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심해광물 채굴 행정명령: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미국의 해저 전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신소연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미중 광물 전쟁의 확전
[자료 1.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의 해양 핵심 광물 및 자원 개방' 행정명령]
출처: 세계일보
2025년 4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해양 핵심 광물 및 자원 개방’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심해광물 탐사 및 채굴의 전면화를 선언했다. 이 행정명령은 미국 기업들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은 물론 국제수역에서도 신속하게 심해 자원을 채굴할 수 있도록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해저 광물을 “첨단 에너지 시스템과 국방, 제조업의 핵심”이라 강조하며,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지배를 견제하고 자국 자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임을 명확히 했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무역전쟁을 넘어 심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벌어질 새로운 지정학적 자원 패권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미국의 NOAA 중심 독자 전략과 민간기업 TMC의 채굴 추진
[자료 2. 클라리온-클리퍼턴 지역(CCZ) 위치]
출처: 조선일보
[자료 3. CCZ와 육지의 희토류 광물 매장량 비교]
출처: 조선일보
행정명령의 핵심은 해양대기청(NOAA)에 60일 이내 개발 허가를 신속히 발급할 권한을 부여하고, 국방물자생산법(DPA)과 1980년 제정된 심해저 경성광물자원법(DSHMRA)을 기반으로 금융 및 행정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국제해저기구(ISA)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국제질서를 우회해 독자적인 채굴 허가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캐나다 광물기업 TMC(The Metals Company)의 CCZ(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 채굴 추진이다. TMC는 미국 자회사를 통해 NOAA에 국제수역에서의 상업적 채굴 허가를 신청했으며, 2026년부터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핵심 원소가 다량 매장된 CCZ에서 채굴을 시작할 계획이다. CCZ는 약 600만㎢ 규모의 태평양 심해 평원으로, 망간단괴가 밀집돼 있어 ‘바닷속 노다지’로 불리는 지역이다. 이곳의 니켈 매장량은 전 세계 육상 니켈의 3배, 코발트는 6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희토류를 둘러싼 지정학과 미국의 자원 확보 전략
[자료 4.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비중]
출처: 동아일보
트럼프의 심해 채굴 정책은 단순한 자원 탐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전략에 맞선 지정학적 대응의 일환이다. 2024년, 중국은 미국을 대상으로 중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첨단 제조업과 군수 산업은 심각한 공급망 충격을 받게 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계기로 희토류의 국내 공급망 확보를 국가 안보 과제로 규정했다.
문제는 미국 내에도 희토류 광산이 존재하지만, 정제 및 자석 제조는 여전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희토류의 정제 및 영구자석 생산은 중국이 85~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조차 중국으로 보내 정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는 마운틴패스 광산 재정비와 정제시설 구축에 나섰고, 동시에 그린란드와 우크라이나 자원 외교 및 심해 자원 확보를 ‘전략적 우회로’로 활용하고 있다.
국제질서와 심해저 생태계 보존 사이의 충돌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국제사회와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ISA는 아직 심해 채굴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를 이유로 상업적 채굴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기다리지 않고 자국법(DHSRMRA)을 근거로 NOAA 주도의 독자 채굴을 추진하고 있어, 국제 해양법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를 ‘관습 국제법(UNCLOS)의 우회’라고 강하게 규탄했고, 환경단체와 과학계는 심해저 생태계의 복원 불가성과 생물 다양성 손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심해저는 빛이 닿지 않고 극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고유 생태계로, 인위적 교란 이후 수십 년간 회복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독자 행보는 각국의 ‘채굴 러시’를 유발하며, 국제 해양 거버넌스의 붕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자원 안보 vs 생태 보존? ‘해저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
[자료 5. CCZ 탐사권을 보유한 주요 국가]
출처: 조선일보
미중 간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 패권 경쟁이 심해로까지 확전되는 가운데, 한국 역시 전략적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은 ISA를 통해 11.5만㎢ 규모의 심해 독점 탐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망간단괴(PMN: Polymetallic Nodules), 다금속황화물(PMS:Polymetallic Sulfides), 코발트풍부망간각(CFC: Cobalt-rich Ferromanganese Crusts) 등 3대 심해광물 유형에 대해 모두 탐사 권한을 획득한 소수 국가 중 하나이다. 또한 해저 광물 채굴 기술 역시 세계 5위권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기술력과 외교적 지위를 기반으로, 한국은 ISA 이사국으로서 국제 규범 준수와 생태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미국과의 양자 협력도 전략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특히 한국 배터리 산업이 미국 내 제조시설을 확대 중인 만큼,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협상 카드로 심해 자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향후 한국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는 양자택일이 아닌, 국제 해양법 수호, 생태 보존, 자원 안보라는 세 축을 균형 있게 조율하며 ‘책임 있는 자원개발자’로서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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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미중 광물 전쟁의 확전]
1) 김은국, “트럼프, 심해저 광물 채굴 전면화…"중국 희토류 지배 깨겠다"”, 투데이에너지, 2025.05.27, https://www.todayenergy.kr/news/articleView.html?idxno=283696
[미국의 NOAA 중심 독자 전략과 민간기업 TMC의 채굴 추진]
1) 김환이, “트럼프, 심해 광물 채굴 허용하는 행정명령 서명…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본격화”, 임팩트온, 2025.04.29,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4920
2) 최준영,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미·중 광물 전쟁 2라운드… 희토류 이어 바다 밑 망간·니켈 쟁탈전 막 올라”, 조선일보, 2025.04.23,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04/23/HE67CUBH75FL5K3GMA67RZZUK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희토류를 둘러싼 지정학과 미국의 자원 확보 전략]
1) 한애란, “‘희토류 강국’이었던 미국, 어쩌다 중국에 약점 잡혔나[딥다이브]”, 동아일보, 2025.04.19,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50418/131447904/1
2) 홍주형, “트럼프, 관세 이어 에너지·자원도 폭주… 기승전 ‘中 견제’ [세계는 지금]”, 세계일보, 2025.05.10,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507521445?OutUrl=naver
[국제질서와 심해저 생태계 보존 사이의 충돌]
1) 김승민, “EU, 트럼프 '공해 광물개발' 행정명령에 "국제협약 우회…심히 유감"”, 뉴시스, 2025.04.29,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429_0003158047
2) 김혜린, “심해보다 깊은 인간 욕망…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 경향신문, 2025.05.27,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72054015
3) 신기림, “트럼프, 해저광물 개발허가 간소화 명령…환경단체·국제사회 반발”, 뉴스원, 2025.04.25, https://www.news1.kr/world/usa-canada/5764855
[자원 안보 vs 생태 보존? ‘해저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전략적 선택]
1) 이태영, “[초점] ‘관세전쟁’ 치른 트럼프, 이번엔 바다밑 ‘핵심광물’ 전쟁 치르나”, 뉴시안, 2025.05.16, http://www.newsi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9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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