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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미래를 짓는 사람들, EPC기업의 녹색 전환 전략

by R.E.F. 27기 김나영 2025. 7. 21.

미래를 짓는 사람들, EPC기업의 녹색 전환 전략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김나영

 

탄소중립 전환기의 한국 EPC 산업

한국의 플랜트·인프라 건설을 주도하는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기업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과거 EPC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설계·조달·시공의 기술력과 효율성이었지만, 이제는 친환경 기술, 디지털 전환, 글로벌 정책·금융 연계까지 종합적 역량이 필수가 됐다.

특히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수소·재생에너지 기반 프로젝트, 스마트·모듈러 시공, 글로벌 탄소 금융 시장 진출 등에서 EPC 기업들의 기술 리더십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등 정책 기조와 맞물리며 더 가속화되고 있다.

[자료 1. 파리협정 온실가스 감축 목표 ]

출처 : mbc뉴스

 

CCUS와 그린 에너지 시장으로 확대되는 EPC 역할

DL이앤씨는 캐나다 비료업체와 연계해 하루 3,000톤 규모의 CCUS 설계를 수행하며 국제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DL이앤씨는 이를 시작으로 국내외 CCUS 기반 수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기존 플랜트 시공 중심이었던 EPC 기업들이 CCUS 분야로 빠르게 확장하며, 탄소 감축 기술의 글로벌 선도주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소 기반 EPC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플랜트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2차 플랜트 EPC 정책포럼’에서는 청정수소 발전 입찰제도(CHPS), 해외 수소 프로젝트 금융 지원, ECA·수출입은행 연계 지원 등이 핵심 논의로 다뤄졌다. DL이앤씨, GS건설, 현대건설, SK에코엔지니어링, 삼성E&A 등 주요 EPC 기업들은 수소·CCUS 중심의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핵심 사업 방향으로 채택하고 있다.

[자료 2. 삼성E&A 테크 포럼]

출처 : 서울경제

삼성E&A 관계자는 “화공플랜트는 탈탄소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수요에 따라 수소, 에너지 최적화, 탄소 포집·활용 등으로 사업 영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풍부한 플랜트 수행 경험과 설계 역량을 바탕으로 친환경 플랜트 분야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E&A는 특히 ‘천천히 멀리’와 ‘빨리 멀리’라는 두 가지 트랙을 병행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기존 EPC 사업은 디지털 전환(DT), 자동화,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적극 도입해 ‘천천히 멀리’ 가고, 수소·CCUS 등 신규 친환경 사업은 선제적으로 확보해 ‘빨리 멀리’ 가겠다는 것이다. EPC 기업이 단기·장기 탄소중립 목표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대표 사례로 주목된다.

 

스마트·모듈러 시공으로 건설현장 ‘탄소 다이어트’

[자료 3. 현대건설의 2045 탄소중립 목표]

출처 :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Net Zero by 2045’를 선언하고, 스마트·모듈러 시공을 통한 건설 현장 탄소 감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IM(빌딩정보모델링), IoT(사물인터넷), OSC(Off‑Site Construction, 공장 제작 후 현장 조립) 기술을 적극 도입해 현장 중심의 온실가스 배출을 체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특히 OSC 공법은 공장에서 고정밀 부재를 선제작한 뒤 현장에서 신속히 조립하는 방식으로, 폐기물 감축과 공정 최적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OSC 공법은 현장 탄소 배출 저감뿐 아니라 건설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향후 목조 모듈러, AI·로봇 기반 공장 자동화 시스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S-OIL이 울산에서 추진 중인 샤힌 프로젝트 EPC 현장에도 저탄소 설계·시공 기술이 적극 적용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는 설계 초기부터 탄소 배출량을 약 20% 절감하는 최적화 설계를 반영했으며, 저탄소 스팀, CO₂ 포집·재이용(CCU) 설비를 통해 현장 운영 과정에서도 탄소를 직접 저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천연가스 기반 자가발전 설비를 통해 고압 스팀을 생산·재활용하며, 스팀 보일러 운전 비율을 낮춰 직·간접 CO₂ 배출량을 줄이는 구조를 갖췄다. S-OIL은 세계 최초로 TC2C(원유-석유화학 직결) 공정을 적용해, 공정 단순화와 탄소 절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건설과 S-OIL은 EPC 기업이 단순 설계·시공을 넘어, 탄소 감축 기술을 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정책·금융 인식 변화와 EPC 기업의 대응

국내 산업계는 여전히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약 64%가 탄소중립 정책을 비용 부담 또는 규제로 바라보고 있으며, 인센티브 중심의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2035년 NDC 상향,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제정, ESG 공시 의무화, 배출권거래제 강화 등 제도적 장치를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해외 플랜트 EPC 수주 확대(330억 달러 목표), 수출입은행 및 ECA 연계 금융 지원, 중소 협력사의 저탄소 전환 금융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하며 EPC 산업의 정책적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 EPC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유럽, 중동의 대형 EPC 기업들과 친환경 기술·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CCUS, 수소 프로젝트, 탄소국경세 대응 설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EPC 기업들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기술 고도화와 탄소 금융 역량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 규제 강화에 따라, EPC 기업들은 발주처의 탈탄소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설계·시공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대형 EPC뿐 아니라, 중소 EPC·협력사들도 자금·기술 측면에서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산업계의 상생 구조 강화가 필요하다.

 

EPC 기업, 그린 글로벌 리더로 도약 준비

지금의 EPC 기업은 탄소중립 시대를 열어가는 기술 혁신 주체다. CCUS 설계·시공, 수소 기반 인프라 구축, 스마트·모듈러 시공, 그린 금융 연계는 앞으로 EPC 기업들이 반드시 선점해야 할 핵심 전략 분야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역량이 시장에서 실질적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가 아닌 ‘기회’로 인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세제·금융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뒷받침이 지속돼야 한다.

향후 EPC 기업들은 ▲CCUS·수소 기반의 그린 플랜트 기술 고도화 ▲디지털·모듈러 시공을 통한 탄소 감축과 스마트 건설 확산 ▲탄소 금융·ESG 인증 기반의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 역량 강화라는 과제를 중심으로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력과 사업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EPC 기업들은 한국의 그린 수출 확대, 산업 경쟁력 재편, 탄소 금융 수익화라는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국내 EPC 산업은 기존의 플랜트 수출 신화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그린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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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탄소중립 전환기의 한국 EPC 산업]

1) 김승환, "파리협정 10년, "인간의 미래 결정할 10년" 현재 상황은?", mbc뉴스, 2025-07-06,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732671_29123.html

[CCUS와 그린 에너지 시장으로 확대되는 EPC 역할]

1) 유민환, " 'EPC 강자' 삼성E&A, 에너지 전환 이끈다", 서울경제, 2025.06.22,  https://www.sedaily.com/NewsView/2GU6A4HOYF

2) 이우혁, "“EPC는 옛말”…국내 건설사들, 이젠 CCUS·SMR·재건으로 글로벌 공략", 천치일보, 2025.03.31,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251899&utm

3) 한국플랜트정보기술협회, https://www.kapit.or.kr/bbs/board.php?bo_table=news&device=pc&page=1&sfl=mb_id%2C1&sod=asc&sop=and&sst=wr_hit&stx=cadgraph&wr_id=248&utm

[스마트·모듈러 시공으로 건설현장 ‘탄소 다이어트’]

1) 박현희, "건설업에 불어온 탄소중립 바람, 현대건설 Net Zero by 2045", 현대건설, 2022.11.08,  https://www.hdec.kr/KR/newsroom/news_view.aspx?NewsListType=news_list&NewsSeq=675&NewsType=FUTURE&utm

2) 조대인, "S-OIL 샤힌프로젝트 EPC 공사 본격화…신기술로 탄소저감", 에너지신문, 2024.10.23,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809&utm

[정책·금융 인식 변화와 EPC 기업의 대응]

1) 한국경제인협회, "탄소중립 정책 기업인식 조사 -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 대상 -",  2025.05.15, https://www.fki.or.kr/kor/news/statement_detail.do?bbs_id=00036218&category=ST&u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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