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시리즈1 : 블랙타이거새우가 쏘아올린 작은 공
16기 이지윤, 16기 곽준우, 16기 변은경, 17기 이유림
새우 시리즈에서는 새우튀김, 새우구이 등 많은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새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볼 것이다. 시리즈의 첫 주인공은 블랙타이거 새우인데, 지금부터 블랙타이거 새우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 등지가 원산지인 ‘블랙타이거 새우’의 열풍이 불고 있다. 블랙타이거 새우는 왕새우 종류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식용되는 종으로 2009년 기준 연간 770,000 톤이 식품으로 생산된다.
또한 무려 30cm에 달하는 몸길이와 300g의 몸무게 덕분에 ‘새우의 왕’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자료 1. 블랙타이거의 바닷속 모습 ]
출처 : 제닉스
이렇게 증가하는 블랙타이거 시장 수요에 발맞춤 하기 위해 새우 양식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새우는 세계 수산물 교역량의 17.5%를 점유한다고 한다. 각국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종이 블랙타이거다. 바다새우 양식은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흰다리새우와 블랙타이거새우의 단 두 종이 모든 양식 새우의 8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블랙타이거 새우 양식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블랙타이거 새우’
2012년 미국 오리건대 연구진은 동남아시아산 블랙타이거 새우 100g의 *‘탄소발자국’이 198kg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탄소발자국: 상품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 기체의 총량. 수치가 높을수록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블랙타이거 새우의 탄소발자국은 아마존 열대 우림을 벌목하여 조성한 농장에서 키워 얻은 소고기의 탄소발자국에 비하여 10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휘발유로 따지자면 90L에 달하는 양이다.
그렇다면 블랙타이거 새우의 탄소발자국은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1년에 77만 톤이라는 엄청난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새우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 영양분이 많은 맹그로브 숲은 새우 양식의 최적의 장소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출용 새우를 양식할 수 있어 맹그로브 숲을 벌목한 자리에 양식장이 세워진다.
[자료 2. 맹그로브 숲]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맹그로브 숲은 전 세계 123개국에 분포되어 있으며 그 규모는 15만㎢로 한반도 면적의 2/3 정도이다. 맹그로브 숲은 주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경계에서 자생하는데, 독특한 위치에 존재하는 만큼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의 영향>
1. 열대우림보다 3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60배 이상의 산소를 배출한다.
2. 해양생태계에 먹이와 집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민물과 바닷물의 경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다.
3. 오염물질을 여과, 흡수하고 토양과 물 속의 질산염 또한 흡수한다. 맹그로브 한 그루는 일반적으로 30L ~ 50L 이상의 물을 정화할 수 있다.
4. 민물과 바닷물의 경계에서 산개된 뿌리로 퍼져있는 맹그로브 숲은 파도가 내는 에너지의 80% 이상을 흡수하여 자연방파제 역할을 한다.
동남아시아의 새우 양식업자들은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맹그로브 숲을 베어내고 있다. 맹그로브 숲 1만㎡를 벌목하여 새우 양식장을 만들 경우, 지구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평균 1,472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미 지난 50년간 새우 양식장 등을 이유로 전 세계 맹그로브 숲의 30% ~ 50% 가량이 파괴되었고, 이는 아마존 열대 우림이 사라지는 속도의 4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새우 양식장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독성 물질 누적과 전염성 세균의 증식으로 인해 대부분 5년이 지나면 수명을 다한다. 재양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양식업자들은 끊임없이 맹그로브 숲을 벌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맹그로브 숲이 계속 파괴되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블랙타이거 새우의 양식으로 인한 맹그로브 숲의 파괴 현황을 알아보았다. 이대로 맹그로브 숲이 계속 파괴되면 어떻게 될까?
[자료 3. 인도양 쓰나미 발생 이후 인도네시아의 모습]
출처: 인민망
2004년, 인도양 일대를 쓸어버린 규모 9.1의 대지진과 20m 높이의 쓰나미가 22만 7000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이는 맹그로브의 위력이 입증된 사례인데, 당시 독일 과학자들의 조사에서 맹그로브 숲이 있는 지역의 쓰나미 사상자는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8% 이상 적었다. 일본 교토대 조사팀은 100㎡당 맹그로브 30그루가 밀집된 경우 쓰나미 위력이 90% 축소됐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공표했다.
새우를 먹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맹그로브 숲은 더 많이 파괴되어 지구의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킨다. 헐벗은 대지와 연안에서 발생하는 지진·쓰나미 피해도 더 커질 것이다. 이는 ‘맹그로브의 역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트남은 세계 블랙타이거 새우 2위 생산국이다. 그중에서 미숙련-저임금 노동인구가 대부분인 짜빈성 지역에서는 양식업의 66%가 새우로 편중돼 있다. 무분별한 새우 양식이 지속되면 점차 맹그로브 숲이 훼손된다. 이로 인해 저지대 염해의 침투 현상이 심화되어 농업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지하수 오염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이와 같이 맹그로브 숲의 파괴가 지속된다면 새우양식업에 편중된 지역에 악순환을 가져올 뿐 아니라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와 다른 생물종에게 재앙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맹그로브, 새우,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맹그로브 숲은 1년에 2,28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뛰어난 탄소저장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100년 뒤에는 맹그로브 숲이 지구 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블랙타이거 새우를 먹는 순간 맹그로브 숲이 파괴되고,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료 4. 지구를 위한 나무 심기 프로젝트]
출처: 유엔환경계획한국협회
유엔환경계획(UNEP)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부터 올해 말까지 베트남 남부 메콩강 삼각주 지대의 짜빈성 마이롱남 등에서 지역주민 100명과 함께 맹그로브 2만 5000그루를 심는 ‘지구를 위한 나무 심기’(Plant for the Plane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통해 맹그로브 숲을 복원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연구해야 한다.
"사람은 자연을 굉장히 정교하지 않은 방식으로 함부로 소비를 해댄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사무총장을 했던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의 지적이다. 이는 소비를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얘기가 아닌, 쓸 데 없는 과소비를 꼬집은 것이다. 문제는 자연보존과 경제적 가치와의 충돌이다. 사람들도 자연 보존이라는 대의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경제 발전 또한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보존과 경제적 가치의 균형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베트남의 사례를 들자면, 태풍을 막기 위해 2만ha의 땅에 달하는 나무를 맹그로브 숲에 심는 데에 100만 달러 정도가 들었다. 똑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방파제를 세우면 700만 달러가 소요된다. 따라서 자연 해법이 훨씬 비용이 덜 드는 셈이다.
또한 맹그로브 숲에 심은 나무들로 인해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어부들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어 지역사회가 발전한다. 이를 통해 학교와 병원과 같은 사회기반 시설을 구축할 수 있으므로 지역사회에 선순환을 불러온다. 이처럼 우리가 '자연자본'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그렇다면 맹그로브와 새우, 인간은 어떻게 공생해야 할 것인가.
세계자연기금 WWF의 경우 맹그로브 숲이 법으로 보호되도록 각 정부와 협력하고, 수십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을 약속하는 등 다양한 보전 활동을 진행한다. 또한 양식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세계양식책임관리회(ASC)를 설립했다.
[자료 5. 세계양식책임관리회(ASC) 인증마크]
출처: WWF KOREA
ASC는 양식 수산물에 부착되는 인증마크를 발급하는데, 새우 양식 부분에 있어 맹그로브 서식지 보호, 오염 감소 등 지속 가능한 양식업을 위한 여러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경우에만 발급된다. WWF는 새우 양식 어민들이 보다 철저히 생산량과 양식 방식을 관리함으로써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들이 ASC 인증을 통해 자연을 해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양식이 내재화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WWF와 어민들의 노력으로, 전 세계 연간 맹그로브 숲 상실률은 1.04%에서 0.66%로 약 36%가 감소되었다. 그리고 쿠바, 푸에르토리코, 방글라데시의 순다반스 보호림 등지에서 맹그로브 나무들이 점점 회복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양식이 모든 양식 수산물에서 적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소비자로서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새우와 같은 수산물을 구매할 때 ASC 인증마크가 있는지 확인해보자. 더 많은 사람들이 수산물을 구입할 때 어디서 어떠한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인지를 고려하게 되면, 점차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이 지켜지고 우리는 소비자로서 환경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서론]
1) “얼룩새우”, giant tiger prawn, 2006. 3. 15.,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45897&cid=46691&categoryId=46691
2) 문수진, 지속가능 바람, “새우 양식의 생태적 문제점과 지속 가능성” 2020.03.23., http://blog.naver.com/baramyess/221869403146,(20.03.24.)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 ‘블랙타이거 새우’]
1) 김보아, ‘블랙타이거 새우가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한국일보, 2018.10.05.,
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810011541075846
2)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블로그 IVNE, IVNE(이브니), “새우를 먹으면 숲이 사라진다고? _ 새우와 맹그로브”, 2018.08.16., https://blog.naver.com/ivne0320/221339352099,(20.03.24)
[맹그로브 숲이 계속 파괴되면 어떻게 될까?]
1) 안동환, “탐욕이 잉태한 양식 새우…‘맹그로브 숲’ 파괴하고 쓰나미 불렀다”, 서울신문, 2018. 10.16.,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81&aid=0002949176
[맹그로브, 새우,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
1) 신준섭, “르페브르 IUCN 사무총장 "다른 생물종과 지구 공유할 방법 찾아야"”, 그린포스트코리아, 2015.01.02.,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272
2) WWF KOREA, WWF KOREA 공식블로그, “지구를 구하는 숲, 맹그로브를 파괴하고 키워낸 블랙타이거 새우”, 2019.07.22., https://blog.naver.com/wwf-korea/221592036537,(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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