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후변화-환경

성게를 먹으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by R.E.F. 21기 곽서영 2023. 4. 24.

성게를 먹으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곽서영

 

[독도 해역 30% 황폐화]

현재 국내 바다 암반 바닥층 3만 8,000여 ㏊ 중 1만 2,700여㏊(33.5%)에서 ‘사막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섬, 작지만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섬, ‘한반도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독도에서 ‘기후변화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바닷속 암반은 온통 하얗게 변했고 해조류는 자취를 감췄다. 텅 빈 바닷속, 하얀 바위에는 성게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바다 사막화(갯녹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갯녹음’은 탄산칼슘 성분의 무절산호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바닷속이 사막화되는 현상이다. 홍조류가 살아있는 건강한 바다는 분홍색을 띠지만 사멸 후에는 바닷속이 흰색으로 변해 백화현상이라 불리기도 한다.

[자료 1. 독도 바다 사막화 현상]

출처: YTN 사이언스

이러한 갯녹음 현상으로 인해 전복이나 소라 등의 해산물의 성장이 멈춰 속이 썩었거나 텅 비어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10년 전만 해도 한 해 1,500여 톤이던 톳의 생산량은 98%가량 줄었고, 우뭇가사리는 90%가량, 모자반은 93%가 감소했다.

 

[독도 해역 사막화 원인: 성게]

독도 해상 바닷속 바위나 자갈이 깔린 밑바닥에서 해조류가 사라지는 ‘사막화 현상’(일명 갯녹음 현상) 원인이 규명됐다. 성게가 해조류를 닥치는 대로 뜯어먹는 바람에 독도 바닷속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연구 결과다. 한국 연안환경생태연구소와 인하대·경희대·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해양과학 저널(Ocean Science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독도 주변 해역에서 진행된 성게 제거 작업이 해조류 바다 숲을 되살아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자료 2. 성게가 해조류를 뜯어먹고 있는 모습]

출처: 시사저널

독도 인근 바다를 점령한 성게의 출몰은 기후변화 영향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수온은 약 1.35도 올랐다. 같은 기간 0.52도 상승한 세계 평균 수온보다 2.5배 정도 높은 상승률이다. 바다는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수온 상승은 해양생태계를 뒤흔든다고 할 수 있다. 물고기는 뜨거워진 바다를 피해 북쪽으로 올라가고, 해조류는 녹아내려 종의 다양성이 급감한다. 국립생태자원관은 “따뜻한 제주 바다에서만 발견되던 의염통 성게가 울릉·독도 해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라며 수온 상승으로 성게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면서 서식지가 동해까지 이동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 성게 천적들도 사라지고 있다. 독도가 아열대 바다로 변하자 온대성 어종인 돌돔이 북상 중으로, 성게 포식자 돌돔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성게를 잡아먹는 불가사리도 독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미국 과학매체인 ‘라이브사이언스’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캘리포니아 해안의 불가사리 개체 수가 급감했다”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불가사리 소모 증후군(outbreak of sea star wasting syndrome)’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불가사리 소모 증후군은 불가사리의 혈관 손상과 조직 파괴를 유발해 며칠 만에 생명을 잃게 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국내 해양 전문가들은 독도의 불가사리 감소도 이와 유사하며 온난화된 해양과 바이러스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성게 제거 작업]

한국 연안환경생태연구소와 인하대·경희대·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해양과학 저널(Ocean Science Journal)’에 발표한 논문에서 독도 주변 해역에서 진행된 성게 제거 작업이 해조류 바다 숲을 되살아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팀은 해양수산부 등이 인터넷에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다시마 목(目) 미역과(科)에 속하는 감태·대황·미역 등 해조류와 둥근성게·보라성게·말똥성게 등 성게 3종의 분포 범위가 시간·공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수집된 데이터를 성게 제거 작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06~2016년과 본격화한 다음인 2016~2020년으로 나눠 시계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성게는 봄·여름에는 낮은 밀도를, 겨울에 높은 밀도를 보였으며, 동시에 제거 작업으로 인해 성게 밀도가 줄어든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바다 밑 암반층의 해조류 피복률(덮인 비율)을 비교했다. 2017년 4월에는 21%였으나 2020년 5월에는 28%로 증가했으며, 특히 조사 지점인 3구역과 19구역의 경우 2017년 10%에서 2020년 36%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7년의 경우에는 조사 지역의 50%는 피복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20년에는 20% 이하 피복률을 보인 곳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성게 밀도의 하락만큼 해조류의 점진적 확장이 명확하게 관찰됐다”라고 강조했다. 해조류가 되살아난 것은 성게 제거 덕분이고, 성게가 갯녹음의 원인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바다 숲이 건강하려면 성게 밀도를 ㎡당 2개체 이하, 혹은 ㎡당 140~150g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료 3. 성게 제거 작업]

출처: 중앙일보

이와 관련하여 2015년에는 독도 주변 해역 수심 5~20m에서 성게 제거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2016년부터는 그 범위를 넓히며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제거 작업은 수심 5~20m 이내의 성게를 채집해 심해로 보냈는데, 2018년부터는 망치로 깨뜨려 제거하고 있다. 일부 지점에서는 동시에 무절 석회조류를 제거하는 바다 청소 작업과 해조류 이식 작업도 병행한다.

 

[바다 숲 조성 효과에 대한 의문]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은 갯녹음(바다 사막화)으로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탄소흡수원 확보를 위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연안 228곳에 총 2만 9천180㏊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했다. 그동안 투입한 예산은 3천7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해당 사업에 대한 실효성이 낮고 어업 생산량은 되레 줄어든다는 비판이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 바다숲이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사업지 현장에서는 해조류가 거의 자라지 않는다는 지적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포항과 영덕의 경우 해조류가 이식된 바다숲의 사업지마다 해저에 가라앉은 인공어초 상당수는 해조류가 거의 없는 시멘트 구조물로 덩그러니 남은 상태다. 일부 인공어초는 기울어져 모래 속에 파묻혔고, 아예 뉘어져 있는 것도 목격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자 환경단체 등은 바다숲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바다숲 사업은 한국수산자원공단이 1년간 조성하고 3년간 관리한 뒤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로 관리권을 넘기고 나면 자치단체장 의지나 예산에 따라 사업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경우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자료 4. 인공어초에 이식된 해조류가 모두 고사된 채 어구 등 폐기물로 뒤덮인 모습]

출처: 대구일보

바다 숲 사업 방식 개선도 시급하다. 이식을 위한 해조류 운반 과정에서 장시간 육상에 노출되고, 해조류 서식 환경보다 깊은 곳에 인공어초를 투하해 해조류 고사가 빈번하다. 또 로프에 해조류를 이식해 어초 사이에 로프를 고정하는 기존 ‘수중 저연승’ 방법으로는 이식된 지 반년이 지나기 전에 해조류 대부분이 유실된다. 여기에 이식 과정에서 25m 간격으로 설치되는 로프가 어민들이 친 통발 그물에 걸리 파도에 요동치면서 어렵사리 생존한 해조류마저 피해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매년 3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지만 효과가 낮은 기존 방식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원인 규명 없는 바다숲 조성 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FIRA는 이 같은 현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관행적으로 사업 시공자와 동조한 것이 분명하다. 결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속 독도]

독도는 수심 2,000m의 깊은 해저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화산체다. 그래서 독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진다. 때문에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에게 독도 연안은 ‘바다의 오아시스’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독도 바다에서는 80여 종의 크고 작은 어류가 태어나고 성장한다. 광활한 동해를 건너야 하는 철새들도 ‘징검다리 휴게소’ 독도에서 쉬어 간다. 그런데 최근 독도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독도의 상징인 괭이갈매기의 알 낳는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동해의 수온 상승으로 괭이갈매기의 주된 먹이인 물고기들이 예전보다 일찍 독도 바닷가에 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성 어종도 독도 바다에서 쉽게 관찰된다. 난류의 힘이 점점 세지면서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평화롭고 건강하게 보이는 독도 바닷속은 ‘기후변화’의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해조류가 사라진 곳은 바다 해적인 성게들로 가득하며, 해저는 석회조류로 뒤덮여 갯녹음이 확산되고 있다. 이렇듯 독도에 드리운 갯녹음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현재 독도 해역의 30%는 바다 사막화로 황폐화된 만큼 해양 전문가들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경고한다. 성게들의 천국으로 변해 버린 독도 바다가 생태적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해양생태계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해조류? 해초류? 환경을 지키는 '바다숲'", 21기 이태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78

 

해조류? 해초류? 환경을 지키는 '바다숲'

해조류? 해초류? 환경을 지키는 '바다숲'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21기 이태환 [나사가 주목한 남해] 작년 4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전남 완도군과 해남군 지역 일대를 지구관측 위성으로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해양을 오염시키던 페어망과 로프의 새로운 변신!", 21기 박지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3838

 

해양을 오염시키던 폐어망과 로프의 새로운 변신!

해양을 오염시키던 폐어망과 로프의 새로운 변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박지원 [해양오염이란?] 해양오염의 정의는 해양(바다)에 배출, 투기된 물질이 바닷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의미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독도 해역 30% 황폐화]

1) 박치현, “성게들의 천국으로 변한 독도, ‘바다 사막화’ 급속 진행 중”, 시사저널, 2023.02.18,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325

2) 정아람, “석회조류에 점령당한 갯바위… 제주 바다 사막화 ‘신음’”, TV조선, 2023.01.04,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1/04/2023010490205.html

[독도 해역 사막화 원인: 성게]

1) 박치현, “성게들의 천국으로 변한 독도, ‘바다 사막화’ 급속 진행 중”, 시사저널, 2023.02.18,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325

2) 허영국, “’성게 밀도 과다’ 독도 바닷속 사막화 원인 찾았다”, 경북도민일보, 2023.02.07,

http://www.h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06641

[성게 제거 작업]

1) 강찬수, “사막 같았던 독도 바다 밑, 해조 막 뜯어먹는 성게 제거했더니…”, 중앙일보, 2023.02.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37395#home

2) 박치현, “성게들의 천국으로 변한 독도, ‘바다 사막화’ 급속 진행 중”, 시사저널, 2023.02.18,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325

[바다 숲 조성 효과에 대한 의문]

1) 박치현, “성게들의 천국으로 변한 독도, ‘바다 사막화’ 급속 진행 중”, 시사저널, 2023.02.18,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325

2) 신준민, “경북 동해안 바다숲 조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 실효성 ‘의문’”, 대구일보, 2023.03.08,

http://www.idaegu.com/newsView/idg202303080037

3) 신준민, “15년째 바위 청소만?... 동해안 바다숲 사업, 해양 생태계 파괴 논란”, 대구일보, 2023.03.15,

http://www.idaegu.com/newsView/idg202303150019

[기후변화 속 독도]

1) 박치현, “성게들의 천국으로 변한 독도, ‘바다 사막화’ 급속 진행 중”, 시사저널, 2023.02.18,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3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