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 그 등잔 밑에 기후 위기 있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장세희
식량 위기, 제대로 시작됐다.
지난 2월 24일 새벽 5시(현지 시각)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5월 1일을 기준으로 67일 차에 접어들었으며 단기간에 끝날 것이란 모두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선전으로 인해 전쟁이 장기화됐다. 세계의 밀밭인 흑해 지역이 전쟁터가 되면서 지구촌은 그 어느 때보다 식량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자료1. 우크라이나 농민이 곡물을 담고 있다]
출처 : 세계일보
기후변화와 코로나19에 이어 전쟁까지... 식량 위기, 점점 커진다.
현재 지구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여파로 식량 생산 및 공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2021년 연평균 식량 가격지수는 125.7로 전년(98.1)보다 28.1% 올랐다. 이상 기후로 인해 전체적인 곡물 생산이 줄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1월 현재 남미에서 라니냐로 건조한 기상이 계속되면서 콩, 옥수수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 전망 2022’ 보고서도 있었다. 또한 작년에는 미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의 가뭄, 고온 피해가 심해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수확량과 생산량이 40% 줄었다. 호주는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식량 생산 및 운송 비용을 높이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자료2. 세계 식량가격지수]
출처 : 한국일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상위 5대 곡물 수출국이다. 두 나라는 2018~20년 기준 전 세계 ▲ 밀 1/3 이상(34%) ▲ 보리 1/4 이상(34%) ▲옥수수 1/5 가량(17%)을 생산했다.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생산의 절반가량(49.%)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흑해를 차단하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98%가 막혔다. 러시아도 경제 제재의 보복으로 비우호국에 곡물 수출을 제한했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피해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흑토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됐고 농민, 농기계 부족도 심각하다. 특히 우크라이나 남동부 중심으로 교전이 계속되고 있어서 전쟁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토양 피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세계 시장 점유율]
출처 : 경향신문
세계 농산물 수출국들은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곡물 수출 제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만,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생한 2020년부터 밀·옥수수·쌀 등 주요 곡물에 대해 일찌감치 ‘무기한’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전쟁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25일 기준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비롯한 16개 국가가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고통받는 식량 위기, 이번에는 식량 위기가 기후변화 위협한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곡물 수입 의존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식량안보에 중요성을 깨닫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식량안보 해소를 위해 경작지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이하 EU)의 농업 장관들은 3월 21일 비료 자체 생산 등 농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EU 농업 부문 수장인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집행위원은 최근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EU 내 식량 생산을 늘리는 게 우선시 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자료5. EU 국기]
출처 : 아시아 경제
하지만 기후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식량 위기 대책이 장기적으로 기후 문제를 악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4월 19일 미국 과학 매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등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식량 위기에 대한 대응이 화석연료 사용 증가와 지속 불가능한 농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대응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건 물론 오히려 식량 위기를 심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식량 위기뿐만 아니라 기름값도 함께 오르면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방은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거나 설비를 새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화석연료 중독은 상호확증파괴”라면서 “지금은 세계 경제의 탈탄소화에 제동을 거는 대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속력을 다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또한 농업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 부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무분별한 농업 확대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가 농업과 임업, 기타 토지 이용에서 발생한다. 현재 상태에서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은 경작지를 확대하는 것인데 경작지를 확대하면 기존의 탄소를 흡수하는 숲이나 초원이 사라져 이산화탄소 수백만 톤이 방출돼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악화할 수 있다.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증가뿐만 아니라 토지 이용 변화 및 산림(LULUCF: Land Use, Land-Use Change & Forestry) 분야가 감소해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많아질 수 있다.
[자료6. 1990~2019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출처: 기후변화홍보포털
앞으로의 농업은 어떻게?
지금의 식량 위기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농업을, 더 나아가 식량 생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준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식량자급률 45%, 곡물 자급률 20%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국제 곡물 시장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자료7. 우리나라 곡물자급률]
출처 : 농업경제신문
각국이 자국 식량안보 확보에 나서는 상황에서 도시농업은 앞으로 세계에 다가올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해결 책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식량 공급에 구애받지 않고 자국 식량 생산을 높여 자급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농촌 인구 급감과 더불어 고령사회, 더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초고령 사회에서 도시농업, 특히 스마트 팜은 미래 식량 생산의 중요한 열쇠이다. 더 이상 인간의 노동력으로 농업을 하지 않고 ICT 기술로 현재 농촌 인구만으로도 충분히 농작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도시 안의 빈 공간에서 농업을 하기 때문에 도시농업과 스마트 팜은 새로운 땅을 경작하지 않아도 된다. 기후변화도 걱정할 일이 없다. 스마트 팜 기술을 사용하는 실내 수직 재배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전통적인 농업 방식보다 높고 농약과 물도 아낄 수 있어 환경 오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항목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의 가장 필요한 산업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파리협정에서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 재원, 기술이전, 역량 배양, 투명성 등도 함께 목표에 삼았다. 도시농업과 스마트팜 등은 미래의 농업과 기후 위기에 좋은 '적응' 항목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현재의 식량 위기 상황 속에서 당장 앞의 위기로 인해 미래의 더 많은 위협을 감수할 수 없다. 현재만을 보고 행동하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처럼 미래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를 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기후 위기, 식량 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대파가격의 폭등, 그 속에 숨겨진 비밀", 20기 강주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468
2. "우리의 식탁이 위험해지고 있다!!", 17기 이지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175
참고문헌
[기후변화, 코로나19에 이어 전쟁까지...식량 위기 점점 커진다.]
1) 손선희, "[위기의 식량안보]애그플레이션 위기...식량 빗장 거는 세계", 아시아경제,2022.04.28 11:30,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42809310524142
2) 김문성, "기후변화와 코로나의 '협공'…커지는 지구촌 식량대란 위기", 연합뉴스, 2022.01.30 , https://www.yna.co.kr/view/AKR20220128086700501
3) 김현철, "2021년 세계식량가격, 10년 만 최고…12월은 소폭 하락", 파이낸셜뉴스, 2022.01.07, https://www.fnnews.com/news/202201071316050365
4) 황민규, "세계 식량가격 10년만에 최고치…”기후변화로 곡물생산 감소”", 조선비즈, 2021.11.05,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1/11/05/JCHVPYLW6VGLLDL3WN6SKZDNH4/?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5) 박일근, "전 세계 '식량전쟁' 중인데 한국 밀 자급률은 0.7% 불과", 한국일보, 2022.04.22,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41923300002930
[기후변화에 고통받는 식량 위기, 이번에는 식량 위기가 기후변화 위협한다.]
1) 홍희경, "고개 드는 화석연료… 전쟁, 기후를 침공하다[홍희경 기자의 기후변화 스코프]", 서울신문, 2022.04.20,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420021003&wlog_tag3=naver
2) 김승환, ""우크라 전쟁발 ‘식량위기’는 기후 위기 대응 위협한다"", 세계일보, 2022.04.19, http://www.segye.com/newsView/20220419509931?OutUrl=naver
3) 박병희, "EU 식량위기 대응 나선다…농업 부문에 5억유로 지원할듯", 아시아경제, 2022.03.22, https://cm.asiae.co.kr/article/2022032208021069130
4) 기후변화홍보포털,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1990 2019 요약, 2022.01.25, https://www.gihoo.or.kr/portal/kr/community/data_view.do
[앞으로의 농업은 어떻게?]
1) 이호빈, "밀·옥수수·팜유가 치솟는데… 식량자급률 45% 곡물자급률 20% 식량안보지수 32위 그쳐", 농업경제신문, 2022.04.28, http://www.thekpm.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350
2) 홍성환, "식량 안보 위기 확산에 '실내 수직농업' 주목", 더구루, 2022.04.30,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3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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