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2기 최정우
오늘날, 우리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더불어 생물 다양성 손실에 직면했다. 전 세계 곳곳에 서식하는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으며, 생물이 대량 폐사하거나 멸종되는 일도 빈번하다.
[자료 1. 한국의 토착 멸종위기 동물, 반달가슴곰]
출처: 서울대공원
바다거북이 사라진다고?
바다거북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로도 등장하며 사람들로부터 오랜 세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 바다 곳곳을 누비며 여행하던 바다거북을 더는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자료 2.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한 바다거북]
출처: 그린피스
바다거북은 1억 5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매우 긴 수명을 자랑한다. 그중 장수거북은 바닷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가장 빠른 파충류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큰 파충류로 인정받고 있다. 장수거북의 주식은 해파리이다. 그러나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하고 먹다가 목에 걸리는 일이 빈번하다.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이 한국 해안에 죽은 채 발견된 사례가 잦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연구가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바다거북 위 내용물에서 한국 연안에 널리 분포하는 국내 해조류와 어류 및 갑각류 등과 더불어 플라스틱, 스티로폼, 나일론 등 합성 표류물이 발견됐다. 실제 바다거북의 비자연적 사망 주요인은 플라스틱 섭취이며 이는 중독, 식도 폐쇄 또는 장천공을 유발한다.
문제는 플라스틱 오염뿐만이 아니다. 스페인 카디스대 마르가 리바스 교수팀이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거북의 번식지 상당수가 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를 적용해 해수면 상승 영향을 분석한 결과, 상당히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많은 거북 번식지가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길 것이며, 특히 장수거북의 둥지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 3. 해수면 상승 정도에 따른 바다거북 5종의 둥지 훼손 정도 분석]
바다거북마다 선호하는 둥지 위치가 달라 물에 잠길 위험도 종별로 다르다. 모래 언덕과 가파른 절벽에 가까운 고지대에 둥지를 트는 대모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의 둥지는 각각 18%와 13%가, 낮고 평평한 해변을 좋아하는 장수거북의 둥지는 2050년 전체의 50%가 물에 잠길 전망이다.
바다거북 암들은 부화했던 해변에 다시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거북 둥지가 물에 잠긴다면 바다거북 개체 수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남극 마스코트 ‘턱끈펭귄'
펭귄들이 서식하는 남극대륙은 지구상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빨리 받는 곳이다. 황제펭귄, 젠투펭귄과 더불어 남극을 대표하는 턱끈펭귄도 멸종위기에 직면했다.
턱끈펭귄은 등과 머리, 꼬리는 검은색, 얼굴과 배는 흰색이다. 턱을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얇은 띠 덕분에 턱끈펭귄으로 불린다. 턱끈펭귄을 덮고 있는 빽빽한 털은 뛰어난 방수 기능과 더불어 두꺼운 지방질로 이루어져 있어 차가운 수온을 견디게 해 준다.
그러나 어른 턱끈펭귄과 달리 새끼 턱끈펭귄의 털에는 보온과 방수 기능이 없어 몸에 진흙 등 이물질이 묻거나 얼음이 깨져 바닷물에 빠지면 버둥거리다가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리면서 새끼 턱끈펭귄들이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자료 4. 턱끈펭귄]
출처: 환경경찰뉴스
남극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군이 단순해 기후변화가 먹이사슬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도 쉽다. 턱끈펭귄 역시 남극 먹이사슬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남극해에서 턱끈펭귄 수가 줄자 철분도 감소했다. 남극해는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매년 약 100억 톤의 탄소를 흡수하는데, 다른 해역보다 질소 인 등의 영양물질은 풍부하지만,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기 위한 철분은 부족하다.
남극해에서 철분은 수염고래와 바닷새 등의 배설물로 공급된다. 철분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해지면서 고래와 새들의 먹잇감인 크릴도 증가하게 된다. 이처럼 남극해 먹이사슬이 적절히 유지되면서 철 순환도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자료 5. 남극해에서 이뤄지는 철분 순환]
출처: 뉴스펭귄
그러나 크릴을 주식으로 삼는 턱끈펭귄이 줄면서 남극해 먹이사슬 유지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수염고래의 개체 수 감소가 철 순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펭귄의 영향도 이에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염고래 배설물에는 1g당 평균 0.146㎎의 철분이, 턱끈펭귄의 배설물에는 1g당 평균 3㎎의 철분이 포함돼 있다. 턱끈펭귄의 개체 분포에 따라 철분 배출량을 계산하면 연간 521t을 배출하는데, 이는 수염고래 철분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된다. 즉, 남극 먹이사슬과 철 순환에 있어 펭귄의 영향력이 고래만큼이나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웃는 돌고래 '상괭이'
부산광역시 강서구 가덕도에 지어질 부산의 2번째 공항 ‘가덕도 신공항’은 건설 과정에서 다수 국가보호종이 훼손될 것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가덕도는 환경적으로 민감한 생태자연이며,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인 데다가 인근에 많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어 신공항 건설에 대한 반대도 잇따랐다.
가덕도에는 다양한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고, 섬 상공에 6천 마리가 넘는 철새가 날아다닌다. 문화재보호구역인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철새 따위가 다른 곳에서 넘어와 머무는 곳)와 인접해 철새들의 서식과 이동이 빈번하다. 신공항 활주로 예정 구역 상공을 비행하는 철새나 각종 조류가 비행기와 충돌할 가능성과 이로 인한 항공기 안전 문제까지도 간과할 수 없다.
[자료 6. 상괭이]
출처: 경기신문
가덕도에는 해양 보호 생물이자 토종 돌고래인 상괭이가 서식하고 있다. 상괭이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자, 아시아에만 서식한다. 그러나 혼획이나 좌초 등으로 상괭이의 수가 줄고 있는 가운데, 가덕도 신공항 건설도 상괭이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괭이는 다른 돌고래처럼 음파로 사물 방향을 탐지하고 의사소통하는데, 공항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상괭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또한, 바다 매립으로 해류가 바뀌면서 상괭이와 그 먹이 어류들의 서식 및 이동 경로가 흐트러진다. 최상위 포식자인 상괭이가 줄면 그 아래 포식자가 급증하면서 생태계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멸종위기종: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반달가슴곰, 스라소니, 수달, 시베리아 호랑이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멸종위기종도 있지만,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생물들은 기억되지도 못한 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던 생물들도 점차 모습을 감추며 멸종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계속되는 멸종위기종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와 인간의 생태계 파괴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생물들의 멸종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며, 결국 인간에게까지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미 사라지거나 사라질 생물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멸종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세계 철새의 날 특집] 철새도 피할 수 없었던 기후변화", 19기 조윤주,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355
2. "돌고래를 낭만으로 여기지 마세요.", 20기 조현선, 21기 마승준, 정형인, 22기 류나연, 홍세은,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793
참고문헌
WWF, “Living Planet Report 2022-Building a nature-positive society”, 홍윤희, WWF-KOREA, pp1~60, 2022.10
바다거북이 사라진다고?
1) “Uncertain future for global sea turtle populations in face of sea level rise”, Scientific Reports, 2023.04.20.,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3-31467-1#citeas 그린피스,
2) “바다 거북이 특별한 9가지 이유”, 2020.05.19., https://www.greenpeace.org/korea/update/13385/blog-ocean-sea-turtles-are-amazing/
3) 이주영, “[사이테크+] 바다거북도 온난화 불똥…"해수면 상승에 알낳는 둥지 위험"”, 연합뉴스, 2023.04.21.,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0086400518
4) 이후림, “세계적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이 한반도 바다에 출몰하는 이유”, 뉴스펭귄, 2021.12.29.,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27
남극 마스코트 '턱끈펭귄'
1) 고명훈, “[멸종위기동물 백과사전] 남극 대표 턱끈펭귄, 지낼 곳 없어 발만 ‘동동’”, 환경경찰뉴스, 2021. 01.22, https://www.ep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019
2) 남예진, “사라진 턱끈펭귄, 남극 생태계 혼란 키워”, 뉴스펭귄, 2023.04.15.,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89
3) 최영준, “[오지 연구원이 된 동물들]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 알려주는 지구온난화”, 동아사이언스, 2015.11.30.,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8852
웃는 돌고래 '상괭이'
1) 김윤주, “가덕도에 상괭이 등 멸종위기 종 서식…“신공항 건설 철회해야””, 한겨레, 2022.05.09.,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42110.html
2) 임병선, "‘가덕도신공항 지으면 죽거나 집 잃을 생물들", 뉴스펭귄, 2023.04.04.,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19
3) 임성희, "가덕도 공항 사업, '이런 세금 탕진 재주도 있다'", 프레시안, 2023.05.11.,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3051116065137704?utm_source=naver&utm_medium=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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