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의약품! 환경에 안 좋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이동주
의약품과 환경
의약품은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의약품이 이제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복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의약품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유해물질들이 하천과 토양,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약물 오염을 환경 정책의 주요 이슈로 다루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의 강과 하천에서 진통제, 항생제, 항우울제 등 다양한 의약 성분이 검출되고 있으며, 이는 수생 생물의 생식 기능 저하나 유전자 변형을 유발하는 등 생태계 교란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의약품 제조 공장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폐수 처리 없이 버려지는 물질이 인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자료 1. 의약품]
출처 : 포인트 경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서 매년 6000톤에 달하는 폐의약품이 발생하지만, 이 중 90%는 수거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나 하수로 유입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의약품과 환경은 국내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아보고 해결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의약품 폐기-환경
몸에 좋은 약을 버리는 일이 있을까? 실제로 우리 몸에서 충분히 대사되지 않은 것과 복용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폐의약품까지 증가하며 환경에 의약물질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때, 폐의약품은 복용되지 않은 채 남은 의약품이나 유효기간이 지난 제품 등을 포함한다. 수거된 후 폐의약품 처리가 되지 않는 의약품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되거나 하수구, 싱크대, 화장실을 통해 무단 배출된다. 문제는 배출된 의약품들이 하수처리장에서 완전히 걸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의약물질들은 제거하기 어렵다. 이러한 의약물질들의 약물성분이 하천, 지하수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악화시킨다. 실제로 서울시의 한 수질 조사에서는 하천에서 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항생제인 설파메톡사졸이 검출됐다.
항생제와 호르몬제 계열이 포함된 의약품이 토양과 수중 환경에 유입되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켜 슈퍼박테리아 발생, 생물다양성 파괴, 먹이사슬 교란 등 장기적인 환경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환경 내 항생제 오염을 주요 보건 위험으로 규정하고, 각국에 사용량 절감과 폐기물 관리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고령화와 질병에 맞서기 위해 의약품 사용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폐의약품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2023년 전국 폐의약품 수거량은 712.8톤으로 전년 대비 46.3%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670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사용량 증가에 따라 폐의약품 역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회수 시스템 개선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
[자료 2. 폐의약품 폐기, 회수 현황]
출처 : 한국경제
의약품 생산-환경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폐의약품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원료의약품의 대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장폐수, 부산물, 화학 잔류물은 수질과 토양,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원료의약품의 60%이상을 공급하는 인도와 중국의 경우, 공장 밀집 지역에서 항생제, 해열제, 진통제 등의 성분이 고농도로 배출돼 수질 오염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으며, 유럽 환경청은 의약품 생산 공정에서 배출된 고농도 오염 물질이 생물 독성, 내분비 교란 등 다양한 생태 독성 효과를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 환경부와 정수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성분이 정수장 원수 단계에서부터 검출되며, 이는 제약 공장에서의 미처리 혹은 불완전 처리된 배출수를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고혈압 치료제 성분인 텔미사르탄은 일부 지역에서 생태 위해도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발견돼 심각성을 드러냈다.
생산 공정 중 하·폐수 배출 외에도, 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고농도 유기탄소(TCOD), 항생제 유래 부산물 등도 대기와 수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오염물질은 표준 하수처리 시설로는 완전한 제거가 어렵기 때문에, 그대로 하천과 토양으로 흘러들어 생태계 교란을 유발하게 된다.
[자료 3. 의약품 폐수]
출처 : NEWATER
국내 제약산업은 다수의 중소규모 생산시설이 수도권 및 주요 산업단지에 위치하고 있으나, 이들 중 일부는 환경관리 시스템이 미비하거나 의약품 배출물에 특화된 처리설비를 갖추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생산단계에서의 미세약물 오염물질이 장기적으로 누적되며, 광범위한 환경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의약품을 허가받기 위한 절차에 환경위해성 평가가 의무화 돼있지 않아, 생산 단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평가되거나 관리되기 어렵다.
제도적 대응 및 노력
이러한 문제들이 대두되면서 정부는 제도적 보완에 힘쓰고 있다. 2023년 7월, 환경부는 '의약품 제조공정 폐수 내 유해물질'을 수질오염물질로 지정하고, 특정 배출시설에 대해 더욱 강화된 방류 수질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하·폐수 처리시설에 대한 기술 평가와 함께 고도 처리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식약처 또한 ‘잔류의약물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수질기준을 설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의약품 제조 공장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폐수에 대해서는 다단계 고도처리 기술이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응집·침전, 활성슬러지 처리 외에도 고도산화공정(AOP), 막분리(MBR, NF, RO) 등 고비용 고효율 기술이 활용된다. 특히 생분해가 어려운 항생제, 호르몬류는 고도산화공정을 통해 화학적 분해를 유도하며, 이후 활성탄 흡착이나 역삼투막을 통해 미량 잔류물까지 제거한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제조단계에서부터 소량 고농도 폐수를 분리 배출하고 별도로 소각하거나 전문시설을 통해 처리하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일반 의약품을 소각하는 과정과는 다르게 약물의 완전한 분해가 가능하고 고성능 필터가 존재해 오염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효율적이다.
[자료 4. 폐의약품 수거함]
출처 : TBS 뉴스
시민들도 폐의약품 수거함을 활용해 올바른 배출에 참여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동주민센터에서 폐의약품 회수 봉투를 받거나, 일반 종이봉투에 폐의약품이라고 표시한 후 밀봉해 가까운 우체통에 넣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우정사업본부와 협력해 관내 우체통을 통해 언제든지 폐의약품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보건소, 주민센터, 복지관 등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직접 투입하는 것이다. 이 두 방식 모두 폐의약품의 종류에 따라 수거 방식이 다르며, 수거된 약품은 보관처를 거쳐 소각장에서 최종 폐기된다. 이처럼 정부는 의약품 제조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 기술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처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하고 있다.
의약품 처리의 한계 및 지속가능성
의약품 소비증가에 따라 폐의약품 처리 문제도 심화되며, 이에 따라 환경오염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낮고, 관련 정책도 폐의약품 수거함 설치에 그치는 등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계 또한 의약품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거나, 그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하는 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2017년 폐의약품을 생활계 유해폐기물로 규정하고, 폐기 절차를 제도화하며 지자체의 관리 책임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많은 폐의약품이 일반 쓰레기나 하수로 배출되고 있어 수거 체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또 다른 환경 위해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책과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 강화, 고도 처리 기술의 개발 및 보급, 시민들의 책임 있는 폐의약품 배출 그리고 제약 산업의 환경적 책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의약품의 생산부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의약품이 인간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이로운 존재로 남기 위해, 지금부터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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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의약품과 환경]
1) 유창재, "우체통, 폐의약품부터 폐커피캡슐까지...환경보호 맹활약", OhmyNews, 2024.12.05,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5598
2) 조나피셔, "환경오염: '강물에 버려진 약물, 전 세계 보건 위협한다.'", BBC NEWS 코리아, 2022.02.16,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60398956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5598
[의약품 페기-환경]
1) 유용하, "환경오염 주범 폐플라스틱으로 의약품 원료 만드는 '마법의 기술' 나왔다", 서울신문, 2019.12.24, https://www.seoul.co.kr/news/society/science-news/2019/12/24/20191224500049
2) 유창재, "우체통, 폐의약품부터 폐커피캡슐까지...환경보호 맹활약", OhmyNews, 2024.12.05,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85598
[의약품 생산-환경]
1) 김기범, "[단독]수돗물 속 잔류의약품에 위협받는 국민 건강, 고령화 진행될수록 위험", 경향신문, 2025.05.07,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070600131
2) 박선재, "메트포르민 등 의약품으로 오염된 강, 환경과 인간도 위협?", MEDICAL Observer, 2022.02.22, https://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0530
3) 박현봉, "약국 폐의약품 수거 역부족..."활성화 약물, 생태계 교란", 약사공론, 2017.02.09, https://www.kpanews.co.kr/article/show.asp?idx=180964
4) 엄태선, "폐의약품 55.2%, 쓰레기통에..."제약산업 환경정책 국제조화돼야", news The Voice, 2025.05.16, https://www.newsthevoice.com/news/articleView.html?idxno=42241&utm_source=chatgpt.com
5) 편집국, "[연구논문]의약품에 의한 환경오염문제 대응방안 연구", 워터저널, 2006.03.14, https://www.water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44
6) 황원희, "약물로 오염된 강과 하천...그 대안은?", e media, 2022.07.08, https://m.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621925829781
[제도적 대응 및 노력]
1) 권주경, "유통기한이 지난 폐의약품, 어떻게 버려야 안전할까?", 내 손안에 서울, 2025.03.19,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13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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