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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재난은 항상 경고를 동반한다

by R.E.F. 26기 이서진 2025. 4. 28.

재난은 항상 경고를 동반한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이서진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싱크홀

[자료 1. 명일동 싱크홀 사건 현장]

출처 : 한국일보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직경 20m, 깊이 20m 규모의 대형 싱크홀(땅 꺼짐)에 매몰됐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서울시는 싱크홀 인근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와의 연관성 등을 염두에 두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인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25일 브리핑을 열고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씨가 이날 오전 11시 22분쯤 싱크홀 중심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전날 오후 6시 30분쯤 이곳을 지나다 땅이 꺼지며 떨어졌다. 강동소방서는 이날 새벽 싱크홀에서 박씨 휴대폰과 오토바이를 찾았고 사고 발생 17시간 만에 시신을 수습했다. 싱크홀에 누수된 물 2,000톤이 토사 6,480톤과 섞인 채 고여 있었고 인근 공사장 중장비까지 뒤엉켜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당국은 밝혔다.

사고 원인으로는 인근 상수도 누수로 인해 연약해진 지반이 주저앉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노후 상하수도 누수는 지하수로 생긴 지반 아래 빈 공간(공동)과 함께 싱크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를 막으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지하 빈 공간을 탐지할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문제라는 지적이 이전부터 제기됐다.

사고 원인으로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영향을 미쳤는지도 검토될 예정이다. 당시 싱크홀 주변에는 지하철 터널을 뚫는 굴착 공사가 한창이었다. 야간작업에 투입된 작업자 네댓 명이 터널에 들어갔다 누수를 확인하고는 이상 징후를 느끼고 대피했는데, 지상 교통 통제 등 사후 조치를 하기도 전에 지반이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터널 굴착 지점과 싱크홀 지점이 거의 일치한다"며 "공사와 사고의 연관성을 100% 배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극 전에 경고가 있었다

사망자가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땅이 꺼지기 전 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입수한 ‘연도별 싱크홀 발생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총 867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으로는 상하수관 손상과 기타매설물 손상이 497건(57%), 굴착공사 부실과 다짐(되메우기) 불량, 상하수관 공사 부실, 기타매설공사 부실, 기타 등이 278건(43%)을 차지했다. 10건 중 4건 이상은 자연적인 노후화가 아닌 부실공사 등으로 인한 인재(人災)였던 셈이다. 특히 상하수관 손상이 작은 싱크홀을 발생시키는 반면, 부실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규모가 큰 게 특징이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상하수관 노후화로 인한 누수는 싱크홀 깊이가 깊어야 1~2m 정도에 불과하다”며 “깊이가 깊은 대형 싱크홀의 경우 다른 지하공사 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명일동 대형 싱크홀도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공사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 관계자는 지난 2월 24일 서울시에 1공구 현장에 대해 붕괴를 우려하는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1공구 종점 터널구간'으로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점 바로 아래를 포함해 1공구 구역 자체의 지반이 약해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사에 참여했던 관계자가 사건 발생 한 달 전, 해당 지역의 지반이 약하고 차량 등으로 압력이 커 붕괴를 우려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것이다.

[자료 2.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관계자의 민원에 대한 서울시 답변]

출처 : 노컷뉴스

하지만 서울시는 '문제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서울시는 "공법 등에는 차이가 있으나,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로 설계했다"고 답했다. 연약한 지반, 강한 압력으로 인한 붕괴를 우려한 민원이 이번 사고 원인 조사 결과 유의미했던 것으로 확인될 경우 당시 서울시의 민원 조치를 두고 거센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행정은 공익 실현을 위한 것

서울시가 사건이 있기 전 해야 했던 것들은 명백하다. 부실공사 방지 대책 수립과 함께 위험 지역 중심 안전진단을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했다. 그러나 부실공사로 인한 인재가 5년간 4할에 달하고, 민원이 들어와도 제대로 된 조사조차 시행하지 않았다. 탐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탐사팀이 별도로 구성된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토안전관리원에 지반탐사를 매년 2회씩 요청한다. 지자체는 지난해 싱크홀 위험지 총 627곳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했고, 올해에만 3월까지 1,236곳을 의뢰한 상태다. 그러나 본지 점검 인력은 단 12명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지반탐사 인력 확충과 안전진단 강화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9호선 4단계 연장사업을 비롯해 동북선, 위례선 등 약 30㎞이며, 서울시의 상하수관로 가운데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6019㎞, 상수관로는 4811㎞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반탐사를 정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실시할 방안도 절실하다.

물론 이 개선 방안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의뢰해 고위험지역 50곳을 정부에 보고하였으나 해당 목록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오직 8곳만 서울시의 의뢰에 응해 제출했었던 사실만 봐도 분명하다. 지반탐사 개선을 위한 기술과 인력 충원에는 추가 예산이 들어갈 것이다. 예산 확보에는 수많은 찬반이 지지부진하게 부딪힐 것이다. 또 아예 자치구가 고위험지역에 지정되는 것을 꺼리며 협력을 회피할 가능성도 높다. 집값과 시민들의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행정은 국가 목적 또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국가 작용이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망자 한 명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경고가 있었고, 이를 무시한 죗값은 이토록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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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싱크홀]

1) 이유진, “운전자 목숨 뺏은 20m 싱크홀… 작년 국토부 특별점검에선 '이상 없음'”, 한국일보, 2025. 03. 25,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2516330005488?did=NA

[비극 전에 경고가 있었다]

1) 송영훈·주보배, “[단독]사망 사고 싱크홀, 1달 전 '붕괴 경고민원…서울시 "이상없다답변”, 노컷뉴스, 2025. 03. 25, https://www.nocutnews.co.kr/news/6313897?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50325064036

2) 이진우, “[단독] “그때 이후 발밑이 두렵다”…공사장 인근 지날 때마다 조마조마 [싱크홀②]”, 세계일보, 2025. 04. 03,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402517744?OutUrl=naver 

[행정은 공익 실현을 위한 것]

1) 원석진, “[단독] 서울 '땅 꺼짐' 고위험지역 50곳 더 있다‥우리 동네는 어디?”, MBC뉴스, 2025. 04. 08,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04485_367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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