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에서 F로, 환경을 위한 플라스틱 PEF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4기 도영현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해양 생물]
[자료 1. 쓰레기를 토하며 죽은 고래를 형상화한 미술작품]
출처 : GREENPEACE
2019년 11월 30일, 스코틀랜드의 러스켄타이어 해변에 떠밀려 온 수컷 향유고래의 위를 가르자, 쓰레기 100kg이 쏟아져 나왔다. 밧줄 뭉치나 그물, 플라스틱 컵, 포장용 끈 등 인간이 바다에 유기한 물건들이다. 이렇듯 바다를 떠도는 해양 쓰레기는 바다거북이나 고래 등 종과 관계없이 많은 생물의 몸을 억압하거나 섭취되어 왔다. 생태계 보전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우리는, 해양 쓰레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700여 종 이상의 해양 및 담수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삼킨다. 섭취된 플라스틱은 동물의 장을 막고, 위 효소 분비를 방해하며 죽음으로 해양 생물을 이끈다. 매년 최대 약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가 플라스틱을 섭취하거나 플라스틱 쓰레기에 억압되어 죽는 것으로 추정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재활용세 부과나 플라스틱병 회수를 목표로 한 EU의 병 규제 등 갖가지 방법을 시도 중이다. 본 기사에서는 그중에서도, 친환경적인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과학자들의 여정을 PEF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PET, 무엇이 문제인가?]
[자료 2.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PET]
출처 : ⓒ24기 도영현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 중 하나이다. 음료수병과 제품 포장, 의류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PET'나 '페트'라고 적힌 재활용 마크를 찾아볼 수 있다. '페트병'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이 플라스틱은 무엇이 문제일까?
[자료 3. PET의 합성]
출처 : LG케미토피아
PET는 에틸렌글리콜(EG)과 테레프탈산(PTA)을 중합하여 만들어진다. 반응물이 석유 성분이기에 석유의 추출 및 합성 과정에서 메탄가스 등 공기 오염 물질이 생성된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독성 화학 물질도 환경오염에 일조한다. 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섭취된 PET는 인체에 위장 장애, 정신 질환, 천식, 알레르기 및 만성 폐렴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구조적 안정성에 있다. 제품의 안정성이 높다는 특성은 사용 과정에서는 장점이겠지만, 사용이 끝나고 난 뒤에는 단점이 된다. 구조적 안정성은 곧 쉽게 생분해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과학자들은 1개의 PET병이 매각되어 자연 분해 될 때까지 약 450년이 요구될 것으로 추정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PET의 지속적인 사용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가득한 바다와 식물이 자라지 않는 토양을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T에서 F로, 환경을 위한 PEF]
[자료 4. PEF의 합성]
출처 : Bioplastics NEWS
PET의 대체제로 PEF(polyethylene furanoate)가 있다. 2,5- FDCA와 에틸렌글리콜(EG)의 합성으로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석유 기반 물질을 원료로 했던 PET와 달리 사탕수수, 옥수수 등 포도당(glucose)을 기반으로 한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이드록시메틸퍼퓨랄(HMF)을 변환한 후, 연쇄 반응을 거쳐 얻어낸 2,5-FDCA와 에틸렌글리콜을 반응하여 PEF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PET에 비해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등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PEF는 PET와 비슷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으나, 벤젠(benzene) 링이 푸란(furan) 링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푸란 링의 산소 원자에 있는 고립 전자쌍은 다른 물질과의 반응을 돕는다. 따라서 PEF는 PET와 달리, 생분해가 가능하다. 푸란 링은 또한 고분자가 조밀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하여 물질의 장벽 특성을 높인다. PEF는 PET보다 31배 정도 기체 및 수분 차단성이 뛰어나다. 이러한 뚜렷한 장점을 가진 PEF는 PET의 대체제로 2000년대 이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키토산과 합성 효율의 도약]
[자료 5. 키토산 유래 촉매의 온도별 2,5-FDCA의 변환효율 (좌)와 키토산 기반의 지지체에 금속 입자가 결합한 촉매의 작용과정 모식도(우)]
출처 : ACS Publications
2,5-FDCA의 합성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나 반응하지 않고 남은 촉매는 PEF 고분자의 색상화로 이어진다. 따라서 투명도가 중요한 음료수병 등에 사용되는 데 있어 골치를 앓았다. 이는 곧 국내외 연구진의 촉매 시스템 연구 몰두로 이어졌다.
한국화학연구원 차현길, 황성연 박사 연구팀은 2019년, 키토산을 이용한 2,5-FDCA 합성 효율 증대에 성공했다. 키토산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탄소 기반의 지지체에 금속 입자를 결합하여 분말 형태의 촉매를 개발한 것이다. 키토산 바이오매스란 키토산을 함유한 천연물질로, 게와 새우 등 갑각류의 껍데기로부터 유래한 바이오매스를 말한다.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로 확인한 결과, 전환효율은 110℃ 기준에서 99%에 달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식은 촉매를 사용한 후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을 만큼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지구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해]
PEF가 완전한 생분해 플라스틱인 것은 아니다. 기존 PET에 비해 친환경적인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이지,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9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PEF는 대부분 생분해된다. 그러나 58°C 이상의 고온이 요구된다. 이것은 자연적으로 생분해가 일어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따라서 자연적인 조건에서의 PEF 생분해 연구는 불가결하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비단 해양 생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기인한 환경 문제는 부메랑처럼 결국 인간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이미 공장에서 생성된 플라스틱은 바다를 거쳐 우리의 식탁에 다시금 오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인류가 생태계의 일부라는 중요한 사실을 잊곤 한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생태계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와 아파하는 생물들, 그리고 나를 위하여.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착한 플라스틱? PLA가 뭐길래!", 20기 황지영,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507
2. "차세대 플라스틱으로 기대 받던 썩는 플라스틱, 왜 외면 받고 있나", 18기 이유나,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210
참고문헌
[플라스틱으로 고통받는 해양 생물]
1) 구무서, NEWSIS, "'물고기야 괜찮니'…해양쓰레기 15톤 분석 결과 35%가 플라스틱", 2023.12.0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2246316?sid=102
2) 김혜진, NEXTNews, "[포스터뉴스] 고래 뱃속에서 발견된 쓰레기 100Kg", 2019.12.04., http://m.nextnews.kr/news/newsview.php?ncode=1065596772044727
3) Helen Briggs, BBC NEWS, "Plastic: How to predict threats to animals in oceans and rivers", 2020.03.27.,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52062158
4) Rex Weyler, GREENPEACE, "The Ocean Plastic Crisis", 2017.10.15., https://www.greenpeace.org/international/story/11871/the-ocean-plastic-crisis/
[PET, 무엇이 문제인가?]
1) Vaishali Dhaka 외 8인, "Occurrence, toxicity and remediation of polyethylene terephthalate plastics. A review", Environ Chem Lett., p.5-7, 2022.01.
[T에서 F로, 환경을 위한 PEF]
1) MICHAEL STEPHEN COLUMN, BIOPLASTIC NEWS, "Polyethylene Furanoate PEF", https://bioplasticsnews.com/polyethylene-furanoate-pef/
[키토산과 합성 효율의 도약]
1) 한국화학연구원, "포스트 페트(PET)병 ‘친환경 플라스틱 페프(PEF)’ 촉매 개발", 2019.06.26., https://blog.naver.com/krictblog/221571265111
[지구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해]
1) Katja Loos 외 9인, "A Perspective on PEF Synthesis, Properties, and End-Life", Front. Chem., Sec. Polymer Chemistry, Vol. 8, p.13-14,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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