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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에너지 외교, 알래스카 LNG로 한국 관세·에너지 전략 시험대 올려

by R.E.F. 27기 신소연 2025. 4. 28.

트럼프의 에너지 외교, 알래스카 LNG로 한국 관세·에너지 전략 시험대 올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신소연

 

“에너지 해방” 선언 후 부활한 알래스카 LNG

[자료 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알래스카 트랜스-알래스카 파이프라인]

출처 : 헤럴드경제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미국의 에너지 개발 기조가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을 폐기하고, 알래스카를 중심으로 석유 및 천연가스(LNG) 개발 규제를 대대적으로 해제했다. 미국 내무부는 알래스카 국립석유매장지역(NPRA) 내 82%에 해당하는 토지에서 시추를 허용하고, 야생동물보호구역 내 자원개발도 허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의 해방’이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따라, IRA 자금 집행 중단과 더불어 국내 천연자원과 핵심광물의 개발을 촉진하는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료 2. 미국 알래스카 LNG가스관 사업 개요]

출처 : 한국경제신문

이러한 맥락 속에서 재추진되고 있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 북부의 가스전을 시작으로 1300km에 달하는 가스관을 남부 해안까지 건설해 가스를 액화한 뒤, 아시아 국가에 수출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비는 64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2029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혹한의 기후와 극저온 환경에 맞서는 고난도의 시공 기술이 필요하며, LNG 액화시설과 선적 터미널 등 복합 인프라가 함께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와 무역불균형 해소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으로서 주요 협력 대상국으로 지목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한국, 일본, 다른 나라들이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주지사 마이크 던리비는 최근 방한해 한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들에 프로젝트 참여와 알래스카산 LNG 구매를 공식 요청했다.

 

수출 기회와 전략적 부담 사이, 한국 산업계의 ‘신중 모드’

[자료 3. 2025년 4월 9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철강·강관, 가스 개발 업종주 일일 주가 등락률]

출처 : 머니투데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규모와 범위 면에서 한국 산업계에 일정 부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철강, 조선, 에너지 분야는 이 프로젝트에서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알래스카 극지 환경 특성상, 가스관과 LNG 액화·저장 시설 건설에는 극저온 환경에 견딜 수 있는 고급 강재가 필수적이며, 철강재 수요는 10만~15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극저온 강재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강관 및 기자재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선업계 역시 주목받고 있다. LNG를 운송하기 위한 쇄빙선 및 특수 시추 선박이 필요한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특성상, 쇄빙 LNG선 제작 경험이 있는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며 한국의 참여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내비친 바 있다.
정부 또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조선업을 미국과의 관세 협상 테이블 위에 올릴 핵심 카드로 보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 두 분야는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알래스카 LNG와 조선 분야가 상호관세 완화 협상에서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업계 반응은 조심스럽다. 에너지 기업들은 “알래스카 LNG는 규모가 큰 만큼 손실 리스크도 크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추진 동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LNG 도입 경험이 풍부한 한국가스공사는 알래스카산 가스를 수입할 경우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사업의 경제성 여부를 신중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철강 및 강관 업계 역시 고강도 극저온 환경과 현지 규제,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사업성 검토 없이는 성급한 참여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불확실한 수익성과 탄소 리스크, 좌초자산 우려 커지는 알래스카 LNG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겉보기엔 대규모 투자와 수출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적인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성·환경성·정치적 불확실성 측면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는 한국 산업계와 정부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이유이다.

가장 큰 문제는 막대한 사업비와 불확실한 수익성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1300km에 달하는 가스관과 LNG 액화 및 선적 설비를 포함해 약 64조원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구축이 요구된다. 특히 알래스카 북부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 40도에 달하는 혹한 환경으로, 공사 지연 및 추가 비용 발생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개발·시추·운송에 드는 전체 비용을 모두 반영한 후에도, 이를 상쇄할 만큼의 천연가스 가격이 형성될 수 있을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는 LNG 수요 감소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이다. 프로젝트가 가동될 시점은 이르면 2029년 이후로 예상되는데, 국제에너지기구(IEA), IPCC 등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석유·가스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의 LNG 수입량은 최근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4년 2조달러를 돌파하며 화석연료를 앞질렀다. 이는 알래스카 LNG가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세 번째는 정치적 불확실성과 외교적 부담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는 사업으로, 그의 정치적 의도와 재집권 기간에 따라 정책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했다가 수익성과 정치적 리스크를 이유로 철수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사업에 한국이 참여할 경우, 향후 정권 교체나 정책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료 4. 2024년 7월 기준 캐나다의 첫 LNG 수출프로젝트인 LNG캐나다의 건설 모습]

출처 : 에너지경제

마지막으로, 경제성 논란과 더불어 확실한 대안의 존재도 프로젝트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알래스카 LNG의 강점 중 하나는 병목구간을 피해 아시아로 7~8일 내 수송이 가능하다는 점이지만, 캐나다의 LNG 캐나다(LNG Canada) 프로젝트도 유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한국가스공사와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의 기업들이 참여 중이다. 이처럼 같은 시간 내에 공급 가능한 더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알래스카 LNG에 굳이 뛰어들 필요가 있냐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알래스카 LNG 참여, 대미 협상 카드이자 국가 에너지 전략의 시험대

[자료 5. 2025년 4월 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출처 : 연합뉴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단순한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넘어,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전략과 한국의 에너지·산업 정책이 교차하는 전략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LNG 구매 및 가스관 합작 투자 참여를 한미 무역 불균형 해소 및 상호 관세 완화 협상의 핵심 카드로 제시하며, 한국의 참여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조선업 협력과 알래스카 LNG를 패키지로 구성해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자료 6.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LNG 항목에 대한 미국의 요구안]

출처 : 세계일보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두 가지 상반된 전략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나는 알래스카산 LNG 구매 및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대미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에너지 안보 및 수입선 다변화 효과를 기대하는 길이다. 실제로 한국은 중동·오세아니아 중심의 LNG 수입구조를 갖고 있으며, 미국산 LNG 비중은 아직 12%에 불과하다. 알래스카산 가스는 수송 거리도 짧고, 안정적인 장기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성에 대한 회의와 국내 산업계의 부담,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 등을 고려할 때, ‘관세 완화’라는 외교적 명분만으로 뛰어들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도 존재한다. 특히 64조원이 넘는 초기 투자비, 향후 수십 년간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는 최대 6300조원 규모의 탄소 비용은 정책적 정당성과 국민적 합의를 동시에 요구한다.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핵심 참여 후보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제성, 환경성, 정치 외교적 실익을 종합적으로 따져 신중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필요하다면 일본·대만 등과 협력해 리스크 분산형 공동참여 모델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동시에 정부는 이 사안을 단순한 외교적 고려가 아닌, 국가 에너지 정책의 전환점에서 평가하고, 미래 산업 투자와의 균형 속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에너지 전략을 채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국제 협상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총체적 판단의 문제다. 한국은 지금, 수십 년 뒤 국가 에너지 구조와 산업 체계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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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에너지 해방” 선언 후 부활한 알래스카 LNG]

1) 김난영, “美, '韓 투자요구' 알래스카 LNG 등 에너지 개발 규제 해제”, 뉴시스, 2025.03.21,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321_0003107817

2) 김동현, “美내무부, 바이든 친환경정책 폐기 시동…IRA 자금 지출도 검토”, 연합뉴스, 2025.02.04, https://www.yna.co.kr/view/AKR20250204039800071?input=1195m

3) 송승온, “알래스카 LNG 참여 요구, 국내 에너지기업은 ‘관망’ 분위기”, 에너지플랫폼뉴스, 2025.04.02, https://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92424

4) 이슬기, “"알래스카 LNG 사라" 분명한 美요구…참여도 거절도 난처한 韓”, 연합뉴스, 2025.03.31, https://www.yna.co.kr/view/AKR20250330000200003?input=copy

[수출 기회와 전략적 부담 사이, 한국 산업계의 ‘신중 모드’]

1) 김대훈, 김형규, 하지은,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 "알래스카 LNG 사업은 좋은 기회"“, 한국경제신문, 2025.03.26,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260742i

2) 김영대, 차대운, “LNG시장 커진다… 제철 만난 포스코 ‘고망간강’”, 연합마이더스, http://www.yonhapmidas.com/article/250403152234_488486

3) 여동준, “조선업·알래스카 LNG 개발, '美 관세' 실효성 있는 카드 될까”, 뉴시스, 2025.04.10,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409_0003132773

4) 안광석, “'계륵' 알래스카 LNG…철강·조선업계 '신중 모드'”, 뉴스웍스, 2025.04.12,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1896

5) 안보람, “통상본부장 "조선·알래스카LNG 테이블 올려놓고 미국과 협의"”, MBN뉴스, 2025.04.09, https://www.mbn.co.kr/news/politics/5105638

6) 정탁윤, “트럼프 "알래스카 가스관 개발"...韓 조선·에너지·상사기업 수혜 기대”, 뉴스핌, 2025.03.05,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0305000659

[불확실한 수익성과 탄소 리스크, 좌초자산 우려 커지는 알래스카 LNG]

1) 유준호, ““초청장 좋아할수가 없다”…트럼프 제안한 ‘알래스카 LNG’ 뭐길래”, 매일경제, 2025.03.06, https://www.mk.co.kr/news/economy/11257554

2) 윤병효, “인기 없는 美 알래스카 LNG…트럼프, 관세로 강매 나서나”, 에너지경제신문, 2025.04.03, https://www.ekn.kr/web/view.php?key=20250402029482582

3) 윤수은, “트럼프發 알래스카 LNG프로젝트, 투자 가치 있나?”, 이코리아, 2025.03.27,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605

[알래스카 LNG 참여, 대미 협상 카드이자 국가 에너지 전략의 시험대]

1) 금준혁, “대미협상 '미국산 LNG' 급부상…수입 확대 여력 충분, 문제는 가격”, 뉴스1, 2025.04.09, https://www.news1.kr/industry/general-industry/5747546

2) 김민중, “알래스카 LNG 개발?…47조 빚 가스공사 ‘난감’”, 중앙일보, 2025.04.1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7758

3) 송윤경, “현대차 이어 알래스카 LNG 사업까지?…정부, 참여 저울질”, 경향신문, 2025.03.26,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60600111#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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