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해 미래가 겁나는 당신,
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고가현
기후 우울증이란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으로 막는 마지노선까지) 불과 7년 남았다는 데이터를 보면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낀다. 미래가 예측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장기 계획은 세우지 않게 된 지 몇 년 됐다.”
기후 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박은주(가명)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보며 요즘 기후 우울을 느낀다.
기후 우울증은 기후 위기 상황을 보며 느끼는 불안·스트레스·분노·무력감을 포함한 우울 장애의 일종이다. 이는 공식적으로 명명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 보건기구(WHO)는 지난 2022년 6월 기후변화에 대응할 정신건강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정책브리핑을 발표했다. 다음은 ‘모두의 번영을 위한 건강한 지구-우리의 책임, 우리의 기회’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WHO가 언급한 정책 브리핑 내용 중 일부이다.
“기후변화는 정신건강과 웰빙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급변하는 기후를 보며 인류는 슬픔, 두려움, 절망, 무력감과 같은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합니다. 이런 고통이 신체화돼 심혈관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암과 같은 병증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갖춘 기후 행동이 필요합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심리학회(APA)는 2017년 기후 위기에 대해 만성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를 ‘환경 불안’(Eco-anxiety)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기후 우울증과 관련한 내용들이 화두로 떠오르며,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기후 우울증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김규호 부원장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기후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뉴스에 노출되는 정도가 훨씬 잦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을 지켜주던 기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인지한 채 성장한다.
[자료1. 기후 우울증을 앓는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출처 : BBC News 코리아
19세의 스웨덴의 기후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그 예시다. 툰베리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사회를 지켜보면서 두 달 사이에 몸무게 10kg이 빠지는 등 심한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후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자료2 : 베스 대학(Universty of Bath)에서 연구한 기후 우울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 그래프]
출처 : The lancet planetary health
영국의 베스 대학(Universty of Bath)은 2021년 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서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후 우울이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1천 명(16세~25세)의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핀란드, 프랑스, 인도, 나이지리아, 필리핀, 포르투갈, 영국, 미국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인 59%는 기후변화에 대하여 매우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으며, 84%는 다소 걱정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 중 50% 이상이 슬픔, 걱정, 무기력함, 죄책감 등 우울증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정들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이는 기후 우울증이 미래 세대가 경험하는 일반적인 감정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후 우울증에 출산까지 포기하다
기후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저출산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서 201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 미국인의 38%는 출산을 계획할 경우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은 지난 1931~2020년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 뒤에는 출산율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영국 사회운동가이자 음악가인 블라이스 페피노가 이끄는 단체는 2018년부터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는 세계의 많은 커플들이 자녀를 많이 낳게 될 경우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산을 선택하지 않는 편이 기후 위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기후 불안에 벗어나기 위해서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은 개인보다 거대한 탄소 배출의 주범인 기업과 정부가 바뀌어야 할 일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은 기후 위기를 방관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절망하거나, 무력감을 느끼기 쉽다. 따라서 기후 위기 관련 SNS를 구독하거나, 일상생활 속 친환경 제품 사용 등 사소한 행동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기후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성세대가 기후 위기를 방관한다면 현세대의 기후 우울증과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것이며, 출산율 감소 사태 또한 더욱더 악화할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 ‘0’로 향할 수 있는 확실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후우울증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빛을 위해 그림자 속으로, 돌아보는 2022 이상기후",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00
2. "'제발 그만해, 그러다 다 죽어!' 기후위기를 향한 Z세대의 외침", 20기 조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31
참고문헌
[기후 우울증이란]
1) 서현경, 양정석, 한국건강관리협회 2022년 건강소식 11월호, “기후 우울증을 아시나요?”, 2022.11.07,
https://www.kahp.or.kr/user/bbs/BD_selectBbs.do?q_bbsCode=1058&q_bbscttSn=20221107134149803
2) 손안나, “기후우울증을 아시나요?”, BAZAAR, 2023.01.05,
https://harpersbazaar.co.kr/article/73877
3) 장수경, “방치할 수 없는 ‘기후우울’ MZ세대가 더 많이 아팠다”, 한겨례, 2022.07.16,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51160.html
4) 홍희경, “WHO “기후변화에 절망·무력감 심각… 정신건강 지원 체계 서둘러야”“, 서울신문, 2022.06.07,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608020001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기후 우울증]
1) 박소망, “그레타 툰베리도 앓았다는 '기후 우울증', 국내에서도 호소 늘어”, 비즈니스리포트, 2022.12.26,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01697
2) 세종시 고라니,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 “기후변화와 우울증의 시대”, 2022.09.26,
https://www.snpo.kr/bbs/board.php?bo_table=npo_aca&wr_id=74101
[기후 우울증에 출산까지 포기하다]
1) 김정희, “기후위기가 불러온 기후우울증, 출산 기피 현상→저출산·고령화 문제 대두”, 데일리환경, 2022.05.07,
https://www.dailyt.co.kr/newsView/dlt202205270001
[기후 불안에 벗어나기 위해서]
1) 남수현, “"우리가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기후우울’ 호소하는 1030세대”, 중앙일보, 2020.09.18,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75481#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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