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후변화-환경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예술가들

by R.E.F 21기 이태환 2023. 5. 1.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예술가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이태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우리의 일상은 기후 위기로 얼마나 위협받고 있는가? 빈번한 폭염, 가뭄, 홍수는 일상에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에게 기후 위기는 단순한 ‘장애’가 아닌 삶을 위협하는 ‘전쟁’과 같다.

[자료 1. 하늘에서 바라본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출처 : 한국일보 

남태평양 키리바시 섬 주민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섬에서 위태로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상 기후가 잦아 식수로 쓰는 지하수는 소금물로 바뀌고 있고, 풍부하던 어획량은 급감하였으며, 거센 파도에 바닷물이 육지로 넘어와 경작지를 망가뜨리고 있다. 더욱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11만 명이 사는 키리바시가 2050년 완전히 물에 잠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키리바시 토착민 이와네 테이티오타는 2016년 해수면 상승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유엔에 진정을 냈고, 기후 난민에 대한 인정은 지속적으로 논의가 돼오다가 결국 2020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구 최초로 이들을 ‘기후 난민’으로 인정했다.

 

기후 난민, 용어를 둘러싼 논란

기후 난민은 급격하게 진행된 기후 변화로 인해 생태학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일시적, 혹은 영구적으로 살던 곳을 떠나 국내나 국외로 이주해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용어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자료 2. 가뭄으로 메마른 소말리아 땅]

출처 : 유엔난민기구 공식블로그

논란의 쟁점은 기후 난민을 “난민”으로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기후 난민은 현재 국제법에 의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난민이라는 단어는 1951년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협약’을 따르는데 난민을 특정 짓는 네 가지 개념 징표가 존재한다. △박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 △다섯 가지 박해 사유로서의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 △종전의 상주국 밖에 있으면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치 않을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인적 이동이 이 징표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유엔난민기구 등 여러 국제 기구들은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보다 ‘환경이주민’,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단순 이주라기엔 그들에게는 전쟁 같은 하루

하지만 이들을 기후 난민으로 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당 주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기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피해의 규모가 대응하기에 이미 너무 크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기상 관련 사건으로 이주한 횟수가 연평균 2150만 회로, 분쟁이나 폭력 때문에 발생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자료 3. 분쟁과 기후 관련 재해로 발생한 강제 실향 수]

출처 : 유엔난민기구 공식블로그

그러나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가 가난한 나라라는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 이상을 선진국이 배출하나 그로 인한 피해는 75% 이상이 저소득 국가의 몫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92달러 이하인 국가 중 80%가량이 기후 변화를 피해를 겪고 있다. 반면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단 10%만이 기후 변화의 피해를 보고 있다. 저소득 국가에 자연재해는 더욱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이며 피해는 더욱 크다. 기후 변화라는 재앙 앞에서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세계 곳곳의 기후 난민들이 기후 변화로 어떻게 신음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지역 별 기후 난민 현황]

1) 남아시아

남아시아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을 수 있는 지역 중 하나이다.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몰디브, 네팔, 파키스탄 및 스리랑카로 구성된 8개 국가는 히말라야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다.

[자료 4. 사이클론 아일라로 인해 마을을 떠나는 이재민]

출처 : 뉴시스

대표적으로 방글라데시의 해수면 상승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50년 25cm, 2100년에는 1m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며 결국 적게는 150만에서 많게는 1,700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집을 잃고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한 전망이 아닌 그들에게 실향은 현실이다. 매년 홍수와 폭풍으로 60만 명이 실향하였고, 지난 수십 년간의 홍수는 백만 명의 터전을 파괴했다. 2009년 사이클론 아일라(Aila)로 인해 수천 명이 인도로 이주하는 일도 있었다.

2) 태평양 도서 국가

앞선 키리바시의 사례처럼 태평양 도서 국가 역시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지역으로서 이로 인한 인적 이동의 우려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 평균이 1993년 이래 매년 1.3~1.7mm를 기록하고 있는 중 태평양 섬나라들은 이보다 4배 이상 높은 해수면 상승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 피해 국가로 대중들에게 많이 인식되는 투발루와 같은 태평양 도서 국가들은 전 면적의 16%가 저고도해안지역(LECZ: low-elevation costal zone)에 해당해 해수의 침투 및 해안가 침식 피해가 더욱 극심하다.

3)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사헬 지대는 기후 변화로 인한 이주와 관련해 가장 주요하게 꼽히는 지역이다. 1970년대 이후 기온이 0.5~1℃까지 상승했으며, 초대형 폭풍이 3배 이상 증가하였고 특히 가뭄과 강수량 부족이 심각한 문제이다. 해당 지역 주민 79%가 농업에 의존하는 만큼 기후 변화에 더욱 취약한 면모를 보인다. 가뭄 및 사막화에 더해 계절에 따른 강수량 변동과 작은 폭우로 인한 홍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자료 5. 극심한 기근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프리카 사헬 지역]

출처 : 동아사이언스

아프리카 지역의 높은 인구 밀도는 기후 변화로 인한 생활환경의 악화를 더욱 초래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나빠진 식량 사정은 아프리카 내 국가적 분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이로 인한 대규모 이주도 초래하고 있다.

 

Only art will stop climate change 

 

[자료 6. 헤르만 조셉 하크의 “Only art will stop climate change” 포스터]

출처 : “재난과 미술적 대응: 헤르만 조셉 하크(Hermann Josef Hack)의 기후난민 프로젝트”

단순히 환경 문제와 기후 변화 인식의 재고를 위해 작품을 만들기보다 삶의 터전을 잃은 기후 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그중 “오직 예술만이 기후 변화를 중단시킬 것이다(Only art will stop climate change)”라는 슬로건으로 작업하는 헤르만 조셉 하크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한 사회적 조각(Soziale Globale Sculpture)’을 시도하고 있는 하크는 1997년 이후 <기후 난민캠프 프로젝트>와 <Global Balance>를 실천하며 독일에서부터 파리를 비롯해 아테네, 아시아의 베이징까지 이르며 글로벌하게 설치와 행동, 회화를 펼쳐 나가고 있다.

[자료 7. 베를린에서 설치 예술을 하고 있는 하크]

출처 : Wikimedia Commons

위 사진은 하크가 독일 베를린에서 설치 예술을 하는 모습이다. 베를린의 랜드마크인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하크는 난민캠프를 상징하는 200개가 넘는 소형 텐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곳이 기후난민캠프이다. 점령당했다”라는 슬로건을 들고 참여자들을 독려하며 기후 재난의 심각성에 관해 토론하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중들을 일깨우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를 오마주해 한 고등학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화성 안화고등학교는 2021년 열린 ‘2021 유네스코 한일교사 교류의 장’의 일환으로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실천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는 ACA(Anhwa Climate Action)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하크의 난민 텐트 설치 미술 작품을 오마주해 설치한 100여 개의 난민 텐트를 통해 안화고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삶의 터전을 빼앗긴’ 난민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료 8. 난민 텐트를 만들고 있는 인화고 학생들의 모습]

출처 : 경기일보 

하크 외에도 기후 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 유엔 난민 기구(UNHCR)는 2019년 '난민 여성과 함께하는 미술'과 2020년 '난민 어린이와 함께하는 미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기후 난민을 비롯해 고통받는 모든 난민에게 트라우마로 파괴된 정체성을 재건하는 수단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2020년 독일 함부르크의 'Hamburger Kunsthalle' 미술관에서는 난민을 돕기 위한 특별한 로터리 전시를 구성해 100명의 예술가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작품 후원을 바탕으로 난민 후원금을 모금하였다.

 

기후 난민, 다른 세상이 아닌 이제 우리의 이야기

난민과 이주민, 인정 여부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가장 큰 부분은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의해 기후 난민들의 안전한 삶 영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앞서 키리바시의 기후 난민 인정 사례 이후 기후 난민의 인정 가능성이 시사됐으나 아직 공식적인 용어로 잡기까지는 거쳐야 할 산들이 많다. 지난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 시절 국민 여론에서 알 수 있듯이 대중들의 난민 인식 개선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22년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마련’에 관한 내용이 담긴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을 채택했듯이 선진국은 자행한 기후 변화에 대해서 피해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저소득 국가에 보상과 지원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눈앞에 닥친 기후 위기를 직시하고 지구촌이 하나라는 생각 아래 기후 위기라는 지구적 숙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더욱이 기후 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예술가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난민이 우리 이웃의 현실이고 우리에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21세기 노아의 방주, 지구를 지키는 첫 번째 시작은 부산에서", 작성자(20기 권혜주, 20기 조현선),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472

 

21세기 노아의 방주, 지구를 지키는 첫 번째 시작은 부산에서

21세기 노아의 방주, 지구를 지키는 첫 번째 시작은 부산에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권혜주, 20기 조현선 물에 잠기는 부산, 해상도시 건설 추진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한다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예술로 환경을 치유하다, 2016 환경토크콘서트!", 작성자(9기 김종선, 9기 왕지은, 10기 김보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1876

 

예술로 환경을 치유하다, 2016 환경토크콘서트!

예술로 환경을 치유하다, 2016 환경토크콘서트! 유넵한국위원회는 주한캐나다대사관과 함께 7월 2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환경과 예술의 특별한 만남을 주제로 ‘2016 환경 토크콘서트’를 개

renewableenergyfollowers.org

3.  "빛을 위해 그림자 속으로, 돌아보는 2022 이상기후", 21기 장세희,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900

 

빛을 위해 그림자 속으로, 돌아보는 2022 이상기후

빛을 위해 그림자 속으로, 돌아보는 2022 이상기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장세희 지구의 어제는 어땠을까 2022년은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해이다. 작년 2월 24일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1) 글로벌 인사이드, “지구 첫 ‘기후 난민’ 키리바시 국민”, MBC, 2017.08.29., https://imnews.imbc.com/replay/2017/nw1800/article/4398212_29865.html

2) 진달래, “유엔 ‘기후위기 난민 지위’ 첫 인정”, 한국일보, 2020.01.2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2001211667313437

3) 김선희, "기후난민의 인권 보호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중심으로-", 세계헌법연구, 28,2, p127-156, 2022

[기후 난민, 용어를 둘러싼 논란]

1)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세계 난민의 날 - 기후난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린피스, 2020.06.22.,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3775/blog-ce-world-refugee-day-2020/

2) 장민영,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법제연구: 인권 - 환경이주민의 법적 지위 및 보호 -”, 한국법제연구원, p37, 2018.10.31.

3) 김선희, "기후난민의 인권 보호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중심으로-", 세계헌법연구, 28,2, p127-156, 2022

4) 유엔난민기구, “[기후 변화와 강제 실향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비극…강제 실향과 난민”, 유엔난민기구 공식블로그, 2021.05.18., https://blog.naver.com/unhcr_korea/222356136735

[이주라기엔 그들에게는 전쟁같은 하루]

1) 임준형, “자본주의가 낳는 불평등과 국경 통제로 고통받는 기후 난민”, 노동자연대, 2021.10.12., https://wspaper.org/article/26416

2) 유엔난민기구, “[기후 변화와 강제 실향①] 기후 변화가 가져온 비극…강제 실향과 난민”, 유엔난민기구 공식블로그, 2021.05.18., https://blog.naver.com/unhcr_korea/222356136735

3) 임병안, “[기고] 기후변화가 불러온 불평등, 기후난민”, 중도일보, 2023.04.06.,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30406010001669

[지역 별 기후 난민 현황]

1) 장민영,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법제연구: 인권 - 환경이주민의 법적 지위 및 보호 -”, 한국법제연구원, p44-47, 2018.10.31.

2) 지유석, “사이클론 아일라로 인해 마을을 떠나는 이재민”, 뉴시스, 2009.06.06.,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02714281?sid=104

3) 고재원, “기후변화로 난민 속출한 사하라 남부에 450조 투자”, 동아사이언스, 2019.02.22.,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27009

[Only art will stop climate change]

1) 김향숙, “재난과 미술적 대응: 헤르만 조셉 하크(Hermann Josef Hack)의 기후난민 프로젝트”, 미술이론과 현장 14, p53-83, 2012

2) 케이옥션, “예술의 힘으로 지구를 위해 호소하는 아티스트들”, 2019.04.23., https://blog.naver.com/k-auction/221520639206

3) 김영호, “[꿈꾸는 경기교육] 韓·日 학생들, 기후환경 교육 뜻 모은다”, 경기일보, 2021.09.30., http://www.kyeonggi.com/23829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