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청정수소 입찰, 성공한 거 맞나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신혜진
세계 최초 청정수소 발전 경쟁입찰 진행
[자료 1. 한국남부발전 청정수소 기반 전력 생산 개념도]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연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의 첫 참여 사업자로 한국남부발전이 최종 결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2월 2일 전력거래소를 통해 ‘2024년 청정수소 발전 경쟁 입찰’을 진행한 결과, 연간 750GWh의 전력 공급 계획을 제출한 한국남부발전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남부발전은 향후 인프라 구축과 발전기 개조를 포함한 사업 준비 기간을 거쳐 2028년부터 청정수소 기반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통해 고정가격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수입해 남부발전에 공급하기로 했으며, 전력 거래 기간은 상업 운전 개시일부터 15년이다.
이에 남부발전은 석탄화력발전기인 삼척빛드림 본부의 삼척그린파워 1호기에서 기존 연료인 석탄의 비율을 80%로 낮추고, 암모니아를 20% 섞는 혼소 발전을 통해 연간 750GWh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를 통해 연간 7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예정이다.
청정수소란?
청정수소(Clean Hydrogen)란 연소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거나 최소화된 수소를 이른다. 정부는 청정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CHPS) 등 연관 제도를 뒷받침하고 기업의 청정수소 관련 투자를 도모하기 위해 청정수소 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청정수소 인증제는 수소 생산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겨 탄소 배출량이 적은 수소를 인증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에 수소 1kg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4kg 이하일 경우 청정수소 인증을 부여한다. 배출량의 산정 범위는 Well-to-Gate(원료 채굴~수소 생산)를 적용한다. 국내의 경우 해외로부터의 청정수소 수입이 불가피하므로 선박 배출량 등은 제외한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LNG를 화학적 방법으로 개질하여 만드는 그레이수소, 일반 수소지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된 그린수소,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발전을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핑크수소 등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등이 청정수소의 범주로 인정받는다.
CHPS 정책 개요
[자료 2.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주요 내용]
출처 : SK ecoplant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청정수소는 상당히 비싸다. 일례로 국내 최초의 그린수소 생산시설로부터 수소를 공급받는 제주 함덕의 수소충전소는 1kg당 2만 원대에 수소를 조달, 1만 5천 원에 판매 중이다.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탄소 포집 기술도 대규모 자본투자를 요구한다. 해외에서 생산한 청정수소를 선박을 이용해 들여오는 방안 또한, 청정수소를 수소운반체로 전환하여 운반한 후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처럼 청정수소를 사용한 발전 방식은 연료비가 커 시장 경쟁력이 낮으며, 발전사업자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기도 어려웠다. 이를 보완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lean Hydrogen Energy Portfolio Standards, CHPS)이다.
정부는 수소경제 법에 따라 한국전력과 구역전기사업자가 청정수소로 발전한 전기를 매년 일정 규모 이상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CHPS를 도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전사업자 선정을 위해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을 개설했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은 청정수소를 발전 연료로 활용해 만들어진 전기를 전력 당국이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고정가로 구매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제도다. 올해 처음 공고된 입찰 물량은 연간 6천500GWh로, 계약 기간은 15년이다.
청정수소 발전 입찰 시장에는 국내 청정수소 인증 기준을 충족한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만 참여할 수 있으며, 전력거래소는 발전단가에 해당하는 가격 지표(60%)와 청정수소 등급, 연료 도입의 안정성, 산업 및 경제 기여도 등을 포함한 비가격 지표(40%)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렇게 공급된 전기는 전력시장에서 다른 발전 방식으로 생산한 전기와 같이 전력도매단가(System Marginal Price, SMP)로 1차 정산을 받고, 이후 입찰 시 제시한 고정비 및 연료비와 SMP 간 차액을 추가로 정산받게 된다. 즉, 낙찰받은 청정수소 발전사업자는 발전하여 공급한 전기의 생산 비용 전체를 보상받되, 일부는 전력시장에서의 일반 거래를 통해 받고 나머지는 전력기반기금을 통한 보조금으로 충당 받게 된다.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청정수소 발전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청정수소의 조달 비용을 국가로부터 사실상 전부 보전받을 수 있게 됐다. 사업 확대에 장애 요소로 작용했던 청정수소의 높은 비용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첫 청정수소 발전 입찰 결과, 부진한 성적표
그러나 첫 청정수소 발전 입찰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입찰에는 남동발전, 동서발전, 중부발전 등 5개 발전사 소속의 6개 발전소가 6천 172GWh 규모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남부발전만 유일하게 낙찰자로 선정됐다.
당초 정부는 청정수소와 암모니아를 통해 연 6천 500GWh의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 도입 가격에 맞춰 입찰을 신청한 곳이 남부발전밖에 없어 연 750GWh만 공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계획의 11.5%에 불과하다.
입찰에 도전한 다른 발전사는 전력거래소의 가격 상한선이었던 kWh당 400원대 중반 수준보다 10~20%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해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발전사들이 높은 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청정수소·암모니아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아직 청정수소의 대량 생산·유통 체계가 형성되기 전이므로 전력 당국이 설정한 입찰 상한선과 기업이 안정적 이익을 기대하는 입찰가 사이에 괴리가 큰 것이다.
또한 낙찰받은 남부발전 또한 암모니아 인수시설 구축에 일정 수준 정부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현 발전단가 상한 아래서는 정부 지원 없이 낙찰받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높은 생산비용과 인프라 구축 비용, 청정수소 발전 기술 측면에서 한계를 느껴 입찰 참여의 벽 자체가 높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청정수소 발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료 3. 청정 수소와 에너지 전환]
출처 : HTWO
청정수소 발전을 통한 수소수요 확대에 험로가 예상되는 지금,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정부는 아직 세계적으로 청정수소 공급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입찰은 그 과정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찬기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관은 "대규모 청정수소 수요 창출 및 청정수소 가격 발견에 의미가 있다"며 "매년 입찰 시장이 개설될 예정으로 투찰 사례가 누적되면서 참여도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에 열린 일반수소 발전 입찰은 1천 300GWh의 규모 중 입찰에 참여한 물량만 6천GWh가 넘어 오히려 물량이 적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분산형 전원으로 기능하는 연료전지가 이미 국내에 설치된 사례가 많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청정수소의 수요 확대가 안정적인 청정수소 입찰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 대 보급과 수소충전소 660기 이상 구축을 계획하고 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청정수소를 비롯한 수소 수요는 계속하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수소 발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과 청정수소 공급망을 확충하는 동시에 청정수소 수요 또한 적극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나 발전단가 조정 또한 낮은 경제성을 극복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청정수소 발전산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길, 발전 부문 탈탄소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수소 발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Remake] 청정에너지를 위한 혼소발전, 정말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될까?", 25기 노정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494
2. "[취재] 청정(Clean)수소, 너 정말로 깨끗해?", 23기 김경훈, 24기 변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417
참고문헌
[세계 최초 청정수소 발전 경쟁입찰 진행]
1) 차대운, "세계 첫 청정수소 발전시장 2028년 본격 가동…남부발전 참여", 연합뉴스, 2024.12.02., https://www.yna.co.kr/view/AKR20241202126700003?input=1195m
[청정수소란?]
1) 이상현, "청정수소 인증제, 어떻게 운영되나", 월간수소경제, 2024.03.28., https://www.h2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2249
2) 이혜진, "주요국 청정수소 인증제 수립 동향과 시사점",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24, 6, 3-14, 2024.03.18.
3) SK E&S, SK E&S MEDIAROOM, "[에너지백과] 컬러수소(Color hydrogen)", 2022.07.11., https://media.skens.com/1067
[CHPS 정책 개요]
1) 김재경, SK ecoplant NEWSROOM, "수소 상용화 앞당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A to Z", 2024.03.29., https://news.skecoplant.com/plant-tomorrow/15746/
2) 이상현, "정부, 청정수소 인증제 운영방안 확정", 월간수소경제, 2023.12.18., https://www.h2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1621
2) 차대운, "세계 첫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열린다…2028년 발전 시작", 연합신문, 2024.05.24., https://www.yna.co.kr/view/AKR20240524061400003
[첫 청정수소 발전 입찰 결과, 부진한 성적표]
1) 김재경,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나?", 에너지경제, 2024.12.11., https://www.ekn.kr/web/view.php?key=20241211022392636
2) 한상원, "위기 자초한 청정수소발전", 가스신문, 2024.12.05.,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046
[청정수소 발전 시장 활성화를 위해]
1) 김형규, 김우섭, 이슬기, "세계 첫 청정수소발전 흥행 실패…기업 "단가 높아 입찰 어려워"", 한국경제, 2024.11.27.,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12788391
2) 정선호, "수소발전 입찰시장 운영현황 및 기대효과", 전기저널, 2023.11.14., 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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