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의 숨은 열쇠, 폐윤활유 업사이클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김나영
폐윤활유, 자원인가 오염원인가
윤활기유는 윤활유의 주요 원료로, 점도, 점도 지수, 황 함량 등을 기준으로 품질이 구분된다. 윤활유는 이 윤활기유에 다양한 첨가제를 넣어 제조하며, 자동차나 산업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윤활기유는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돼, 핸드크림이나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등에 쓰인다.
대량 생산과 소비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원으로서 잠재력을 지닌 폐기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폐유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폐기물로, 그중에서도 폐윤활유는 품질과 발생량 면에서 재활용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에서 주요 재활용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폐윤활유 처리 현실은 환경적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클라인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간 약 48만7000kL의 폐윤활유가 발생하며, 이 중 상당량이 난방유나 발전소 연료로 단순 연소 처리된다. 이 과정에서 탄소와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되는 것은 물론, 불법 투기와 부적절한 처리로 인한 수질·토양 오염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폐윤활유는 중요한 환경 폐기물로 분류된다.
법적으로 윤활유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에 따라 ‘재활용의무대상 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자동차, 건설기계, 농업기계, 어선, 선박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된 윤활유는 회수 후 적절히 재활용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행이 미흡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협의 윤활유 판매 대비 폐윤활유 수거율은 평균 20% 수준에 불과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폐윤활유 발생량은 판매량의 약 70%에 달하며, 유사한 기관 구조를 가진 어선에도 이를 적용해 볼 때 수거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폐윤활유의 업사이클링, 자원 순환의 핵심 해법
[자료 1. 폐윤활유 회수ㆍ재활용 흐름도]
출처 : 한국윤활유공업협회
이 같은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폐윤활유의 고부가가치 업사이클링 기술이다. 이는 단순 연료화가 아니라 폐윤활유를 정제해 재생 윤활기유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원유를 새롭게 채굴하지 않고도 윤활유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과 자원 순환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은 이러한 정제 재활용 방식을 장려하고 있으며, 폐윤활유를 연료가 아닌 윤활기유로 재활용할 경우 정부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통해 윤활유를 회수·재활용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왔다.
현재 폐윤활유 재활용에는 고온 열분해, 감압증류, 이온정제 방식이 주로 사용되며, 이 중 감압증류와 고온 열분해는 고품질 정제유를 생산할 수 있어 산업적 활용에 적합하다. 자동차 및 선박용 윤활유가 주요 대상이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높다. 결국 폐윤활유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서,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한 자원 순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유업계, 폐윤활유를 자원으로 보다
[자료 2. 환경부]
출처 : ESG 경제
기후위기 대응과 순환경제 실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유업계도 폐윤활유를 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SK에너지 등 주요 정유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정유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유업계는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폐윤활유 등 폐자원을 새로운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 개발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폐윤활유를 소각할 경우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지만, 이를 정제해 고급 윤활기유로 재생산하면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SK루브리컨츠는 폐윤활유를 연료가 아닌 윤활기유로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을 도입해, 기존 활용 방식 대비 수만 톤의 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 3. ‘폐윤활유 재생·원료화 신사업’과 관련된 다자간 업무협약 체결식 ]
출처 : 매일안전신문
이러한 산업계의 변화는 구체적인 협력 모델로도 이어지고 있다. SK엔무브는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와 ‘폐윤활유 재생·원료화 신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폐윤활유를 고품질 윤활기유 원료로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클린코리아, 덕은인터라인, 대림, 셋방정유 등 폐윤활유 수거기업들도 이 협약에 참여해, 1차·2차 정제를 거쳐 SK엔무브가 이를 재가공하는 순환 시스템을 함께 구축했다. 이로써 화력발전소 연료에 불과했던 폐윤활유가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민간의 전환 노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환경부는 민관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정유업계의 현장 애로사항을 신속히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후·환경 위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변화는 SK그룹에 국한되지 않는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폐자원을 정제해 나프타, 프로필렌, 윤활기유 등으로 재생산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정유 4사(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총 6조원 이상을 친환경 연료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며, 이 중 약 2조4500억원은 폐플라스틱 및 폐윤활유 등 친환경 원료 투입 공정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산업계가 자원순환과 저탄소 경제로의 구조 전환에 실질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폐기물에서 자원으로, 순환경제의 실마리
폐윤활유는 그 자체로는 오염원이 될 수 있지만, 적절한 회수와 정제를 통해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폐기물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낮은 회수율과 연료화 중심의 활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나, 업사이클링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재생 윤활기유 생산은 환경적·경제적 이점을 동시에 제공한다.
정유업계의 기술 혁신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맞물릴 때, 폐윤활유는 탄소중립과 자원 순환을 실현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나아가 이는 단순한 산업 개선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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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폐윤활유, 자원인가 오염원인가]
1) 강병용, 최현규, 이승환, “국내 어선 발생 폐윤활유의 해양오염 예방에 관한 고찰”, 해양환경안전학회 2023년도 추계학술발표회, 63-63, 2023.11
2) 김건국, 장용철, 이소라, 정미정, 전태완, 신선경, “물질흐름분석을 통한 폐윤활유 재활용 공정의 정제유 생산량 산정”,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지, 31(3), 282-289, 2014.04
3) 손영호, “[Who Is ?] 김원기 SK엔무브 대표이사 사장”, Business Post, 2025.02.17,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83695
4) 이세영, “폐윤활유 재활용 길 열렸다…정유4사로 확대되나”, 굿모닝경제, 2022.09.07, https://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86875
5) KLOIA, “재활용동향”, https://www.kloia.or.kr/trend/trend.php
[폐윤활유의 업사이클링, 자원 순환의 핵심 해법]
1) 강병용, 최현규, 이승환, “국내 어선 발생 폐윤활유의 해양오염 예방에 관한 고찰”, 해양환경안전학회 2023년도 추계학술발표회, 63-63, 2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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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폐윤활유를 자원으로 보다]
1) 김신, “정유산업 바이오·폐자원 재활용 사업에 정부 지원 요청”, 에너지플랫폼, 2024.12.25, https://www.e-platform.net/news/articleView.html?idxno=90401
2) 이세영, “폐윤활유 재활용 길 열렸다…정유4사로 확대되나”, 굿모닝경제, 2022.09.07, https://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186875
3) 이진경,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연료·순환경제로 영역 확장”, 세계일보, 2024-11-30,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129508985?OutUrl=naver
4) 정예린, “[단독] SK, 中 해신에너지에 탄화수소 기반 바이오디젤 대량 주문”, THE GURU, 2024.09.12, https://www.theguru.co.kr/news/article.html?no=77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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