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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닦아내다: 친환경 청소용품의 가능성과 과제

by R.E.F. 27기 이희원 2025. 7. 21.

고정관념을 닦아내다: 친환경 청소용품의 가능성과 과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이희원

 

생활 속 청소용품, 환경에 남기는 또 하나의 흔적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욕실 세정제, 변기 클리너, 배수구 세제 등은 ‘위생’과 ‘청결’을 상징하는 제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깨끗함’을 위한 선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소 간과되고 있다. 이러한 청소용품 속에는 합성 계면활성제, 염소계 표백제, 트리클로산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사용 후에는 대부분 하수로 유입된다. 문제는 이들 물질이 하수처리장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채 자연환경으로 방출되며, 수질 오염이나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깨끗함’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 정작 환경에는 오염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생활 속 소비 행태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자료 1. 욕실 청소 세제]

출처 : LG

 

청소용품 속 유해물질과 환경오염 

많은 청소용품에는 세정력과 살균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합성 화학 물질이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합성 계면활성제는 기름때와 먼지를 분해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생분해가 어렵고 하천에 유입될 경우 수생 생물의 점막이나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리클로산(triclosan)은 항균 기능을 위해 흔히 첨가되지만, 체내에 축적되면 호르몬 교란을 유발할 수 있고, 물속 미생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염소계 표백제(차아염소산나트륨)는 곰팡이 제거에 효과적이지만, 공기 중에 휘발되면서 눈과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고, 하수에서 유기물과 반응할 경우 유해 부산물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일부 성분에 대해 위해성 평가를 강화하고, 생활화학제품 사전 신고제도를 통해 제품 성분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강한 화학물질을 포함한 채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친환경 대안 세제는 실효성이 있을까?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천연 성분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청소용품이 점차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식초 등은 대표적인 자연 유래 세정 성분으로, 합성 계면활성제보다 생분해도가 높고 수질 오염 가능성이 낮다. 특히, 과탄산소다는 산소계 표백제로 분류되며, 물과 반응하면 산소 거품을 발생시켜 세정 효과를 내고, 반응 후에는 물과 산소만을 남긴다.

하지만 이러한 대체 세제가 항상 기존 제품의 완전한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천연 성분은 때때로 세정력이나 탈취력에서 상용 화학 세제에 비해 즉효성이 부족하거나 사용이 번거롭다는 소비자 평가를 받는다. 이에 따라 일부 브랜드에서는 자연 유래 성분에 화학적 보완을 가한 복합형 세제를 출시하거나, 고체형·시트형·리필형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역시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환경표지(녹색제품 인증), LOHAS 인증, 해외에서는 EWG Verified, USDA Organic, ECOCERT 등의 인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증 기준이 제품마다 상이하고, 소비자가 해당 마크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투명하고 일관된 정보 제공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자료 2. 환경표지 인증]

출처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소비자의 선택이 만드는 청소 문화의 변화 

청소용품은 다른 소비재보다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소비가 많은 제품군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개인의 작은 선택이 축적될수록 환경에 미치는 파급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세제 리필 제품을 선택하거나, 플라스틱 분무기 대신 유리병이나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일, 일회용 수세미 대신 면 수세미, 대나무 섬유 스펀지 등 생분해 가능한 도구를 활용하는 일은 모두 실제 환경 영향을 줄이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현재는 세탁세제나 주방세제 분야에서 친환경 제품의 접근성과 선택 비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반면, 욕실 세정제나 변기 세척제, 배수구 세제 등은 여전히 대체율이 낮은 편이다. 이는 단순히 제품의 문제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 부족, 정보 접근성의 한계, 가격에 대한 부담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보다 넓은 영역에서 친환경 전환이 이뤄지려면 제품과 정보가 함께 바뀌어야 하며, 소비자의 ‘선택’이 ‘습관’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교육적 접근이 병행돼야 한다.

 

지속가능한 청소, 고정관념과 번거로움을 넘어서야 한다

청소용품은 위생과 직결된 제품이기에,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거품이 많아야 깨끗하다', '냄새가 독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베이킹소다나 구연산 같은 천연 세제가 환경에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락스가 더 강력할 것'이라는 인식,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사용은 선택을 망설이게 만든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청소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 성분만 바꾸는 것을 넘어, 사용자 경험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의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 천연 성분이면서도 간편하고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 예컨대 고체형·시트형·자동희석형 등의 기술적 진보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자 역시 '강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내 몸과 환경에 안전한 선택이 진짜 '좋은' 청소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가 더 이상 환경을 더럽히는 일이 아닌, 깨끗함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지향하는 일상이 되기 위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친환경 화학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카이랄 촉매와 녹색 화학: 환경 오염은 줄이고, 필요한 물질만 쏙쏙 골라서", 26기 김예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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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생활 속 청소용품, 환경에 남기는 또 하나의 흔적]

1) 장승영, "세탁세제 속 계면활성제, 얼마나 안전할까?", 뉴스티엔티, 2025.04.14, 

https://www.newstnt.com/news/articleView.html?idxno=478855 

2)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생활화학제품 위해성평가 및 안전·표시기준(안), 

https://www.keiti.re.kr/site/keiti/02/10206010000002018092810.jsp 

3) "항균제품 트리클로산 성분, 건강에 위험", 중앙일보, 2003.04.18,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4458

[친환경 대안 세제는 실효성이 있을까? ]

1)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 https://www.keiti.re.kr/site/keiti/02/10203010000002018092810.jsp

2) EWG 인증, https://www.ewg.org/clea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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