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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태양지구공학기술의 빛과 그림자

by R.E.F. 21기 홍서현 2023. 3. 26.

태양지구공학기술의 빛과 그림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길민석, 홍서현

 

지구에도 이제는 한계가...

최근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한다면 2021년부터 2040년 사이 지구의 온도 평균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한 2030~2052년보다 10여 년이나 앞당겨진다는 분석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도 높아졌고 해수면도 1901년보다 0.2m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의 대형 산불 등 극한 폭염으로 발생한 극한기후 발생 비율도 4.8배 늘어났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모두 인간의 영향이라는 것도 확인됐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제54차 총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자료 1. 과거 170년간 전 지구 지표면 온도 변화 ]

출처 : 동아사이언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을 뜻하는 1850~1900년과 비교했을 때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전 지구 지표면 온도는 1.09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보고서인 AR5에서 2003~2012년 0.78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한 것과 비교하면 8년 만에 0.31도 상승한 것이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년부터 2018년 사이 0.2m 상승한 것으로 계산됐다. 해수면 평균 상승 폭의 경우 1901년부터 1971년 사이는 매년 1.3mm 상승했지만, 2006년부터 2018년 사이는 매년 3.7mm 상승해 2.85배나 증가했다.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100만 분의 1), 메탄은 1866ppb(10억 분의 1), 아산화질소는 332ppb로 나타나 역대 최대 농도를 기록했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소 200만 년 내 전례 없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현재 전 세계에서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몸소 느끼고 있다. 파키스탄 에는 기록적인 양의 비가 쏟아졌고, 강렬한 불볕더위와 긴 몬순 기후가 이어지면서 강둑이 무너지고 대홍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빙하 호수와 빙하마저 녹으면서 파키스탄은 금세기 최악의 홍수를 겪고 있으며, 이미 국가의 3분의 1이 이상이 물에 잠겨 버렸다. 

[자료 2. 최근 발생한 대홍수로 황폐해진 파키스탄 북부 노셰라]

출처 : BBC NEWS 코리아

지구온난화로 인해 히말라야산맥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며 파키스탄의 홍수 위험은 이미 커져 있는 상태였다. <가디언>은 파키스탄 중앙을 관통하는 인더스강의 산 쪽 지류에 빙하 녹은 물이 흘러든 데다 이번 폭우가 겹쳐 파키스탄이 대형 홍수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밀려드는 물로 지류의 댐이 여러 곳 파손됐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이 온난화가 배후로 지목되는 폭우 등의 극한 기후와 빙하 붕괴를 동시에 겪으며 피해가 극대화된 것이다.

이렇게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겪는 상황에서 ‘구원자’가 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 바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다. 

 

태양지구공학 기술이란?

[자료 3. 화산 폭발 시 발생하는 연기]

출처 : 뉴스펭귄

1991년 필리핀 피나부토 화산이 폭발한 뒤 4년간 지구 온도가 0.5℃ 낮아졌다. 기술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위와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태양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이다.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의 일부를 반사 또는 차단해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로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술들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대표적인 태양지구공학 기술로 햇빛을 반사해 빛의 입사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대형 펌프를 이용해 하늘에 바닷물을 분사시키면 해염 입자가 방출되어 수증기가 충분히 많은 상태에 도달하고, 구름이 생성된다. 만들어진  인공 구름이 햇빛을 반사해 태양 빛의 입사량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인공위성에 거울을 달아 인조 일식을 만들어 태양 빛을 차단하는 방법이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검토된 적이 있다. 

햇빛을 반사하는 방법 외에도 햇빛을 차단하는 물질을 대기 중에 뿌리는 방법도 존재한다. 고도 10km 이상의 안정한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투입하면 에어로졸이 오랜 기간 동안 성층권에 머물며 태양 빛의 입사를 막아 지표면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이 줄어드는 원리이다. 

[자료 4. 에어로졸(Aerosol)을 이용한 햇빛 차단]

출처 : 뉴스펭귄

이 원리를 이용해 미국 하버드대 프랭크 코이치 교수 팀은 ‘스코펙스(SCoPEx, 성층권 통제 섭동 실험)’을 고안했다. 대형 기구에 탄산칼슘 입자 600kg를 싣고 성층권에 올려보낸 뒤 100g부터 2000g까지 살포하며 햇빛 차단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이다.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딜레마: 지구를 위한 일인가? 지구를 파괴하는 일인가?

‘지구에 그늘을 만들면 지구가 냉각되지 않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에서 시작되어 여러 연구를 통해 거울위성, 인공구름, 식물성 플랑크톤 증식, 성층권 에어로졸 투입 등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실제 지구에 적용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하버드대의 스코펙스(SCoPEx) 프로젝트는 스웨덴 북쪽 이스레인지 우주센터에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스웨덴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등의 반대로 비행 시험을 취소했다. 미국 뉴욕대 연구진은 “에어로졸을 이용한 햇빛 차단 기술의 경우 에어로졸에 의한 냉각 효과가 균일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강우와 지표 자외선 복사가 바뀌고, 산성비의 증가를 초래해 해양 산성화를 일으킬 수 있다”라고 말하며 현재의 기후 모델을 근거로 하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지구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료 5. 美 하버드대학교가 진행 중인 스코펙스(SCoPEx) 프로젝트 원리를 설명하는 개념도]

출처 : 동아사이언스

실제로 태양지구공학은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연구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태양지구공학 기술은 아직 그 부작용이 면밀히 연구되지 않았으며 생태학자들은 생물 다양성, 해양 산성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기후학자들은 열대 몬순 기후의 교란이 발생할 것이라 예상한다. 민승기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는 “몬순 기후 교란은 햇빛 차단으로 지열이 다른 육지와 바다에 온도 차이가 생길 경우 발생하는데 그렇게 되면 구름이 생기고, 강수량이 변화해 해당 지역에 이상 기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몬순 기후대에 속하는 국가의 대부분은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해오지 않은, 기후 위기의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국가이다. 선진국의 경우 실험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재난에 대응할 국가적 시스템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지만, 개발 도상국은 국가 재건에 필요한 자금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연구 윤리를 고려하였을 때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현실화는 옳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으며 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아카데미(NASEM)는 2021년 3월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5년간 태양지구공학 연구에 2억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기술이 미칠 영향과 사회적 합의 등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결론 : 태양지구공학 기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지구온난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구원자로 나타났지만, 아직 연구가 부족해서 이 기술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이러한 태양지구공학기술 중 하나를 사용해야 하는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딜레마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태양지구공학 기술' 연구를 잠재적인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과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금지해야 할까?

그렇다고 위와 같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해서 이 기술의 잠재력까지 무시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이러한 기술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 관측, 분석 연구, 소규모 현장 실험 등으로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모든 연구는 데이터에 대한 개방적인 액세스를 통해 개방적이고 투명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결국, 핵심은 '연구 중단'이 아니라 소규모 현장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영향력을 알아보고, 이에 대해 연구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좋은 과학은 발전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우리가 2030년대까지 연구를 미루면, 온실가스 배출을 제대로 경감하지 못하여 지구 온도가 섭씨 3도가량 상승할 상황에 놓인 어떤 세상에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갑자기 태양지구공학이 상황 해결에 바람직한 연구인지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신중한 접근'이 한층 더 필요하다. 단순히 '불확실성'이 있어서 연구를 중단하기에는 이 기술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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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지구에도 이제는 한계가...]

1) 김효진, 프레시안, '기후 부정의' 피해 입는 파키스탄…두 달 새 홍수로 1천명 사망”, 2022.08.29,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2082917373914640

2) BBC NEWS 코리아, “파키스탄 홍수, '모든 것이 사라졌다'”, 2022.08.31, https://www.bbc.com/korean/news-62733687

3)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지구온도 2040년이면 산업화 전보다 1.5도 상승”...당초 예상보다 10년 빨라”, 2021.08.09,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8586

[태양지구공학 기술이란?]

1) 이병철, 동아사이언스, ’지구 공학 실험을 멈추다’, 2021.06.19,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356 

2)  네이버 기상학백과, ‘지구공학’, 2023.03.1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02167&cid=64656&categoryId=64656  

3)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햇빛 차단해 온난화 막는 세계 첫 ‘기후조작’ 시험 제동’, 2021.04.06,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5396  

4) 임병선, 뉴스펭귄, ‘’위기의 지구인’ 최후의 보루 지구공학 7선’, 2021.08.30,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13 

[태양지구공학 기술의 딜레마: 지구를 위한 일인가? 지구를 파괴하는 일인가?]

1) 이병철, 동아사이언스, ’지구 공학 실험을 멈추다’, 2021.06.19,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7356 

2)  네이버 기상학백과, ‘지구공학’, 2023.03.1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02167&cid=64656&categoryId=64656  

3)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햇빛 차단해 온난화 막는 세계 첫 ‘기후조작’ 시험 제동’, 2021.04.06,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5396  

4) 임병선, 뉴스펭귄, ‘’위기의 지구인’ 최후의 보루 지구공학 7선’, 2021.08.30,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13 

[태양지구공학 기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1)  황원희, 이미디어, "지구 온도 낮추는 태양빛 반사 기술은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2023.03.02, https://m.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96713281291 

2) Holly Jean Buck, MIT Technology Review, "‘태양지구공학’ 연구를 멈춰야 할까?", 2022.02.03, https://www.technologyreview.kr/we-cant-afford-to-stop-solar-geoengineering-research/

3) James Temple, MIT Technology Review, "美, 태양지구공학 연구의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다", 2022.07.15, https://www.technologyreview.kr/the-us-government-is-developing-a-solar-geoengineering-research-p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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