을 채택했고 생산이 끝난 동해 가스전을 저장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오는 2030년까지 울산 등에서 포집된 연간 1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천연가스 채취가 완료된 동해 가스전 지중에 저장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현재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된 단계이다.
2023년 3월 공개된 EU의 탄소중립 산업법에서는 CCS를 ‘전략적 넷제로 기술’, CCUS를 ‘넷제로 기술’로 지정하고 관련 산업을 EU 역내 유치하기 위한 인허가 단축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CCS 기술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 대신 원유를 뽑는 공법에 활용되면서 제대로 된 탄소 저감 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IEEFA에서는 CCS 기술이 온실가스 저감 효과 대신 석유, 천연가스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포집된 CCS가 온전히 저장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스 산업의 미래는]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7곳 중 2곳을 호주 업체가 이미 분석을 마쳤고,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사업을 철수했다고 한다. 더하여 석유∙가스전 개발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한 미국 자문업체 ‘액트지오’ 선정 과정과 석유∙가스전의 경제성 등에 대한 의구심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전 세계가 탈탄소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던 국내 산업계는 이번 동해 가스∙석유전 발표로 방향성에 혼란을 겪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CCS 또한 친환경 관련 사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 대비 감축 잠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화석연료 산업에 CCS를 덧붙여 산업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과 주가를 운운하며 화석연료 투자를 조장하는 것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역행하는 결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석유가스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구글 AI 탑재 메탄샛 위성, 메탄 배출 주범 잡을 수 있을까?", 25기 맹주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425
2. "이-팔 전쟁이 일으킨 LNG 보급 전쟁", 22기 김혜윤, 23기 박하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94
참고문헌
[시추 계획 승인 발표]
1) 김영신, 곽민서, “尹 “동해에 140억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커… 시추계획 승인””, 연합뉴스, 2024.06.03,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4723773?sid=100
[시추의 결과는 어떨까?]
1) 김지성, “시추 한 번에 1,000억…”전보다 기술 발달, 성공률 20%””, SBS, 2024.06.03,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160464?sid=101
2) 오유진, “”기후위기 가속하는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 계획 즉각 철회하라””, 전기신문, 2024.06.03,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38071
3) 이진주, “동해 석유∙가스 상업개발 2035년…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 경향신문, 2024.06.03,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00068?sid=101
[환경에 미칠 영향은]
1) 박기용, “재생에너지 무관심, 석유∙가스에 반색… 탄소중립 약속은?”, 한겨레, 2024.06.03,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692119?sid=102
[석유∙가스전과 CCS]
1) 윤수은, “석유공사, 한반도 해역 대규모 CO₂ 저장소 발굴 추진… 환경 영향은?”, 이코리아, 2023.12.27,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7101443&memberNo=38830729&vType=VERTICAL
2) 최인수, “동해 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 예타 본격화… 약 3조 투입”, 에너지신문, 2024.03.19,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180
[가스 산업의 미래는]
1) 김안수, “[단독] 우드사이드, 철수 전 ‘대게’ 정밀 분석∙∙∙ “경제성 마이너스” 결론”, JTBC, 2024.06.13,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200775
2) 이유진, “액트지오∙검증단∙석유공사 ‘수상한 삼각 연결고리’ 찾았다”, 경향신문, 2024.06.14,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6141646001
'News > CCUS-수력-풍력-지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탄소와의 전쟁, CCUS (11) | 2024.05.01 |
---|---|
태양광에 이어 해상풍력까지... 계속되는 중국의 침투 (13) | 2024.02.29 |
양수발전, 미래의 재생 에너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7) | 2024.02.29 |
이제는 해상풍력의 시대? (7) | 2024.01.30 |
에퀴노르의 제주 진출, 앞으로 한국 해상풍력의 미래는? (6) | 2023.07.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