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와 건설 사이, 기후대응댐이 마주할 미래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박희원
기후대응댐에 반대한다
지난 2024년, 환경부는 ‘기후대응댐’이라며 14곳의 댐을 신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목적댐 3곳, 홍수조절댐 7곳, 용수전용댐 4곳으로 이루어진 해당 계획은 발표 익월부터 지역 설명회 및 공청회 진행, 관계 기관과의 협의 과정에 착수했다.
환경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후대응댐 계획은 최근 심각해진 홍수와 가뭄 문제 예방, 국가 전략산업 지원에 필요한 미래 물 수요 대응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수도권 용수 공급의 주요 원천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이미 94%의 용량을 사용 중이기에 현행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한 번에 80~220mm의 강우를 담을 수 있는 홍수조절 능력과, 22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연간 2.5억톤가량의 물 공급능력을 지닌 댐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합리적으로 보이는 계획의 이면을 들춰보면, 지역 주민의 극심한 반대가 드러난다. 14곳 가운데 수입천댐이 건설될 예정인 강원도 양구군은 주민 반대가 가장 강한 지역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늘어나는 댐, 고립되는 주민
양구에는 댐과 관련된 뼈아픈 역사가 많다. 1943년에는 일제가 대륙 침략을 위한 전력 공급을 목적으로 이곳에 화천댐을 건설했다. 화천댐 건설 후에는 양구 북면이 수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어서 30년 후인 1973년, 수도권 용수 공급을 위해 소양강댐이 건설되면서, 양구읍과 남면 일부가 인공 호수 소양호에 잠겼다.
끝이 아니다. 1987년, 당시 군부는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고자 북한이 서울을 물바다로 만들려고 한다는 주장을 과장해 내세웠다. 이에 따라 수공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양구에 지어진 것이 ‘평화의댐’이다. 이 평화의댐으로 인해 양구 천미리 일부는 물에 잠겼다. 양구에는 이미 세 개의 댐이 있다. 이 댐들은 양구를 여러 번 수몰시켰으며, 여전히 이곳을 둘러싼 채 지역을 섬처럼 고립시키고 있다.
[자료 1. 양구 수입천댐 예정지와 건설 시 수몰 예정지]
출처 : 경향신문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양구 수입천에 1억톤 규모의 수입천댐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것이다. 수입천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해당 공장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양구의 주민들은 이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기존 세 댐의 영향으로 안개가 자주 발생하는데, 추가로 지어진다면 안개가 더욱 짙어져 생활이 불편해질 뿐 아니라 농작물에 곰팡이가 피는 등 농사 피해도 우려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입천댐이 지어질 고방산 일대 옆 일부 가구와 농지, 계곡이 수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렇듯 댐으로 인해 주민 피해는 심해지고, 지역은 더욱 고립된다.
정말 ‘기후대응’댐인가
지역 피해를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정말 댐을 신설해야 할까? 환경부가 제시한 대로 홍수와 가뭄이 해가 지날수록 심각해지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대응댐을 신설한다고 해서 홍수·가뭄을 예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발표된 14곳은 대체로 홍수와 관련성이 낮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폭우 발생 시 댐으로 물 저장 공간을 늘리더라도 하류 지역의 홍수에는 대응할 수 없다. 상류의 폭우 피해만을 잠시 진정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에 더해 용수 공급 문제의 경우 댐을 추가 건설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다. 신설 없이 상류의 화천댐을 하루 190톤가량 추가 방류하기만 해도 하류 팔당댐에서 109만톤을 더 취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2050년 필요 예상량인 하루 80만톤보다 29만톤 많은 양에 해당한다. 즉, 기존 시설만으로도 충분히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자료 2. 영주댐의 녹조 현상]
출처 : 한겨레
심지어는 현재 운영 중인 댐마저도 무탈하지 않다. 1990년 설치된 강원 도암댐은 수질 오염으로 인해 설치 10여 년 만인 2001년 발전을 중단했다. 경북 영주댐은 4대강 사업에 따라 1급수를 자랑하던 내성천 환경 훼손을 감수하며 건설됐지만, 녹조 현상과 수질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댐 건설 시 물의 흐름이 정체되는 것은 필연적이며, 이는 남조류와 같은 수질 문제를 수반한다. 그리고 수질 문제는 자연스레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결국 댐은 건설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환경에 악영향까지 끼치는 것이다.
댐 없앴더니 생태계 회복되는 이유
댐의 문제점을 일찍이 파악한 국가들은 댐 증설은커녕 철거를 진행하는 추세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및 하천 생물 다양성 증대, 생물종 복원을 위해 하천 생태계 보전 및 복원 정책을 자체적으로 또는 국가 간 통합 조직을 통해 집중 개발 중이며, 그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댐 철거다.
[자료 3. 미국의 댐 철거 사업]
출처 : American Rivers
대표적 사례인 미국은 약 9만 개의 댐을 보유하고 있던 국가다. 그러나 최근 미국 환경단체 American Rivers에서는 2050년까지 3만 개의 댐을 제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2023년에만 80개의 댐을 철거했고, 1912년부터 당해까지는 총 2천 개 이상의 댐을 철거하는 등 댐 제거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판 4대강으로 불리며 문제가 지속되던 클래머스강 하류의 4개 댐은 2022년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서 철거가 승인됐다. 해당 지역에는 댐이 강의 흐름을 단절하며 연어 서식지를 훼손하고 녹조를 발생시킨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제거사업을 통해 철거된 후, 10여 년이 지나 그 결과를 보여주는 댐이 있다. 바로 엘화강에 있는 엘화댐이다. 엘화댐은 1925년에 완공돼 100년 가까이 운영되다 2012년 철거됐다. 같은 엘화강에 있던 글라인스캐니언댐 역시 2014년 철거가 완료됐다. 2025년 현재 이곳은 숲이 재형성됐고, 강에서 사라졌던 연어가 다시 등장했으며, 모래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지형이 이전에 비해 복잡해지며 연안 생물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결국 댐 제거사업은 어류 통로 차단, 수질의 변화, 수문 체제 및 침전 체제의 변화에 따른 하류 악화 등으로 인한 악영향을 중단시킨다는 이점을 가진다. 더해서, 이전 댐 입지 주변과 상류에 하천 어장의 복구나 개량을 꾀하는 등 다양한 부가적 공익을 가져올 수 있다.
철거-건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주민 반발에 따라 정부는 작년 10월 수입천댐의 건설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취소하지는 않겠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보류 결정 후에도 필요성을 강조하고, 지원금 확대 계획을 내놓으며 반대 여론을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를 두고 댐 철거를 통한 공익 비가시화는 차치하더라도 환경부가 내놓은 목적과의 무관련성, 증설에 따르는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8년, 당시 환경부는 댐 정책 패러다임을 건설보다는 관리로 전환하고,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 움직임인 댐 철거에 역행하며 세상에 나온 건설 계획은 끝없는 잡음을 야기하고 있다. 정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은 어디일까. 철거일지, 건설일지, 국가적 차원의 고심이 필요한 순간이다.
기후대응댐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Water Risk:수자원 리스크] 기후대응댐이 아니라 환경파괴댐이 될 수 있다”, 23기 김경훈,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670
[Water Risk:수자원 리스크] 기후대응댐이 아니라 환경파괴댐이 될 수 있다
[Water Risk:수자원 리스크] 기후대응댐이 아니라 환경파괴댐이 될 수 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14개의 기후대응댐 건설과 그 배경[자료 1.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출처 : 환경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ENERGY NEXUS]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공급 해법은?", 23기 김경훈, 25기 맹주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740
[ENERGY NEXUS]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공급 해법은?
[ENERGY NEXUS]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공급 해법은?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25기 맹주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물의 필요성[자료 1.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출처 :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기후대응댐에 반대한다]
1) 대통령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환경부] 환경부, 기후대응댐 후보지(안) 14곳 발표”, 2024. 07. 30, https://water.go.kr/board/PolicyNews/10287
[늘어나는 댐, 고립되는 주민]
1) 강정의, “삼면이 댐인 동네, 송전선 관통할 마을···오로지 ‘반도체’를 위하여”, 경향신문, 2025. 02. 1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040600001/?utm_source=article&utm_medium=newsletter&utm_campaign=khan
[정말 ‘기후대응’댐인가]
2) 김기범, “탄핵 와중 ‘기후역행댐’ 강행한다는 환경부…“기후환경부 표방할 자격 없어””, 경향신문, 2025. 01. 10,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101645001#c2b
3) 김정수, “있어야 할 이유 없는 ‘4대강 애물단지’…내성천 영주댐의 운명은?”, 한겨레, 2019. 10. 19,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47533.html
4) 차현진, “[단독/댐연속기획②] "추가 댐 없어도 물 공급 충분"‥기후대응댐, 정말 필요?”, MBC, 2025. 03. 04,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692420_36799.html
[댐 없앴더니 생태계 회복되는 이유]
1) 김민욱, “[댐연속기획①] "연어가 돌아왔다!" 댐 허무는 미국, 더 짓겠다는 한국”, MBC, 2025. 03. 03,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692009_36799.html
2) 남종영, “‘미국판 4대강 보’ 7천억원 들여 철거된다”, 한겨레, 2022. 11. 18,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67872.html
3) 장지선, "미국 도심하천 복원지침과 댐 제거 실행방안 연구", 서울특별시 행정국, 2019. 05, https://opengov.seoul.go.kr/abroad/18113641
4) American Rivers, “REMOVE 30,000 HARMFULl DAMS”, https://www.americanrivers.org/remove-30000-dams/?_gl=1*jjeq64*_gcl_au*MTM5MTYzODA1NC4xNzQ0NDYwOTc0
[철거-건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1) 정봉석,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댐?”, 주간경향, 2024. 09. 16,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2409061600041&dept=114
'News > 기술-산업-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프의 에너지 외교, 알래스카 LNG로 한국 관세·에너지 전략 시험대 올려 (2) | 2025.04.28 |
---|---|
카이랄 촉매와 녹색 화학: 환경 오염은 줄이고, 필요한 물질만 쏙쏙 골라서 (6) | 2025.04.28 |
재난은 항상 경고를 동반한다 (8) | 2025.04.28 |
버려지는 바다 자원, 순환경제의 열쇠가 되다 (9) | 2025.04.27 |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는 도시, 에너지 자립도시의 미래 (4) | 2025.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