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현재보다 과거가 더 심했다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유현서
[미세먼지의 등장]
‘삼한사미(三寒四微)’, 한국의 겨울 날씨를 나타내는 단어인 삼한사온의 따뜻할 ‘온’에서 미세먼지의 ‘미’로 바꾼 단어이다. 최근 겨울 날씨를 살펴보면 날씨가 따뜻하다 싶으면 미세먼지가 덮치고, 추우면 미세먼지가 사라진다. 즉, 겨울철에 한파와 미세먼지가 반복되며 나타난다는 뜻인데, 최근에는 겨울뿐 아니라 초봄에도 이러한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왜 하필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날까?
[자료1.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기상패턴 및 한반도 지역에서의 미세먼지 농도 분포]
출처: GIST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북서풍이 불어온다. 이 바람은 보통 한파를 몰고 오는데, 이때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넘어오게 된다. 북서풍이 계속되면 먼지가 우리나라를 넘어가지만, 북서풍과 남풍이 한반도에서 만나면 대기 정체 현상이 일어나고 자연스레 대기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날씨가 따뜻해지면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이 나고, 이러한 순환은 국민들에게 ‘날이 따뜻해지면 미세먼지가 심해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최근에 미세먼지가 더 안 좋던데요?]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공기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공기가 안 좋아서 숨쉬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 용역 조사연구를 통해 서울 등 7대 광역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하게 악화했다는 응답이 85% 이상이었다.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한 질문에도 ‘매우 나쁘다’는 의견 또한 약 80%이다. 분명 과거에도 미세먼지로 인해 목감기를 앓았거나 흰옷이 더러워지는 등의 일이 있었을 텐데, 왜 사람들은 현재의 미세먼지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자료2. 질병관리본부 미세먼지 인식 설문조사]
출처: 질병관리본부
필자의 생각으로는 언론의 환경 악화에 대한 발언이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론, 환경 전문가, 학자 등 많은 전문가가 ‘한국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세계 최하위권’, ‘올해 미세먼지 더 심해진다’라는 등의 언급을 자주 한다. 그러나 이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보다는 심리적으로 공포를 준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요즘을 최악의 대기 환경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자료3. 제주 환경보전을 위한 도정정책방향 도민 인식조사]
출처: 제주뉴스
또한 시민들의 환경 인식 향상이 미세먼지에 대한 생각을 바꿨을 것이다. 2021년 제주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우선 정책으로는 생활 쓰레기, 지하수 오염, 해양 쓰레기, 미세먼지 순으로 나왔다. 특히 ‘미세먼지 대책’으로는 미세먼지 발생 사업장 지도단속, 미세먼지 감시체계 구축 등이 나왔다. 결국 이 해결책들은 미세먼지와 관련한 실상을 도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고 홍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와 현재, 누가 공기의 질이 더 안 좋을까]
그렇다면 과거보다 현재, 현재를 넘어서 미래에는 공기의 질이 안 좋아지는 것이 사실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NO’이다. 실제 서울의 미세먼지 패턴을 살펴보자.
[자료4. 서울 - 기온과 미세먼지의 기상 패턴]
출처: 기상청
2003년과 2005년은 모두 기온이 떨어지면 초미세먼지 농도도 함께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는데, 삼한사미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그래프를 비교해 보자. 그래프 모양과 추세는 비슷하다. 오히려 2005년이 삼한사미의 현상이 더 뚜렷하다. 미세먼지 농도 또한 2005년이 더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은 그 당시 ‘삼한사미’ 표현이 없었을 뿐, 기온 패턴은 현재와 비교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다음은 도시 별 미세먼지를 비교하며, 미세먼지의 농도를 연도별로 비교해 보자.
[자료5. 서울, 부산, 대구의 미세먼지(PM10) 연변화]
출처: 환경운동연합
[자료6. 년도별 미세먼지 평균자료]
출처: 에어코리아
서울, 부산, 대구 등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등으로 인해 공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도시들을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미세먼지 발생원은 인위적인 현상뿐 아니라 자연적인 발생원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989년과 비교해 1998년의 TSP 오염도의 평균치는 129㎍/㎥에서 64㎍/㎥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추가적으로 자료 5의 그래프에 제시된 14개 도시의 대기 오염도를 분석해 본 결과, 오염도는 44% 이상이 감소했다. 결국 미세먼지 오염도는 오히려 증가하지 않고 감소하는 추세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국 연평균 미세먼지의 추이를 살펴보자.
[자료7. 1998~2020 전국 연평균 미세먼지 추이]
출처: 환경부
PM10인 미세먼지의 경우 1998~2002년까지는 농도가 올라갔다가 서서히 떨어져 현재까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PM2.5인 미세먼지는 오래전 자료는 없지만, 그래프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결국 미세먼지 오염도는 우리나라 대부분에서 최악은 아니며, 더불어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미세먼지의 인식과 사실의 괴리]
위에서 알아본 사실과 같이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질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지만, 실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미세먼지 오염도가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 이하이다. 과연 이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환경 오염에 대해 언급하고 오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정부, 이를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기업들과 시민들. 이 노력들이 잘 맞물려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면 좋지만, 환경이란 것은 우리가 원하는 것처럼 쉽게 변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는 환경을 위한 행동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세계 많은 나라들이 미세먼지 오염 감소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남의 탓을 하며 제자리를 걷고 있다. 즉,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먼저 국내에서 청정에너지 확대, 에너지 절약, 배출원 관리 등을 강화하며 미세먼지 배출에 대한 일차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정부에서 이와 같은 노력을 하면, 기업과 시민들은 대기 회복을 위한 행동의 실천 횟수를 높여야 한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지만, 나의 역할이 지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뚜벅이 미세먼지 주의보", 21기 김채윤, 곽서영, 22기 김혜윤,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846
2. "중국에서 3년 만에 부활한 폭죽놀이, 대기오염은?", 21기 박도현, 김수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76
참고문헌
[미세먼지의 등장!]
1. 김종화, “[과학을 읽다]②미세먼지, 여름보다 겨울·중국보다 한국”, 아시아경제, 2018.01.16, https://cm.asiae.co.kr/article/2018011614223895876
2. 이정훈, “‘삼한사미’는 새로운 현상?…과거 데이터 확인해보니”, KBS NEWS, 2018.12.25,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102174
3. 정종오, “[지금은 기후위기] 삼한사미(三寒四微)…30년 동안 기상패턴에 답 있었다”, 아이뉴스24, 2023.01.25, https://www.inews24.com/view/1560500
[최근에 미세먼지가 더 안 좋던데요?]
1. 고병수, “제주도민 환경문제 “심각” 인식...문제 해결 1순위 ‘생활쓰레기’, 미세먼지 등 꼽아”, 제주뉴스, 2021.02.18, http://www.jejunews.biz/news/articleView.html?idxno=52532
2. 안영인, “[취재파일] 예전에는 미세먼지 없었다?…80~90년대는 더 심했다”, SBS News, 2018.04.09,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704814
3. 장재연, “여름철 미세먼지는 중국발이 아니어서 괜찮은 건가?”, 환경운동연합, 2019.01.21, http://kfem.or.kr/?p=196595
[과거와 현재, 누가 공기의 질이 더 안 좋을까]
1. 송영훈, “[팩트체크] 정말 80년대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안 좋았나”, NEWSTOF, 2019.12.09,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5
2. 이미지, “미세먼지, 과거에도 심했다고?[이미지의 환경수다]”, 동아일보, 2022.11.1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113/116446743/1
3. 장재연, “미세먼지, 지금이 최악인 거 맞나?”, 환경운동연합, 2018.02.12, http://kfem.or.kr/?p=18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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