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직: 환경법 읽기②]
“국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기후위기와 국가 책임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홍민서
“법원은 권리 보호의 최후의 보루다.”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가 심화되는 지금, 환경 소송은 사회 정의와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로직: 환경법 읽기] 시리즈는 주요 환경 판례와 쟁점, 그리고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전 세계의 기후소송 물결,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
2015 파리 협정, EU 그린딜 통해 2050년 탄소중립 선언, 이어 일본은 2050년,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 등을 선언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1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정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의 추진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보다 적합한 대응을 위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여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대응책을 강화하는 근거를 제공하였다.
더불어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가 심화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증가하며, 기후소 소송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미국 컬럼비아대가 공동 발간한 ‘2023 글로벌 기후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세계 65개국에서 기후소송 2180건이 제기됐다.
기후소송에서의 핵심 쟁점은 ‘미래세대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필요하다’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와 유럽인권재판소 등은 미래세대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량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미래 세대가 향유할 기본권을 과거 세대가 제한함으로써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주요 쟁점으로 하여 판결하였다.
이와 같이 전 세계 각국은 현재 ‘기후소송’ 물결이 일고 있으며 환경과 그에 대한 국가의 대응이 각종 소송에서 핵심적인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헌재 曰,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이다”
청소년 환경단체인 ‘청소년 기후행동’은 기후대응을 위한 조치로서 국가가 설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서의 감축 목표 및 계획이 기후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여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하므로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라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에 대해 2024년 8월 29일,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하여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으며, 이 법률조항이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다만 입법자가 2031년부터 20294년까지의 정량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대강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여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한국 헌법재판소와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적용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국가는 헌법에서 보장되는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즉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완화 조치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보호의무를 제대로 다했는지를 심사할 때는 국가가 이를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조치를 취했는지, 즉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본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에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정량적인 수준을 어떠한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은 것은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세대인 청구인들이 2031년 이후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감축 의무를 강요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에, 기후위기 보호 조치로서 필요한 조치로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은 어떠한 행정 작용이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하였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 등 본질적인 사항은 반드시 의회가 법률로 직접 정해야 한다는 의회유보원칙(법률유보원칙에 포함된다)에 어긋나는 것으로, 중장기적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감축 경로 계획에는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최소한 대강의 내용에 대해서는 법률에 직접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1항은 과소보호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청구인들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전까지의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의 위반 여부 판단에 있어 명백성의 원칙을 통해 판결하였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이를 일반적ㆍ일률적으로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실효성 원칙을 통한 심사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국가의 과제로서의 기후변화 대응
헌재의 결정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에 관한 헌법적 결정이었다. 타국에서 기존 다수의 사례가 존재한다. 미국, 독일, 네덜란드,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 등 국제적 추세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결정이다.
더불어 2025년 7월 23일,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유엔 총회의 요청에 따라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의 국제법상 의무를 다루는 권고적 의견(자문 의견)을 채택하여 공표한 바 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기후시스템은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글로벌 공공재’로서, 모든 국가가 법적으로 중대한 환경 피해 방지 및 국가 간 선의의 협력 의무가 존재하며, 이와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국가는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고 보았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자문의견은 국제법에서 가장 권위있는 성명으로서, 역사적으로 다섯 번째로 채택된 만장일치의 자문 의견이다. 이는 국제법적, 정책적 측면에서 핵심적인 전환점으로서, 국제사회가 직면한 기후 위기 속에서 법의 기반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 평가된다.
이러한 국제적 맥락에서 헌재의 결정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더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기후변화에 대해 더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되었으며,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향후 기후 관련 국내의 법령 정비와 해석에 있어 헌법적 기준을 제시하였다. 국가는 중장기적으로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이 이전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정량적인 수치를 전제로 한 감축 목표와 이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설계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후 소송, 나아가야 할 방향성
앞서 다룬 것과 같이 해당 판결은 기후소송에 대한 중요성이 증대되는 맥락 속에서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하고 기후변화에서의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청구인의 변호인단은 기후변화가 국민의 기본권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이 천명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위 판결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제8조 1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안이 기각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 탄소중립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은 탄소중립기본법ㅌ 제8조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다”라 언급한 것에 대해 40%라는 비율을 제시하며, 2030년에 2018년 대비 탄소 배출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해당 목표치가 파리협정 등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기준에 따라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확대됨에 따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기후위기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례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당 판결은 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향후 기후 소송과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후소송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에 합치되는 방향이기도 하다. 이미 기후위기 대응은 정부의 의무라는 인식이 상당하다. 녹색전환연구소에 설문에 의하면, 기후 시민. 기후위기와 정책을 연결짓는 ‘기후시민’이 국민의 절반을 넘으며, 이보다 많은 60% 이상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책임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화에 따라 필수적이게 된 국가의 노력과 이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필요한 국민적 합의의 계기이자 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2026년까지의 개선입법 과정에서 강화된 목표치가 수립되고 이에 기반한 정책수립, 규제정비 과정까지 적극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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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전 세계의 기후소송 물결, 기후 위기에 대한 국제법적 대응]
1) 윤원섭, "UNEP, 5년새 기후소송 2배 넘게 급증... "약 17% 개도국서 제기", 그리니엄, 2023.08.01, https://greenium.kr/news/26980/
2) 정화령, "청소년 기후소송, 아시아 첫 기후 헌법소원 판결로 결실 보여", 라이프인, 2024.08.30.,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7775
[헌재 曰, “정부의 불충분한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이다”]
1) 구유나, "'절반의 승리?' 국내 첫 정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헌법소원, 그 판결 내용은", BBC코리아, 2024.08.29.,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935jp27qv4o
2) 김경목 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소개", 법률신문, 2024.09.12., https://www.lawtimes.co.kr/LawFirm-NewsLetter/201322
3) 김성수, "한국과 독일 헌법재판소의 과소보호금지원칙 적용에 대한 평가", 법률신문, 2021.09.17., https://www.lawtimes.co.kr/news/172071
4) 케이스노트, 헌법재판소 2024. 8. 29.자 2020헌마389, 2021헌마1264(병합), 2022헌마854(병합), 2023헌마846(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제42조 제1항 제1호 위헌확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 위헌확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위헌확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위헌확인], https://casenote.kr/%ED%97%8C%EB%B2%95%EC%9E%AC%ED%8C%90%EC%86%8C/2020%ED%97%8C%EB%A7%88389
[한국 헌법재판소와 ‘과소보호금지원칙’의 적용]
1) 김성수, "한국과 독일 헌법재판소의 과소보호금지원칙 적용에 대한 평가", 법률신문, 2021.09.17., https://www.lawtimes.co.kr/news/172071
2) 방승주, "헌법재판소의 입법자에 대한 통제의 범위와 강도", 공법연구 제37권 2호, 113~171면, 2008.
[국가의 과제로서의 기후변화 대응]
1)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 "국제사법재판소(ICJ) 기후변화와 인권 권고적 의견 발표", 2025.07.28., https://www.kicj.re.kr/board.es?mid=a10310000000&bid=0027&list_no=16699&act=view
2) 구유나, "'절반의 승리?' 국내 첫 정부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헌법소원, 그 판결 내용은", BBC코리아, 2024.08.29.,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935jp27qv4o
[한국의 기후 소송, 나아가야 할 방향성]
1) 김경목 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소개", 법률신문, 2024.09.12., https://www.lawtimes.co.kr/LawFirm-NewsLetter/201322
2) 윤연정ㆍ박기용, "국민 60% “기후위기 대응헌법 바꿔 국가가 책임을”", 한겨레, 2025.06.07.,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196258.html
3) 정화령, "청소년 기후소송, 아시아 첫 기후 헌법소원 판결로 결실 보여", 라이프인, 2024.08.30.,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7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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