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녹색나들이 시리즈] 한강 다회용기, 친환경을 위해서는 어떻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김태현, 26기 강민석, 27기 문준호, 이대현
여가 공간인 한강 공원의 이면
[자료 1. 한강공원 배달음식 일회용품 금지]
출처: 뉴스투데이/MBC
서울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인 한강공원은 시민들의 야외 활동 중심지로, 특히 따뜻한 계절이 되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을 즐기는 모습은 이제 한강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동시에, 이와 함께 증가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울시는 2023년 가을 뚝섬한강공원에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을 도입했고, 2024년 봄부터는 여의도한강공원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배달 음식을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하고, 식사 후에는 반납함에 용기를 회수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도입을 통해 한강에서 소비되는 음식물의 포장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순환형 여가공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도입이 정착되기까지 시간은 필요하다. 현장을 방문해보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고, 오히려 다회용기 반납함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방문객이 대다수다. 다회용기 반납함의 위치는 극히 제한적이며 안내 현수막은 배달존 인근에만 설치돼 있어 전체 공원 면적에 비해 접근성과 인지도가 모두 낮다. 실질적인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충분한 사용자 안내, 유인책, 접근성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리 의도 자체가 훌륭하더라도 현장에선 외면받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다회용기 배달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이용률이 낮은 원인을 분석할 것이다. 또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다회용기 배달이 단순한 정책적 이벤트를 넘어서 실질적인 친환경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다회용기 배달 및 반납 절차
[자료 2. 다회용기 배달 주문 방법]
출처: 배달의 민족
[자료 3. 다회용기 배달 주문 가능 음식점]
출처: 배달의 민족
현장에 가 직접 배달 음식을 주문해 보았다. 우선, 주문 시에 다회용기를 활용해 배달할 수 있는 음식점들로 분류하고, 그중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점 상호명 아래 다회용기라고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 4. 뚝섬 배달존2(하류)]
출처: ©27기 문준호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존2로 가 배달 기사님을 기다렸다. 현재 뚝섬 한강공원은 배달존은 뚝섬 배달존1(상류), 뚝섬 배달존2(하류)로 나뉘어 운영 중이며, 직영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기사님이 오셨고 음식을 수령한 뒤 확인해 보니 다회용기에 음식이 담겨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납 절차도 간단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고 남은 음식을 한 곳으로 모은 뒤, 뚜껑을 닫고 이전에 받았던 포장봉투에 용기를 담아 음식을 받았던 배달존으로 향하면 됐다.
[자료 5. 반납함에 담겨 있는 봉투들]
출처: ©27기 문준호
배달존에 위치한 반납함에 봉투째 용기를 넣으면 끝이었다. 반납함에 많은 봉투가 들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다회용기 배달 및 반납 절차는 굉장히 간편했다.
다회용기 배달의 저조한 이용률
그러나 이런 다회용기 배달을 많은 사람이 실천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기자들이 다회용기 배달 이용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공원 전체를 돌아다녔으나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4월 다회용기 배달 도입을 한 여의도와 달리 뚝섬한강공원은 지난해 9월부터 다회용기가 설치돼 있었다. 다회용기가 설치된 지 몇 개월이 지났으며 맑고 서늘한 날에 찾아갔음에도 다회용기 사용자를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다회용기 반납함 주변에 앉은 사람들 속에서도 다회용기를 이용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와서도 인터넷에서 다회용기 배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기사나 블로그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도입 초기긴 하지만, 다회용기를 위한 한강 나들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자료 6. 뚜껑이 닫혀 있는 다회용기 반납함]
출처: ©27기 이대현
이는 지난해 작성했던 친환경 야구 관련 기사에서처럼 다회용기 반납함에 쓰레기가 섞이는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최근 일부 축구장에도 다회용기 반납함이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야구장이나 축구장 등 스포츠 경기장의 다회용기 반납함은 뚜껑이 대부분 열려 있어 쓰레기가 어떻게 버려져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반면, 한강 다회용기 반납함 중 일부는 투입구가 닫혀 있고 밀어 다회용기를 버리는 구조라 다회용기 반납함 내부를 확인할 수 없다. 이전 야구장 관련 기사에서 다회용기 반납함 내부 쓰레기가 다 보였음에 많은 일회용품이 버려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다회용기 반납함 안에 일회용기가 더 많이 버려지는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지금보다 다회용기 반납함이 더 많이 설치된다면 일회용 쓰레기를 다회용기 반납함에 버릴 확률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한강을 찾고 있어 더 많은 쓰레기가 생길 것이다. 다회용기는 제조 과정에서 일회용품보다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이를 최소 50~500번 이상 사용해야 친환경적이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배달이 붐비는 상황에서 다회용기를 분실하지만 않는다면 해당 횟수보다 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회용기 배달을 사람들이 많이 찾기만 한다면 친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다회용기 반납함 이용률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불편함이다. 다회용기 반납함은 여의도 한강공원에 3곳, 뚝섬 한강공원에 4곳 설치돼 있다. 그러나 두 공원 각각의 면적은 크며 다회용기 반납함이 설치된 구역은 이 중 매우 제한적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다회용기로 음식을 먹고 반납하러 가는데 많이 걸어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불편함을 더해 사람들의 발길을 줄일 수 있다.
[자료 7. 뚝섬한강공원의 배달존 위주로 설치된 홍보 현수막]
출처: ©27기 문준호
두 번째 이유는 이 다회용기 배달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한강 내 다회용기 배달 관련 현수막은 배달존 근처에만 있었으며, 배달존 근처를 지나지 않는 사람은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한강에 자주 방문하는 사람도 다회용기 배달 운영 자체를 운영하는지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절차의 어려움이다. 일단 배달앱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 1, 2위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검색창에 다회용기를 검색해야 다회용기 제공 업체가 나오며, 다회용기를 통한 배달이 가능하다. ‘요기요’, ‘땡겨요’ 등은 메인 화면의 다회용기 카테고리를 누르면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한 업체가 나오고 여기서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하다. 전자는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다회용기 배달이 불가능한 방식이며, 후자는 메인 화면에 다회용기 배달이 있어 전자보다는 나은 방법이지만, 단순히 카테고리 이름만 보고 다회용기 배달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복잡성은 업체별 차이에서 나온다.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중에서는 다회용기 배달이 가능한 업체와 불가능한 업체가 섞여있다. 모든 업체 중 다회용기를 제공하는 업체가 한정돼있기 때문에 우리가 배달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시킬 때와 다른 절차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다회용기 배달의 개선 필요 사항
[자료 8. 배달의 민족 ‘다회용기’ 이용안내 및 포인트 적립방법]
출처: 배달의 민족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는 환경 보호와 자원 절약을 위해 도입되었지만, 여러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는 배달앱에서 '다회용기'를 직접 검색해야 주문이 가능해, 별도의 메뉴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 또한 포인트 적립 과정도 복잡하다. 배달앱 내 포인트가 아닌 ‘탄소중립 포인트’ 홈페이지에 별도로 가입하고 적립을 진행해야 하므로, 많은 소비자가 이를 포기하고 있다. 이처럼 다회용기 사용은 메뉴 접근성이나 보상 시스템 측면에서 진입이 어렵고 불편하다.
[자료 9. 다회용기로 주문할 수 있는 가게]
출처: ©23기 김경훈
[자료 10. 배달앱 주문 음식 순위]
출처: 한국소비자원
또한, 배달앱 내에서 다회용기로 주문할 수 있는 음식점의 종류가 제한적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배달앱을 통한 음식 주문 중 치킨이 39.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이어 족발/보쌈(18.3%), 중식(8.0%), 피자/패스트푸드(7.6%)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다회용기로 주문 가능한 메뉴는 주로 찜/탕/찌개(4.1%)나 중식(8.0%)에 집중 있어, 실제 소비자들이 자주 주문하는 음식 종류와는 괴리가 있다. 이러한 메뉴 구성이 다회용기 사용률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이며, 다회용기를 사용해보려는 소비자의 의지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회용기 사용, 이제는 친숙해져야 한다
서울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한강공원에 다회용기 반납함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다회용기 반납함의 이용률이 저조하고 한강공원 내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한강공원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3,184t으로, 이 중 배달 및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환경오염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악취를 유발하고 한강공원의 미관을 해치고 있다. 따라서 한강공원 내 일회용품 사용의 최소화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다회용기의 도입은 현재 한강공원 외에도 야구장, 장례식장 등 다양한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잠실 야구장에서는 다회용기 도입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포장 용기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폐기물 17톤을 줄였고,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지난해 7월에 다회용기를 도입한 이후 5개월 동안 일반폐기물 20톤을 줄였다. 아직 다회용기의 사용이 완전히 활성화되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다회용기가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임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쓰레기가 쌓인 한강공원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함과 동시에 환경오염 문제를 개선하여 친환경 사회로의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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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다회용기 배달의 저조한 이용률]
1) 박정음, “한강에서 치킨 배달 로망, 이제 다른 선택지가 생겼다” , 오마이뉴스, 2025.06.02,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35882&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다회용기 배달의 개선 필요 사항]
1) 한국소비자원, “음식점의 58.8%, 매장 가격과 배달 시 가격이 달라”, 2023.02.21, https://www.kca.go.kr/kca/board/download.do?menukey=5084&fno=10037745&bid=00000013&did=1003457998
[다회용기 사용, 이제는 친숙해져야 한다]
1) 박병국, “[르포] ‘떡볶이·치킨 제발 좀’ 텅빈 다회용기 보관함 [세상&]”, 헤랄드경제, 202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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