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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지구를 갈아넣은 커피 한 잔, 커피 찌꺼기의 이면에 대해

by R.E.F 23기 김서정 2023. 5. 21.

지구를 갈아넣은 커피 한 잔, 커피 찌꺼기의 이면에 대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서정, 23기 신지연

서론

[자료 1. 버려지는 커피찌꺼기]

출처 : 비건뉴스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재배되고 있는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호식품 중 하나이며 석유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주요 무역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기준, 성인 1인당 매년 353잔의 커피를 마신다. 세계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인 연 132잔의 2.7배다. 국내 커피 시장의 규모도 연평균 6.6%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료 2. 국내와 세계 성인의 커피 소비량 평균]

출처 : 중앙일보

일반적으로 음용을 위한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 속의 씨앗인 생두(green bean)를 볶은  물을 이용해 추출하여 음용하는것으로서, 커피 제품의 종류로는 인스턴트 커피, 볶은 커피, 조제 커피와 액상 커피 등과 같이 다양하게 분류된다. 커피 1잔은 달임법, 우려내기, 여과법, 가압 추출법 등과 같은 다양한 추출법을 통해서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 펄프 및 껍질과 같이 많은 양의 가공부산물 및 잔류물들이 생성된다. 특히, 커피박이라고도 불리는 커피 찌꺼기가 다량 발생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커피 원두 15g 중 무려 14.97g이 커피찌꺼기로 버려진다. 2019년 기준 연간 14만 9,038톤의 커피 찌꺼기가 배출된다는 통계 자료만 보더라도 그 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본론1

버려진 커피 찌꺼기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매립되거나 소각 처리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커피 찌꺼기를 매립할 경우에는 이산화탄소보다 34배 큰 온실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메테인(CH4)이, 소각할 경우에는 1톤당 338kg의 탄소가 배출된다.

[자료 3. 매립, 소각되는 커피 찌꺼기(커피박)]

출처 : SK에코플랜트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더 강한 기체로 알려져 있고, 대기 중 농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극소량의 기체인 메탄이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이유는 빛과 분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독특한 상호작용 때문이다. 기체 분자가 진동하는 횟수는 정확히 적외선 영역에 포함된다. 따라서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하면 진동이 커지는데, 아무 적외선이나 마구잡이로 흡수하는 것은 아니다. 분자는 초당 10조 번의 진동수를 가진 적외선만을 흡수해 자신의 진동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분자가 적외선을 흡수하기 위한 조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분자의 진동 방식이 '비대칭'적인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탄소 원자를 감싼 정사면체의 각 꼭짓점에 네 개의 수소가 배치된 메탄 분자는 비대칭적으로 진동하여 적외선을 흡수하고 진동을 강화한다.

[자료 4.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농도변화]

출처 : 동아사이언스

특정 기체의 온실 효과에 대한 기여도는 분자 하나의 특성만으로는 결정되지 않는다. 특히 해당 기체의 대기 속 농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후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온실 기체의 지구 온난화에 대한 기여도는 기체의 농도에 대해 로그 함수적으로 증가한다. 즉, 온실 기체 1개가 2개로 증가하여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는 효과는 100개가 200개로 증가하며 기여하는 효과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산화탄소보다 낮은 농도를 가진 메탄의 경우, 약간의 농도 증가도 온실 효과의 급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커피 찌꺼기를 땅속에 매립할 경우, 커피의 성분인 카페인은 토양을 오염시키기도 한다. 더불어 커피박을 매립할 땅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쓰레기 매립지가 2025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매립지가 있는 인천시는 2026년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의 쓰레기 매립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전했다. 버려지는 커피박은 점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본론2

이처럼 골칫덩이가 된 커피 찌꺼기, 즉 커피박에는 놀라운 이면이 존재한다. 사실 커피박에는 유기물뿐만 아니라 풍부한 섬유소, 리그닌, 카페인, 폴리페놀화합물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재활용 가치가 높은 유기성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커피 찌꺼기의 표면은 다공성 구조일 뿐 아니라, 음전하를 띠고 있는 다양한 기능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중금속을 흡착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자료 5.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연료로 재생산하는 과정]

출처 : 매일경제

재생에너지원으로도 커피박은 바이오 에너지의 좋은 원료가 된다. 커피박의 높은 발열량이 그 이유이다. 커피박은 kg 당 발열량이 5648.7kcal로 나무껍질(2827.9kcal)의 2배에 달한다. 발전용 바이오 에너지 연료로 비중이 큰 목재 펠릿(1등급 기준 4,300kcal)에 비해서도 발열량이 많다. 더군다나 셀룰로스, 리그닌 등 목질계 성분이 풍부하고 일산화탄소와 분진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다. 이러한 커피박은 다양한 연료 형태로 가공이 가능해 수거 체계만 갖춘다면 수입 등 별도 비용이나 계절적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인 연요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9월에 발간한 '커피 찌꺼기 수거 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 에너지 연료 자원화 방안'에 따르면 국내 발생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및 에너지 발생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발생량 약 15만 톤을 소각하지 않고 전량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재활용하면 약 180억 원에 해당하는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본론3

그렇다면, 실제로 커피박은 어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을까? 해외에서는 이미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 에너지로 활용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재생에너지 관련 통계에는 바이오 에너지원에 커피 찌꺼기가 포함되어 있다. 유럽연합(EU) 또한 바이오 원료에 기반한 액체 바이오 연료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인정하며 커피 찌꺼기가 재생에너지원 범주에 포함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커피 찌꺼기 수거 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 에너지 연료 자원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커피 찌꺼기를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발전 중인 나라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이 있다. 이중 영국과 스위스가 커피 찌꺼기 수거 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되어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료 6. 바이오빈의 커피 디젤로 운영된 버스]

출처 : Veolia Planet

영국은 냉·난방 부문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RHI)를 시행하여 바이오 에너지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영국의 바이오 에너지 생산기업 '바이오빈'은 런던에서 배출되는 커피 찌꺼기 20만 톤 중 25%를 바이오 디젤, 에탄올, 펠렛을 생산하는 데 이용한다. 또한 커피 찌꺼기는 친환경 소재 숯인 '바이오빈 커피 로그스(bio-beam Coffee Logs)'라는 이름으로 가정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한 카페가 밀집한 런던은 커피찌꺼기 활용을 위한 시스템 모델을 구현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찌꺼기가 배출되면 ‘앤젤 AIM’이라는 스타트업이 수거해 바이오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바이오빈은 전국 800개 코스타 커피(Costa coffee)에서 연간 3천 톤의 커피 찌꺼기를 수집하며, 네트워크 레일을 이용하는 수천 명의 승객들이 생산하는 수백 톤의 커피 찌꺼기도 수집한다.

스위스는 폐기물 관련 법규의 규제 강도가 강하고 폐기물 처리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다. 스위스 정부는 커피 찌꺼기 수거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며, 우체국을 이용하는 등 2,600개 이상의 수거 거점을 마련했다. 커피 제조업체인 네슬레는 커피 찌꺼기의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펠렛 형태로 제조한 바이오 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네슬레 내부적으로 에너지 생산공장, 원료 공급을 위한 수거 부서,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어 '제로 에너지 공장'을 목표로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고 있다.

[자료 7.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잔 ‘카페폼’]

출처 : 중앙일보

또한 커피 찌꺼기는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으로도 활용된다. 독일의 도예가인 줄리언 라흐너는 커피 찌꺼기에 천연 응고제를 넣어 굳혀 커피잔을 만들었다. 카페폼(Kaffeeform)으로 이름 지어진 이 커피잔은 암스테르담 커피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우크라이나 선글라스 브랜드 오치스(ochis)는 커피 찌꺼기로 만든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커피 찌꺼기에 아마씨 오일, 천연 접착제 등을 사용해 반죽하고 높은 압력을 통해 굳힌 뒤 가공하여 만든 이 선글라스는 버려도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비료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커피 찌꺼기로 의류도 만들 수 있다. ‘콜라트리’에서 만든 '에볼루션 후디'라는 후드티는 커피 3잔의 찌꺼기와 플라스틱을 잘게 잘라 섬유로 뽑아 만들어졌다. 또한 '벤제프'에서는 커피 찌꺼기에 나노 입자를 추출해 티셔츠를 만들었다.

 

결론

국내에서도 커피 찌꺼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소셜벤처 기업인 포이엔은 폐기물처리업 허가를 받은 후 매일유업과 스타벅스와 커피 찌꺼기 수급 계약을 체결하여 매월 각각 250톤과 100톤에 달하는 양을 공급받는다. 붕어빵처럼 몰드에 반죽을 넣어 만드는 열팽창 기법으로 발열량을 높이고 연기 발생을 줄여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연료를 생산한다. 대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고체 물질에 가둔 바이오차를 활용하여 비료와 숯도 생산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할 고형연료인 펠릿 개발 역시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수거한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자동차 내장재를 개발하거나 인테리어로 활용하기도 한다. 스타벅스코리아와의 협업으로 커피 찌꺼기 화분을 만들기도 했다.

[자료 8. 스타벅스의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화분 키트]

출처 : 뉴스프리존

이처럼 국내에서도 커피 찌꺼기 재활용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퇴비부터 인테리어 재료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활용 방법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대부분은 아직 원천 기술개발 수준으로 상용화 문제가 남아 있다.

한국에는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하기 위한 분리·배출·수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현행 법규상 커피숍에 원두를 공급하는 차량은 커피 찌꺼기를 수거할 수 없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허가받은 지정 차량을 제외하고는 폐기물 수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폐기물을 배출할 때 매립·소각하는 비용이 낮아 재활용할 유인이 부족하다. 지자체가 부담하는 매립 비용은 kg당 15원, 소각 비용은 10원이다.

커피 찌꺼기처럼 재활용될 수 있음에도 폐기 처리되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단순한 부담금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처리비용까지 고려해 배출자가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커피 찌꺼기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커피 찌꺼기는 유기물 함량이 평균 36.1%로, 사료나 비료로 이용할 수 있는 유기성폐기물(유기성 물질의 함유량이 40% 이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 찌꺼기 수거 체계를 안정적으로 확립한 후에는 재생에너지 연료 자원으로서 커피 찌꺼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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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서론]

1) 백민정, "1인당 연간 커피 353잔 마셔…코로나 후 입맛 더욱 고급화" , 중앙일보,  2021.11.08, https://www.joongang.co.kr/amparticle/25021920

2) 성은숙, “공공,민간 합작 커피찌꺼기 재자원화 성과 돋보여”, 뉴스펭귄, 2022.10.04,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Amp.html?idxno=12495

[본론 1]

1) 강석기, "메탄이 이렇게 문제일 줄이야", 동아사이언스, 2021.01.12,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51679

[본론 2]

1) 백나영, "커피찌꺼기도 '바이오연료' 된다",The Science Times, 2015.08.21,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BB%A4%ED%94%BC%EC%B0%8C%EA%BA%BC%EA%B8%B0%EB%8F%84-%EB%B0%94%EC%9D%B4%EC%98%A4%EC%97%B0%EB%A3%8C-%EB%90%9C%EB%8B%A4/

[본론 3]

1) 유지연, “1인 연 353잔 마시는 커피, 찌꺼기로 테이블·선글라스 만든다”, 중앙일보, 2019.11.10,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2951492

2) 최다현, “[커피찌꺼기, 변신은 무죄] ② 영국·스위스는 이미 에너지로… 한국은 법 정비부터 필요”, 아주경제, 2020.10.08, https://www.ajunews.com/view/20201007205935269

[결론]

1) 박진영, “스타벅스, 22일 커피박 화분키트 증정 프로모션”, 뉴스프리존, 2022.12.21, https://www.newsfreezo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2296

2) 유호경, “커피찌꺼기 재활용, 지구를 살린다”, 이코리아, 2023.03.17,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889

3) 이민아, “스타벅스, 커피업계 최초 커피 찌꺼기 ‘순환 자원’ 인정”, 조선비즈, 2023.03.14,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ood/2023/03/14/S4S6OP5HOVASHP2KS6G7WW4J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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