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기술-산업-정책

중국이 잠그면 멈춘다: 재생에너지의 급소, "희토류"

by R.E.F. 27기 김주희 2025. 7. 21.

중국이 잠그면 멈춘다: 재생에너지의 급소, "희토류"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김주희

 

희토류 없이는 불가능한 에너지 전환

전 세계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 그 중심에는 태양광, 풍력, 전기차, 수소 등 이른바 "청정에너지 기술"이 있다. 그러나 이 기술들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이다.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테르븀(Tb) 등 희토류는 고성능 영구자석, 센서, 인버터, 배터리 구성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재생에너지 기술 전반에 걸쳐 핵심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료 1. 희토류]

출처 : BBC 코리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보고서에서 "풍력발전 설비 1메가와트(MW)를 구축하는 데 약 200kg의 희토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으며, "전기차 1대에는 최대 1~2kg의 희토류 기반 자석이 포함된다"고 추산했다(IEA, "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s", 2021). 이는 희토류가 없다면 재생에너지 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력도, 전기차도, 태양광도… 희토류 없인 멈춘다.

희토류는 재생에너지 기술의 거의 모든 핵심 부품에 깊숙이 들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풍력 터빈은 회전체의 움직임을 전기에너지로 바꾸기 위해 영구자석 기반 발전기를 사용한다. 이때 쓰이는 NdFeB(네오디뮴-철-붕소) 자석은 높은 자성을 유지하면서도 고온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어, 특히 해상 풍력에 필수적이다. 전기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현대차, 폭스바겐 등 대부분의 EV 제조사는 희토류 자석을 활용한 구동 모터를 채택하고 있으며, 디스프로슘은 자석의 내열성을 높여 고성능 모터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고효율 인버터, 전력전자소자, 스마트 센서 등에도 희토류가 사용된다. 태양광의 경우 희토류 의존이 다소 낮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태양광 인버터의 효율을 높이는 정밀 센서, 배전 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장비 등 간접 요소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희토류는 방위 산업에서도 핵심 소재로 쓰인다. 미사일 유도 시스템, 스텔스 전투기, 핵잠수함의 구동 시스템 등 고정밀 군사 장비에 희토류 자석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미국 국방부는 2022년 보고서에서 "희토류는 무기체계의 작동 신뢰성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이라고 명시했다(US Department of Defense, 2022). 즉, 희토류는 재생에너지를 넘어 국가 안보의 기반이기도 하다.

 

희토류 공급망: 중국이 잠그면 미래도 멈춘다. 

문제는 희토류가 기술적으로 대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큰 구조적 위험은 바로 '공급망 독점'에 있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90% 이상을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IEA, 2023). 중국은 풍부한 매장량뿐만 아니라 정제·자석 제조까지 수직계열화를 완료한 거의 유일한 국가다. 전 세계에는 약 1억 2천만 톤에 달하는 희토류 매장량이 분포해 있으며(USGS, 2023), 브라질, 인도, 호주, 미국 등도 잠재적 생산국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중국이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게 된 배경은 단순히 매장량 때문이 아니다.

[자료 2. 중국의 독보적인 희토류 생산 점유율]

출처 : 서울경제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는 방사성 폐기물과 중금속 오염이 발생하는데, 이 과정은 환경오염과 노동 착취, 인권 문제를 동반한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느슨한 환경 규제 및 노동 규제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희토류 정제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반면 미국, 캐나다, 유럽 등 국가는 환경 보호 규제와 정제 기술 부족으로 인해 원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제와 가공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구조가 굳어졌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 차단이 곧 전 세계 청정 기술과 방산 산업의 정지와 직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료 3. 미중 무역합의에도 '희토류 자석' 찾는 전기차 기업들]

출처 : 아시아경제

중국은 이미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으며, 2023~2025년에도 미국, 유럽을 대상으로 수출 라이선스 제약과 수출량 축소를 단행해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특히 2025년 6월, 미국과 중국이 겨우 희토류 무역 재개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EV, 풍력 업계는 생산 차질을 겪어야 했다. 포드는 일시적으로 시카고 EV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BMW는 자석 확보 지연으로 납기일 연기에 직면했다(Reuters, June 2025). 이처럼 희토류는 더 이상 '자원'이 아닌 '지정학 무기'로 간주되고 있으며, 공급망의 다변화는 기술 산업뿐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희토류 의존 줄이기: 대체 기술과 순환경제의 가능성

희토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대체 기술과 순환경제 전략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희토류 없는 자석 개발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한국 기업도 희토류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하기 위해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고성능 영구자석 개발, 희토류 대체 소재 개발, 재활용 기술 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용 수준에서 NdFeB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자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도시 광산(Urban Mining)에 주목하고 있다. 폐배터리, 폐풍력터빈, 폐전자기기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기술은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으며, 특히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희토류 자원의 15%를 재활용으로 충당"하는 목표를 설정했다(European Commission, "Critical Raw Materials Act", 2023).

미국 에너지부(DOE)는 희토류 재활용을 위한 혁신 허브를 설립하고, 국방용 재료부터 상업용 전기모터까지 폐자원 회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한국 역시 자원 순환 촉진법 개정을 통해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재활용 기술 개발을 국가 과제로 지정했고, 국내 희귀 금속 전문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협력해 재활용 공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더불어, 자국 내 희토류 채굴 및 정제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호주는 세계 2위 희토류 광산 생산국으로, Lynas Rare Earths가 말레이시아와 미국에서 정제 시설을 운영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의 Mountain Pass 광산을 중심으로 채굴-정제-자석 제조까지 통합 공급망을 재건하고 있으며, EU 또한 노르웨이·스웨덴의 광산 탐사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 중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희토류 딜레마를 직시할 때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향한 전환은 인류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지만, 그 기반이 또 다른 자원 의존과 지정학적 긴장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은 명백한 역설이다. 청정 기술은 그 자체로는 '깨끗한' 것이 아닐 수 있으며, 그 이면에 희토류라는 복잡한 자원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진정한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자원 전략, 국제 협력, 윤리적 조달 체계 구축까지 포괄하는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희토류 없이 재생에너지는 불가능하지만, 희토류에만 의존하는 에너지 전환 역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 지금, 우리는 그 딜레마 한가운데에 서 있다.


희토류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트럼프의 심해광물 채굴 행정명령: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미국의 해저 전쟁", 27기 신소연,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856

 

트럼프의 심해광물 채굴 행정명령: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미국의 해저 전쟁

트럼프의 심해광물 채굴 행정명령: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선 미국의 해저 전쟁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신소연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미중 광물 전쟁의 확전[자료 1. 트럼프 행정부의

renewableenergyfollowers.org

2. "광물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 이면의 맹점", 20기 윤진수, 22기 박재욱, 정이진, 23기 송시원, 신지연, 24기 김석언,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170

 

광물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 이면의 맹점

광물 기반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 이면의 맹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0기 윤진수, 22기 박재욱, 정이진, 23기 송시원, 신지연, 24기 김석언 탄소중립 시대, 핵심광물 없이는 못살아 수헬리베

renewableenergyfollowers.org


참고문헌

[희토류 없이는 불가능한 에너지 전환]

1) 아이샤 페레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이 미국에 타격을 주는 이유", BBC NEWS 코리아, 2025.04.18,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8rgvnvd0p6o 

2)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The Role of Critical Minerals in Clean Energy Transitions", 2021, https://www.iea.org/reports/the-role-of-critical-minerals-in-clean-energy-transitions

[희토류 공급망: 중국이 잠그면 미래도 멈춘다.]

1) U.S. Geological Survey (USGS),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23, https://www.usgs.gov/publications/mineral-commodity-summaries-2023

[희토류 의존 줄이기: 대체 기술과 순환경제의 가능성]

1) European Commission, "Critical Raw Materials Act", 2023, https://single-market-economy.ec.europa.eu/sectors/raw-materials/areas-specific-interest/critical-raw-materials/critical-raw-materials-act_en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