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한국이 수소 수입에 주목하는 이유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6기 신혜진
수소경제사회와 대한민국
한국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시작으로 수소경제사회를 향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의 하나로 사용하며 국가경제, 사회전반, 국민생활 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여, 수소가 경제성장과 친환경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사회를 일컫는다. 따라서 화석연료 중심의 현재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 발전, 교통,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저장·운송에 필요한 모든 분야의 산업과 시장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함께 수소는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특히 산업부문과 발전부문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급증하는 수소 수요에 대응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료 1. 수소경제사회]
출처 :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
수소경제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한국의 수소 수요는 향후 급격한 증가가 예상된다. 실제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르면, 2050년에는 연간 2,790만 톤의 청정수소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청정수소는 2050년까지 최종에너지 소비의 33%, 발전량의 23.8%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러한 수소 수요 확대에 발맞춰 수소의 활용 범위도 전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 정책 전환을 추진하며, 발전 부문에서는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 기술을 도입해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하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까지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 발전 비중을 2.4%, 2038년까지 6.2%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산업 부문에서는 연료와 원료를 수소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도심지 설치에 적합하고 신속한 전력 공급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의 수요도 증가하는 등, 수요처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국내 수소 생산의 한계
현재 국내 수소 생산은 주로 석유화학 공정의 부산물인 부생수소 및 천연가스를 개질하여 생산하는 개질수소, 즉 그레이수소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수소 234만 톤 중 100%가 그레이수소였다. 부생수소는 제조 단가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수소 판매량의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납사분해 공정에서는 전체 수소 판매량의 33.4%, 클로르알칼리 공정에서는 12%에 달하는 수소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부생수소는 산업공정의 부산물이라는 특성상 생산량을 임의로 조절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수소경제 체제에서 부생수소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레이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탄소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청정수소로 간주할 수 없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 생산 구조 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린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데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경제성, 기술 성숙도, 재생에너지 여건, 환경·사회적 수용성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은 수전해 설비의 가동률을 저하시켜 수소 생산 단가를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시행된 실증사업 결과, 수소 1kg당 생산단가는 9,800원에서 최대 4만 원까지 이르렀으며, 이는 2024년 기준 kg당 약 5,850원~7,150원 수준의 판매단가를 상회하여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그린수소의 단가는 그레이수소 대비 2~8배에 달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 25만 톤, 2050년까지 300만 톤의 그린수소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실제로는 수전해 설비의 높은 도입 비용과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하락 지연으로 인해 대규모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경제성 문제는 결국 그린수소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 하지만 보조금 정책은 재정적 지속가능성, 타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한계가 명확한 상황이다.
한국의 지리적·환경적 여건도 그린수소 생산의 확대에 제약을 준다. 한국은 산지가 많고 인구밀도가 높아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 단지 조성이 쉽지 않다. 태양광 발전은 설치 부지 부족과 발전 효율 저하, 풍력 발전은 연평균 풍속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의 한계, 주민 수용성 문제 등으로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 해상풍력의 경우 잠재력은 있으나, 초기 투자비와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적 절차로 인해 단기간 내 대규모 확충은 힘든 실정이다.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공급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전해 기반 대량 수소 생산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구축과 수소 수입
이러한 국내 수소 생산의 한계를 고려할 때, 해외 청정수소 수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전체 수소 수요의 약 80~82%를 수입 수소로 충당할 계획을 수립했으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수소 수입 비중의 하한선을 76%로 설정하고, 가능하면 더 높은 수입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2021년 10월 발표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는 연간 92만 톤,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2,190만~2,290만 톤의 수소를 수입해 수요를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수소 수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수치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부터는 해외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생산된 수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2040년까지는 전체 수소 수요의 70% 이상을 탄소배출이 없는 청정수소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러한 수소 수입 전략은 국내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제약과 기술 성숙도 한계를 감안할 때, 실질적이고도 불가피한 대응방안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안정적인 수소 수입을 위해,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고려가 필요한데, 각각 운반 방식과 공급망 다변화이다. 현재 수소 운반 방식으로는 액화수소,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암모니아 등이 검토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가장 효율적인 수소 운송 방식으로 암모니아를 꼽았다. 액화 암모니아는 액화 수소 방식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수소를 담을 수 있으며, 수소 1kg을 호주에서 국내로 운송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액화 암모니아가 1.7달러로 액화수소의 절반 수준이다. 액화점 또한 암모니아의 경우 영하 33°C로, 영하 253°C인 수소보다 높아 액화를 위한 에너지 소모 및 탄소 배출이 적다. 무엇보다, 2017년 기준 전 세계 암모니아의 연간 생산량은 1억 8,000만 톤에 달하며, 운송규모는 1,800만 톤에 이르는 등 유통 기반 또한 이미 갖춰져 있다.
[자료 2. 수소의 저장형태 및 운송방법]
출처: SKinno News
한편 액화수소 운송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2024년부터 액화수소 운송을 개시했으며, SK E&S는 인천 액화수소 플랜트에서 연 3만 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해 전국 충전소에 공급하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에 비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고, 1회 운송량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극저온 단열, BOG(Boil Off Gas) 처리 등, 액화수소 운송 선박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실증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청정수소의 2/3가 수전해 기반으로 생산될 것으로 전망하며, 유럽, 호주, 라틴아메리카, 북미 지역이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한국은 특히 호주와의 협력이 유망하다.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수소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과의 지리적 접근성, 경제성 면에서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검토 가능한 국가에 해당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해, 다양한 생산국과의 다자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정학적·경제적 충격에 대한 공급망의 회복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소경제사회의 실현을 위해
수소는 2050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수송·발전 전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한 핵심 에너지원이다. 그러나 국내 재생에너지 한계와 수소 생산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수소경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해외 청정수소 수입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한국은 앞으로 수소 수입 비중이 76%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제 협력 네트워크, 수송기술 확보, 물류 인프라 확충 등 다각적인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특히 암모니아 기반 수소 운송, 호주 등 주요 수출국과의 협력 강화는 중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결국 지속가능한 수소경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 역량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수소 수입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기적 수요 충족을 넘어서, 글로벌 수소시장 내 주도권을 확보하고, 산업적 경쟁력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산업계,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과 투자가 병행될 때, 한국은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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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수소경제사회와 대한민국]
1) 강찬수, “수소, 어떻게 생산·공급할 것인가..."호주 그린수소 수입이 한국엔 최적"”, ESG경제, 2024.12.22.,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9332
2)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2019.01.17
3)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2021.11.26
4) 산업통상자원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 2025.03.13
[국내 수소 생산의 한계]
1) 박진남, “[기고] 부생 수소 현황과 활용”, 가스신문, 2016.05.18., https://www.ga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3661
2) 신익환, “그린수소 생산 단가 ‘4만 원’…적자 어쩌나”, KBS 뉴스, 2025.02.18.,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179504
3) 안지영, 김기환, “국내 청정수소 생산 기반 확대 연구(1/3)”, 기본연구보고서, 2024-16, 2024.12.31
4) 오영학, “수소경제에 수소가 없다 미래 핵심 에너지원 ‘그린수소’, 국내 생산 기술 선진국과 3~7년 격차”, 대한뉴스, 2023.10.24., http://www.dh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116
5) 홍대선, “수소경제는 친환경?…문제는 수소 생산방식이다“, 한겨레신문, 2021.04.12.,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90633.html
[수소 수입의 필요성]
1) 김재경, “수소경제 로드맵 이행을 위한 세부전략과 과제”, 에너지경제연구원 개원 33주년 기념 세미나 발제자료, 2019.08.30.
2) 관계부처 합동,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 2021.10.18.
3) 이종수, “수소생산 활성화, 인센티브 등 제도 개선에 달렸다”, 월간수소경제, 2023.07.31., https://www.h2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1158
4) CJ 대한통운, “국내 최초 액화수소 운송을 실현한 CJ대한통운”, 2024.06.27., https://www.cjlogistics.com/ko/newsroom/latest/LT_00000374
5) IEA, “Global Hydrogen Review 2024”, 2024.10.15.
6) SKinno News, “미래 청정 에너지 암모니아, 수소경제의 열쇠로 주목받는 이유”, 2022.09.27., https://skinnonews.com/archives/9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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