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ke] 석유 대신 미생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화이트 바이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조재경
19기 김수정, 19기 이희정 님의 "WHITE가 대세! ALL WHITE, 화이트바이오산업"기사의 Remake 버전입니다. 기사 작성에 도움을 주시고 배려해 주신 김수정선배님에게 감사드립니다.
코끼리 당구공에서 바이오 플라스틱까지
[자료 1. 당구공을 위해 사용되는 코끼리의 상아]
출처 : 나무위키
당구공을 만들기 위해 코끼리를 잡던 시절이 있었다. 19세기 후반, 상아로 만든 당구공 수요가 급증하면서 코끼리 남획이 심각해졌고, 이를 대체할 인공 소재가 필요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처음에는 환경을 구할 발명품처럼 여겨졌지만, 인류는 곧 플라스틱의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졌고, 그 대가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미세플라스틱, 해양 오염, 생태계 교란이라는 전 지구적 환경 위기다.
플라스틱 없는 삶은 가능할까? 아니면, 플라스틱과 공존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화이트 바이오”에 있다.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재생 가능한 식물자원과 미생물, 효소 등을 활용해 기존 석유 기반 제품을 대체하는 기술, 화이트 바이오(White Biotechnology)는 특히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대안을 통해 플라스틱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레드 바이오, 농업 분야의 그린 바이오와 함께 3대 바이오산업 중 하나이다. 이는 에너지·화학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22년 기준 전체 바이오산업의 약 25.8%를 차지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사를 통해서 플라스틱의 환경적 문제를 짚어본 뒤, 화이트 바이오 기술 중 “바이오 플라스틱”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를 중심으로, 기술적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플라스틱 오염과 석유 산업 문제, 그리고 화이트 바이오의 등장
[자료 2. 플라스틱 컵에 갇힌 게]
출처 : 호서대신문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배출되면 수백 년간 지구에 남는다. 특히 1회용으로 소비된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며 생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코에 빨대가 박힌 거북이, 위장 가득 비닐을 삼킨 채 발견된 고래, 플라스틱 컵에 갇혀버린 게의 모습은 플라스틱 오염의 민낯을 보여준다.
[자료 3. 손에 묻은 미세플라스틱의 모습]
출처 : ESG 경제
더욱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이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생물의 소화기관에 침투해 염증, 장기 손상, 영양 흡수를 방해하고, 화학적으로는 프탈레이트나 비스페놀A와 같은 유해물질을 내뿜으며 내분비계 교란, 면역 이상, 암 유발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이 식수, 해산물, 심지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고 있어 인간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무게만큼 섭취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더 이상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류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석유 기반 산업구조”가 있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석유에서 유래된 합성수지로 만들어지며, 그 생산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을 수반한다. 실제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약 5~6%가 화학 산업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이는 전체 국가 단위의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이처럼 석유화학 중심의 구조는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낳고 있다. 따라서 이 구조를 대체하고 전환할 기술이 필요하다.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화이트 바이오”이다. 화이트 바이오 기술은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인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해, 친환경 공정을 통해 연료나 플라스틱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석유 기반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기술적 진화와 현실
[자료 4. 바이오플라스틱의 종류]
출처 : nate 뉴스
플라스틱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s)”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식물 등 재생 가능한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이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으며, 식물 유래 플라스틱이 반드시 생분해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바이오 플라스틱의 실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원료와 분해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바이오 플라스틱 중 하나는 “PLA(Poly Lactic Acid, 폴리젖산)”이다. 옥수수 전분이나 사탕수수로부터 추출한 젖산을 중합해 만든 PLA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산업용 퇴비화 시설에서 일정 조건(온도, 습도)이 갖춰질 경우 6개월 이내에 분해된다. 또한, 특정 미생물이 탄소원을 대사해 PHA를 생산하는 기술은 화이트 바이오의 핵심적인 사례다. 해양 환경에서도 분해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 5.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스타벅스]
출처 : WORLDTODAY
이러한 바이오 플라스틱은 최근 기업들의 실험적 상용화 시도 속에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PLA 소재의 빨대와 컵 뚜껑을 도입했고, 삼성전자는 PHA 기반의 친환경 패키징을 일부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CJ제일제당, 롯데케미칼 등이 바이오 플라스틱의 생산과 원료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략 기술로 화이트 바이오를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진보와는 별개로 바이오 플라스틱의 한계점도 분명하다. 첫째, 생산 단가가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에 비해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둘째, PLA의 경우 생분해가 가능하다고는 하나 일반 환경에서는 분해되지 않고, 산업용 퇴비화 조건이 갖춰져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로 인해 적절한 분리배출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오히려 재활용 체계에 혼선을 줄 수도 있다. 또한,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을 위한 옥수수·사탕수수 경작이 식량 문제와 토지 이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바이오 플라스틱은 완전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과도기적 전환을 위한 하나의 선택지다. 기술적 진화를 통해 현실적인 한계를 보완해나가되,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만 그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전환을 위한 과제와 전략
바이오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완전한 해답이라기보다는 “전환기의 열쇠”다.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으며, 사회 전반의 시스템 전환과 함께 갈 때에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먼저,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의 폐기물 관리 시스템은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바이오 플라스틱이 오히려 재활용 공정을 방해하거나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쓰레기와 섞여 처리될 경우, 분해되지 않은 채 매립되거나 소각되어 그 취지가 무색해진다. 따라서 PLA, PHA 등 바이오 플라스틱 전용 수거·처리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명확한 라벨링과 분리배출 기준도 필요하다.
[자료 6. CCU 기술]
출처 : LG 케미토피아
두 번째는 경제성 확보와 공정 개선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높은 가격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큰 벽이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유전자 조작 미생물 개발, 전처리 비용을 줄이는 기술, 이산화탄소를 직접 원료로 활용하는 CCU(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반 공정 등은 이 문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 탄소세 부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 의무화 같은 정책 수단을 통해 초기 시장을 형성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도 병행되어야 한다.
[자료 7. 5R]
출처 : 티스토리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단순히 “재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 폐기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바이오 플라스틱이 “면죄부”가 되어 무분별한 소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줄이는 것(Reduce), 되살리는 것(Reuse), 거부하는 것(Refuse), 퇴비화하는 것(Rot), 올바르게 버리는 것(Recycle)의 5R 원칙 위에, 바이오 플라스틱이라는 “6번째 선택지(Replace)”가 올라서야 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전환은 기술·제도·인식이 삼박자로 맞물릴 때 가능하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단지 “대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묻는 전환의 거울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화이트 바이오의 역할과 과제
플라스틱은 한때 인류의 삶을 혁신한 발명품이었지만, 지금은 환경오염과 건강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와 육지를 오염시키고, 해양 생물과 인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생태계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다.
이 문제의 근본에는 석유 기반 산업 구조가 있다. 석유에서 유래한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와 탄소를 배출해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를 초래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화학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자료 8. 대안이 되어줄 수 있는 화이트바이오]
출처 : GS칼텍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기존 석유 기반 산업을 넘어서는 혁신적 대안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화이트 바이오인 것이다. 화이트 바이오는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생산을 가능하게 하며, 바이오 플라스틱 등 제품을 통해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바이오 플라스틱은 분해 속도가 빠르고 독성이 적어 미세플라스틱 문제 완화에 큰 잠재력을 지닌다. 국내외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전환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화이트 바이오가 완전한 해법이 되려면 바이오매스 공급과 경제성 확보, 생산 효율화, 사회 인식 변화와 제도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바이오 자원의 대규모 이용이 식량 안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화이트 바이오는 기술 혁신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화이트 바이오는 플라스틱 문제뿐 아니라 기후 위기와 자원 고갈 문제에 대응할 중요한 열쇠이며, 이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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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TIE가 대세! ALL WHTIE, 화이트바이오 산업", 19기 김수정, 19기 이희정,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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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플라스틱의 문제점: 생태계 피해와 미세플라스틱 확산]
1) 공채형,“플라스틱의 원조 당구공”,사이언스타임즈,2005.01.17,https://www.sciencetimes.co.kr/nscvrg/view/menu/248?searchCategory=220&nscvrgSn=15264
2) "무서운 미세플라스틱, '뇌혈관 침투로 치매 유발 가능성'",ESG경제,2023.09.12,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4583
3) 이경민,"갈수록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환경오염 문제, 계속 사용하는 것이 옳을까?",호서대신문,2023.12.07,https://news.hoseo.ac.kr/news/articleView.html?idxno=1083
4) 이승범,"미세플라스틱 문제",에너지단열경제,2021.02.17, https://kienews.com/news/newsview.php?ncode=1065570848840576
[생분해플라스틱의 진실]
1) 이재은,"생분해성 플라스틱...친환경일까?아닐까?",뉴스트리,2022.02.21,https://www.newstree.kr/newsView/ntr202202080003
2) 정종훈,"친환경 대안 '또다른 쓰레기' 어디에 가까울까...생분해 플라스틱의 진실",2021.09.13,https://news.nate.com/view/20210913n30157
[친환경 전환을 이끄는 신기술: 제로웨이스트부터 바이오 플라스틱까지]
1) 김민영,"환경을 위하는 '제로웨이스트', 내년에는 진화된다",비건뉴스,2023.11.13,https://www.vegannews.co.kr/news/article.html?no=16675
2) 권태흥,"화장품 용기, PLA·PHA 등 생분해 바이오 플라스틱 생태계 구축",2021.11.23,http://www.cncnews.co.kr/news/article.html?no=6416
3) 박인혜,"지속 가능한 미래사회를 향한 한국 바이오 플라스틱 산업계의 역할",플라넷뉴스,2024.01.29,https://www.plastics.kr/news/articleView.html?idxno=1213
[화이트 바이오]
1) 김지원,"분해되는 플라스틱 만든다...화이트 바이오 기술 구축 활발",시사저널,2023.01.19,https://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96291
2) "더 맑고 깨끗한 지구를 위한 친환경 기술, '화이트 바이오'",GS칼텍스,2023.07.18,https://gscaltexmediahub.com/future/green-transformation/white-biotechnology-for-earth-2023/
3) 박영신,"'석유 대신 식물·미생물로'...탄소중립 돕는 화이트바이오 '주목'",위클리서울,2023.06.15,https://www.weeklyseoul.net/news/articleView.html?idxno=7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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