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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벚꽃이 일찍 피면 식량위기가 온다고?

by R.E.F. 22기 홍세은 2023. 4. 26.

벚꽃이 일찍 피면 식량위기가 온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홍세은

 

[벚꽃이 벌써 피었다고?]

봄바람이 불어와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거리에서 봄을 알리는 노래가 들려오면 많은 사람이 꽃구경을 준비한다. 그런데 올해 봄꽃은 예상보다 일찍 고개를 내밀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차례차례 피던 봄꽃들이 한꺼번에 꽃을 틔운 것이다. 서울에서는 3월 25일 벚꽃이 개화했는데, 이는 역대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며 지난해와 비교해도 10일이나 빠르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국지적으로 진행되는 도시화에서 비롯된다. 봄꽃 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기온이다. 특히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인 ‘적산온도’가 중요한데, 올해에 작년 최고 기록을 훨씬 웃도는 수치가 기록되었다. 올해 3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4℃ 가까이 높았고 일조시간도 20시간 넘게 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봄 기온은 점점 상승하고 있고 개화 시기 역시 앞당겨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2℃씩 상승했는데, 특히 봄과 겨울은 변화폭이 크다. 기후변화를 막지 못했을 때 봄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질 전망이며 21세기 후반이 되면 벚꽃이 2월에 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자료 1. 탄소 배출에 따른 봄꽃 개화일 전망 ]

출처 : 연합뉴스

 

[야생벌의 늦잠]

봄꽃이 예상보다 빨리 피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던 야생벌들은 비상 상황에 놓인다. 많은 야생벌들은 땅속에서 월동하거나 둥지를 짓는데, 봄이 되면 밖의 온도는 빠르게 상승하는 한편 땅속 온도는 매우 천천히 상승하기 때문에 꽃은 먼저 폈다가 지고 야생벌들은 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꽃샘추위로 꽃이 얼어버릴 수도 있으며 개화 기간도 10년 전과 비교해 10일 정도가 단축됐다. 올해처럼 겨울에 눈이 적게 내리거나 봄철이 건조하면 땅속과 대기의 온도 격차는 더 커진다. 꽃이 지고 난 후 깨어난 야생벌들은 먹이가 부족해서 번식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데 1년에 한 번 번식하는 야생벌이 번식을 못 하면 다음 해에 야생벌의 밀도가 급격히 줄어든다. 실제로 국내 야생벌들의 밀도는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자료2. 벌의 비행]

출처:  Unsplash

사람들이 사육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계절의 영향을 덜 받는 꿀벌들에게도 이른 개화가 마냥 달콤한 소식은 아니다. 야생의 밀원 자원들이 매우 적은 3월 말에 벚꽃이 빨리 피게 되면 그 당시에는 꿀벌들에게 신선한 야생의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좋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5월에 들어서면서 이상저온현상이 생기거나 봄철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대규모 밀원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시기에 꽃꿀이 잘 생산되지 않아 오히려 밀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개화기인 5~6월에 저온, 강풍, 강우로 꿀벌이 꿀을 수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무너지는 생태계]

꽃가루를 옮겨주는 화분매개곤충은 5월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기온이 따뜻해 이른 봄에 꽃을 피워버리면 곤충들이 부족해 식물들도 번식의 기회를 놓쳐버린다. 생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봄꽃이 피면 곤충을 비롯한 생태계의 구성 요소들이 계절 활동을 시작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식물과 곤충 사이에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서로 긴밀히 연결된 종들이 기후변화에 다른 속도로 반응하면서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균형이 무너져 생태계에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지켜졌던 절기가 무너지면서 과거 기후에 적응하며 살았던 동식물들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나팔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크기를 키웠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로 줄어든 수분 매개자를 더 많이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은 멸종할 수 있고 화분 매개를 통해 만들어진 과실을 먹고 사는 새들과 야생동물들도 먹을 게 부족해져 결과적으로는 생물의 다양성이 위태로워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이러다 다 죽어]

[자료3. 곤충 매개 수분 과정]

출처: bee book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의 71%는 꿀벌을 매개로 수정을 한다.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주요 작물 75종 가운데 39종이 꿀벌을 통해 화분 매개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벌들이 없어지거나 화분 매개 시스템에 교란이 생기면 농작물들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고 품질이 나빠지는 등 안정적인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사과, 딸기, 양파, 당근, 호박 등은 90% 가까이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하고 있으며, 아몬드는 무려 100% 꿀벌이 꽃가루받이를 해준다. 열매채소는 벌을 통해 꽃가루받이 하는 것이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기형 발생을 줄이고 당도가 높은 열매를 생산할 수 있어 상품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서는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꿀벌이 사라지면 대부분의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없어지고, 초식동물을 먹는 고등동물도 멸종할 것이다. 이는 개화와 벌의 수분 매개 그리고 농작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관점에서 봤을 때 생태계의 식량 서비스 저하와 더불어 인간의 식량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벚꽃엔딩]

[자료4. 만개한 벚꽃 풍경]

출처: 부산 강서구 공식블로그

이상기온에 벚꽃이 예년보다 빠르게 피면서 통상적인 개화 시기에 맞춰 벚꽃축제를 기획했던 지역 자치구들이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더군다나 이상고온으로 비까지 내려 벚꽃이 더욱 빠른 속도로 낙화했다. 벚꽃의 꽃말은 삶의 아름다움이라고 한다. 이에 걸맞게 벚꽃은 봄의 풍경을 한껏 풍성하게 해주는데 이제는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이다.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이 지속적으로 배출한 온실가스가 이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지구기능이 무너지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꽃이 동시에 피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은 인류 위기를 알리는 꽃들의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오존층 회복, 인류의 첫 번째 성공", 작성자(21기 장세희, 22기 박주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18

 

오존층 회복, 인류의 첫 번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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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후변화로 몸살 앓는 전세계", 작성자(19기 김수정, 21기 길민석, 이현서, 22기 이선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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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벚꽃이 벌써 피었다고?]

1) 천권필, 정은혜, 조수진, "'이 속도면 2월 벚꽃축제'...꿀벌에게 악몽 덮쳤다", 중앙일보, 2023.03.28,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0553?cm=news_headline#home 

2) MBCNEWS, 102년 만에 가장 이른 벚꽃, 초고속 봄꽃 이유는?, 2023.03.23, https://www.youtube.com/watch?v=W7FdxzKGFMg 

[야생벌의 늦잠]

1) 스브스뉴스, 목련과 벚꽃이 같이 피면 안 되는 이유, 2023.03.30, https://www.youtube.com/watch?v=suS84kj4MBE&list=PLV-GYpV4YaQPEbova4szRxohIuVM9VeL2&index=17 

[무너지는 생태계]

1) 김나윤, "나팔꽃이 커지고 있다...원인은 '기후변화'", 뉴스트리, 2023.03.29, 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303170013

2) 신방실, "'미친 개나리'·'지각 벚꽃'...봄꽃 대혼란 이유는?", KBS NEWS, 2017.04.06,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3459090

[이러다 다 죽어]

1) 박명윤, 서울경제발전위원회,  "靑松 건강칼럼... 꿀벌이 사라지면...", 2022.04.10,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3602668&memberNo=7152546&vType=VERTICAL 

2) 안지섭, "빨라진 벚꽃 개화...생태계 교란 우려", 인천일보, 2023.04.04,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8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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