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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수소-바이오

김치가 가로막는 바이오가스?

by R.E.F. 27기 김나영 2025. 6. 26.

김치가 가로막는 바이오가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김나영

 

김치의 역설: 전통 음식이 만든 기술 장벽

[자료 1. 김치]

출처 : 경향신문

“김치에 밥만 있으면 한 끼 충분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치와 같은 짭짤한 반찬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김치, 젓갈류 등은 오랫동안 우리의 전통 식문화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이 친숙한 음식들이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에서는 뜻밖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는 음식물쓰레기를 더 이상 ‘쓰레기’로 보지 않고, 퇴비화·사료화·바이오가스화 등 자원화 공정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음식물에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바이오가스화는 기후 대응과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공정의 핵심인 혐기성 소화 과정에서 염분은 치명적인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고염도 음식물은 메탄 생성 미생물의 활성을 저해해 바이오가스 생산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공정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퇴비화·사료화 시 토양 염해와 악취 유발 등 2차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탈염 전처리는 사실상 필수 절차가 됐다. 실제로 환경부는 고염 음식물 배출 시 물로 헹궈 염도를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순환경제의 한 축으로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가스화 공정이 한국인의 식문화와 충돌하며 새로운 기술적·사회적 과제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음식물쓰레기의 바이오가스화

[자료 2. 바이오가스의 생산과 활용 경로]

출처 : 에너지경제연구원

혐기성 소화는 음식물류 폐기물,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을 산소 없이 분해해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 등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에너지 회수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이중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음식물류 폐기물 1톤을 바이오가스로 처리할 경우, 순 메탄 배출량이 오히려 줄어드는 ‘순 배출 저감 효과’가 나타난다. 기술 개발을 통해 메탄 회수율을 높이면, 1톤당 약 14.5kg의 메탄 회수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이는 바이오가스화가 단순한 처리 방식이 아니라, 기후 대응형 에너지 전환 전략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 역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 제정된 ‘바이오가스화 촉진법’에 따라, 공공 부문은 2025년부터, 민간 부문은 2026년부터 바이오가스 생산 의무가 부여된다. 지난해 말에는 2034년까지 공공 50%, 민간 10%의 생산목표가 설정됐고, 이는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다.

기후솔루션 메탄팀 연구원은 “바이오가스화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식 중 메탄 배출이 가장 적은 방식"이며 “의무화 시행과 함께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와 연계하는 수요처 확보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 분석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현재 대비 최대 8.9억 Nm³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있으며, 수소 연료, 화학 원료 등으로의 활용도 검토 중이다.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연간 약 3,226억 원 규모의 LNG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며, 잔류 슬러지는 농업용 비료로 재활용 가능해 자원순환성을 높인다. 이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순환경제 실현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적 기술로 꼽힌다.

2022년 기준으로 국내 유기성 폐자원은 가축분뇨가 약 69%로 가장 많았고, 음식물류 폐기물은 약 7%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 110여 개의 바이오가스화 시설이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소규모이고 생산된 가스가 시설 내 소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수요처 확대와 공정 효율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고염분의 벽: 기술적 한계와 대응 전략

국내 음식물쓰레기의 높은 염분 함량은 혐기성 소화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메탄 생성균의 활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김치나 젓갈류처럼 염분이 농축된 식품은 미생물 생장을 억제하고, 그 결과 메탄가스 생산 효율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실제로 음식물쓰레기에 포함된 NaCl 농도를 단계적으로 증가시키며 실시한 실험에서는, 농도가 3.5% (35g/L)를 초과할 경우 메탄 생성이 사실상 정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혐기발효 과정에서 염분뿐 아니라 중금속 등의 독성 물질도 메탄 생산을 저해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들과도 일치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쓰레기의 염분 농도를 낮추는 다양한 기술적 시도가 이뤄졌다. 대표적으로는 물을 활용한 세척 및 희석, 또는 염분 농도가 낮은 잉여 슬러지나 축산 폐수와의 혼합 처리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대량의 물을 소모하고, 2차 오염수 처리나 추가적인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가뭄 등으로 물 사용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현실적인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다른 사례로는 해양원생생물을 이용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기술이 있다. 해양원생생물은 바닷물과 유사한 염도에서도 잘 자라고, 음식물쓰레기를 빠르게 분해하여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내염 미생물이나 내염제(osmoprotectant)를 활용하는 전략도 존재한다. 글리신베타인이나 트레할로스 같은 내염제는 미생물 내 삼투압 조절을 도와 고염 환경에서의 활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각각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연구와 실증이 더 필요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형 고염분 음식물 특성에 최적화된 대응 기술은 아직 개발 및 상용화가 미미한 상황이다.

 

식문화와 기술의 조화: 지속 가능한 순환경제를 위한 과제

바이오가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 확대뿐만 아니라 이용 촉진을 위한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바이오가스는 유기성 폐기물의 혐기성 소화를 통해 생산되는 재생 가능 에너지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물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의 바이오가스 활용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며, 그 이유는 경제성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바이오가스의 환경적 가치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공정 안정성과 수율 확보를 위해서는 미생물의 활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환경 조성이 필수적인데, 고염분 폐기물이 혼입될 경우 미생물 활성이 급감하면서 공정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결국, 김치와 같은 고염분 식품은 바이오가스화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소재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짠맛이 중심이 된 한국의 전통 식문화는 음식물 바이오가스화 과정에서 기술적 부담을 증대시키는 요인인 동시에, 기술이 극복해야 할 문화적 조건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 식문화를 따라가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어떻게 식문화를 수용하고 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회적 과제가 된다.

향후에는 고염분 폐기물 특성에 적합한 내염성 미생물 기반 공정 설계, 바이오가스 수요처의 전략적 확보, 전처리 기준의 표준화 같은 다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나아가 고염식품에 대한 분리배출 체계 정비, 염도 저감형 식품 개발 등 식문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

바이오가스화 기술이 친환경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면, 고염도 음식물은 그 길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문턱이다. 짭짤한 김치 한 접시가 폐기물 처리 공정에서는 난제로 바뀌는 지금, 기술과 정책, 식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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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재생에너지로 둔갑한 바이오매스, 보조금은?", 25기 김승현, 남궁성, 27기 문준호, 천혜원,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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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김치의 역설: 전통 음식이 만든 기술 장벽

1) 서용기, 양재경, 황기, 이성택, "고온 호기법에 의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용 최적 균주의 탐색", 대한환경공학회지, 20(8), 1061-1072, 1998

2) 환경과 자원순환팀, 의령군, “음식물쓰레기 배출요령”, 2023.02.08, https://www.uiryeong.go.kr/index.uiryeong?menuCd=DOM_000000204008002004&utm

3) Lee, Esther, Gerald Shurson, Sang-Hyon Oh, and Jae-Cheol Jang. "The Management of Food Waste Recycling for a Sustainable Future: A Case Study on South Korea" Sustainability 16, no. 2: 854, 2024.01

[음식물쓰레기의 바이오가스화]

1) 김태식, 에너지포커스,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및 이용 촉진 방안 연구”, 2024.10.31,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및 이용 촉진 방안 연구 | 에너지포커스 | 간행물 | 연구 : 에너지경제연구원

2) 이풀잎, 이태진,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혐기성 소화 시 염분 농도에 따른 수소생산량 변화”, 심포지엄 및 특별세션, 2016(2), 759-769, 2016

3) Sin-Sil Kim외 8인, “음식폐기물바이오차의 염분 제거 및 농업적 활용”, Korean Journal of Environmental Agriculture, Vol.42. No.2. pp.159-167, 2023

[고염분의 벽: 기술적 한계와 대응 전략]

1) 김태식, 에너지포커스,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및 이용 촉진 방안 연구”, 2024.10.31,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이용 촉진 방안 연구 | 에너지포커스 | 간행물 | 연구 : 에너지경제연구원

2) 이풀잎, 이태진,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혐기성 소화 시 염분 농도에 따른 수소생산량 변화”, 심포지엄 및 특별세션, 2016(2), 759-769, 2016

3) Sin-Sil Kim외 8인, “음식폐기물바이오차의 염분 제거 및 농업적 활용”, Korean Journal of Environmental Agriculture, Vol.42. No.2. pp.159-16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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