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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직: 환경법 읽기①] 법의 언어로 환경을 말하다 - ‘환경권’의 범위와 효력

by R.E.F. 27기 홍민서 2025. 8. 16.

[그린로직: 환경법 읽기①] 법의 언어로 환경을 말하다 - ‘환경권’의 범위와 효력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홍민서

 

“법원은 권리 보호의 최후의 보루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가 심화되는 지금, 환경 소송은 사회 정의와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로직: 환경법 읽기] 시리즈는 주요 환경 판례와 쟁점,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환경권’, 법의 언어로 환경을 말하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가 심화되는 지금, 환경 소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법은 권리 보장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에 환경법을 살펴보는 것이 기후위기 속에서 인권과 사회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고안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기후위기와 환경에 관한 문제는 인간의 생명, 건강,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에 이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의 환경법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은 인류에게 오래 전부터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여겨졌으며 환경권 역시 권리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법률상으로 ‘환경’과 ‘환경권’은 그 의미를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본격적인 환경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며. 아직 판례나 이론 정립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모호한 해석 등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또한 환경적 이익은 사법과 공법의 양 영역에 걸쳐 재산권, 인격권 등 다양한 측면이 혼합된 복합적 권리이기에 법률적으로 그 의미와 범위 등을 정의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심화되고 그 양상도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환경소송이 폭증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환경소송에서 다루는 쟁점과 법리 역시 더 세밀해지고 있다. 

환경법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환경법에서의 핵심이자 환경을 둘러싼 권리 분쟁에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환경’의 그리고 ‘환경권’의 의미와 범위, 구체적인 효력과 주요 쟁점에 대해 살피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본 기사에서는 환경법을 논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물음인 '환경법이란 무엇인가'에 답하기 위해 환경권의 의미와 등장 배경, 효력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환경’의 범위와 ‘환경권’의 의미

환경법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환경’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환경의 범위를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환경권에 대한 정의가 상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의 범위와 관련하여 다양한 견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 자유, 사생활에 관한 권리 등 인격권이나 재산권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연적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제9차 헌법 개정을 통해 수립된 현행 헌법 제 35조는 다음과 같이 환경권을 규정하고 있다.  

‘공법 분야에서 환경권의 구체적 내용은 오염되거나 불결한 환경으로 인해 건강을 훼손당하거나 그러할 위험에 처한 자가 그러한 환경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공권력이나 제3자에 대해 그 원인을 예방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공해예방청구권), 그러한 사항에서 그 원인을 배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공해배제청구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공해없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쾌적한 주거생활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법 분야에서는 유사한 권리에 사법상 권리에서 다루어지는 개인의 재산권, 인격권, 가족권 등을 포함하여 환경적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리의 보호측면에서 개념 정의된다. 즉 사법상 환경권이란 사회 구성원들의 재산권과 인격권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극적으로 환경을 향유하고, 그 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환경권의 내용으로 언급되는 일조권, 조망권, 통풍권 등도 환경권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헌법 제35조에서의 환경권을 구체화한 법이라 여겨지는 ‘환경정책기본법’에서 규정하는 환경의 범위보다 더 넓은 범위로, 문화적, 사회적 환경을 포괄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환경정책기본법법률 제3조에서는 ‘환경’을 ‘지하·지표(해양을 포함한다) 및 지상의 모든 생물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비생물적인 것을 포함한 자연의 상태(생태계 및 자연경관을 포함한다)’를 의미하는 ‘자연환경’과 ‘대기, 물, 토양, 폐기물, 소음·진동, 악취, 일조(日照), 인공조명, 화학물질 등 사람의 일상생활과 관계되는 환경’을 의미하는 ‘생활환경’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는 이외에도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능동적,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각 분야별로 개별적인 환경법령이 제정된 상태로, 복수의 법령을 통해 환경권이 구체화되어 보장되고 있다. 

흔히 법체계의 기원에 대한 분류로 거론되는 불문법(판례) 중심의 영미법계, 성문법 중심의 대륙법계 중 한국 법 체계는 주로 대륙법계의 영향을 받았다. 어떤 개념이나 법원리를 직접적으로 정의하기보다, 구체적인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하는 경향이 있는 대륙법계 특성상, 환경권을 둘러싼 논의도 추상적인 개념 정의보다는 판례와 분쟁 해결에 대한 해석을 중심으로 법리가 구성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법 체계에서 환경권은 1980년 당시 제8차 헌법 개정 과정에서 헌법 제33조로 처음으로 규정되었으며, 이후 제9차 헌법 개정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경권의 구체적 내용과 효과 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채 개방되어 있었고, 환경보호의무의 내용과 범위 등이 불명확하여 환경권의 실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권의 구체적 효력에 대한 논쟁

환경권의 사법상으로 구체적인 효력이 인정되는지는 환경법 관련 주요 논점 중 하나이다. 먼저 환경권이 하나의 절대권으로 인정되어, 환경권에 대한 위반은 그 자체로서 위법성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반면, 환경권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사법상의 구체적 권리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환경권의 구체적 효력을 부인하는 가장 유력한 근거로 헌법 제35조 제2항에서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 방법, 주체 등이 모두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환경권의 사법상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있다.  실제로 환경 판례들을 고려했을 때,  대법원은 역사적으로 개개인에게 직접적으로 환경권이라는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기보다는, 이에 대한 명시적인 법 규정 등이 있어야 인정되는 추상적인 권리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해석해왔다. 대법원은 환경 관련 다수의 판례에서 “사법상의 권리로서의 환경권을 인정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데도 환경권에 의거하여 직접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급심이나 일부 대법원 판결 등에서 환경권의 구체적 효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해석을 도출하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운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핵심 쟁점이 되는 법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판단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환경권 침해’의 쟁점을 ‘인격권 침해’와 같은 다른 규정과 함께 언급하거나 구분하지 않고 포괄하여 모호하게 개념 정의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 법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할 때에도 환경권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환경이익’ 혹은 ‘환경적 이익’,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 등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사용하는 등 법원의 판단은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흔히 상식선에서 인식되는 ‘환경에 관한 권리’와 법률에서 규정되어 있는 환경권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환경권의 실체에 대한 논의인 동시에, 환경권을 포함한 헌법상 사회권에 해당하는 여러 기본권의 규범력에 관한 논쟁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그 주요 내용을 입법에 일임하고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의 과소보호금지원칙을 기준으로 위헌성을 판단하는 법리적 전통 속에서 환경권의 실체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경권의 한계와 국가목표조항으로서의 환경조항

현행 헌법의 환경권 조항은 1987년 이후의 오랜 기간 동안 변화한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환경권을 구체적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 등의 비판 외에도 환경권 조항의 다양한 측면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먼저 환경법의 한계로 환경에 대한 더 확실한 방향 제시 없이, ‘건강하고 쾌적한’이라는 표현으로 환경권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부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환경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설정함으로써, 인간중심적인 자연과 환경에 대한 관점하에 동반될 확률이 높은 파괴적 측면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동물이나 생태계 보전, 종의 다양성,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가 가지는 복합적인 특성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권 조항에 대한 비판과 함께 헌법 개정의 필요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환경권을 ‘국가목표조항’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목표조항이란, 국가가 헌법으로부터 부여받은 목표로서 이루어나가야 할 국가적 과제를 의미한다. 어떠한 과제가 국가목표저항으로서 헌법에 천명될 경우, 입법기관은  그 목표의 실현을 위하여 적절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입법을 해야 하며, 행정과 사법에서의 법 해석 및 집행에 있어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현행 헌법에서는 제1항 2문에서 환경보호의무를 국가목표조항으로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통상적으로 자연환경만을 대상으로 하며 사회ㆍ문화환경은 포괄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위의 환경보전의무를 통해 자연적으로 구체화되는 권리를 제외하고는 환경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참고로, 독일의 경우 기본법 제20a조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함으로써 환경권을 국가목표조항 형태로 선언한 바 있다. “국가는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으로서, 헌법질서의 범위 내에서 입법을 통하여 그리고 법률 및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과 사법을 통하여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 환경권과 국가목표조항에 대해서는 추후 기사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본다. 

환경 문제가 점차 심화되는 지금, 공법, 사법을 불문하고 환경에 관한 문제에 대한 보호책을 강구해야 한다. 환경권과 헌법상 환경 조항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야 할 할 것이다.


환경권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기후소송, 국가에 책임을 묻습니다", 24기 도영현, 25기 구윤서,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tistory.com/4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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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환경’의 범위와 ‘환경권’의 의미]

1) 윤일구, "환경권의 역사와 사법상 정립에 관한 고찰", 환경법연구 35권 2호, 299~329면, 2013. 

2) 최윤철, "헌법개정과 환경권- 독일 기본법 제20a조와 비교", 유럽헌법연구 28권, 151~186면, 2018.

[환경권의 구체적 효력에 대한 논쟁]

1) 김홍균, "환경판례의 이상과 현실", 환경법연구 제42권 2호, 1~45면, 2020.

2) 윤일구, "환경권의 역사와 사법상 정립에 관한 고찰", 환경법연구 35권 2호, 299~329면, 2013. 

3) 이재삼ㆍ문재태, "일조권에 관한 법적 검토", 법학연구 제16권 1호, 47~60면, 2016.

[환경권의 한계와 국가목표조항으로서의 환경조항]

1) 방승주,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와 국가목표조항으로서 환경보전의무", 법학논총 제40권 3호, 25~68면, 2023. 

2)신규하, "탄소 중립 및 기후 위기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에 관한 연구", 원광법학 제41권 제1호, 3~19면, 2025.

3) 최윤철, "헌법개정과 환경권- 독일 기본법 제20a조와 비교", 유럽헌법연구 28권, 151~186면, 2018.

4) 김주미, "[학술] 헌법의 환경권 조항,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lawtalk, 2020.09.18, https://lawtalknews.co.kr/article/F0M7B68OA6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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