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RS,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길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1기 한세민, 23기 박하연
[감소하는 생산량과 증가하는 소비량]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다. 실제로 2022년 기준, 한국은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캐나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국가로 발표되었다. 게다가 절대적인 소비량과 인구(28위)나 경제 규모(14위) 등을 함께 고려하면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는 2000년 10위권에 진입한 이래 21년째 꾸준히 소비량을 높여나간 결과이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과 달리, 한국의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동안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예정이다.
[자료 1. 한국, 일본, 독일의 경제성장과 에너지 소비량 추세 그래프]
출처 : 뉴스웍스
문제는 경쟁국과 달리 에너지 소비량은 계속해서 증가하는데, 에너지 자립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에너지 소비량의 약 92%는 해외 수입을 통해 감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거나, 소비량을 줄여야 하는데 최근 정책의 변화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동력을 잃고 있으며, 산업 구조상 단기간에 소비량을 줄이기도 어려워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 중요한 이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핵심적인 이유는 비용적인 측면 때문이다. 아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 타 에너지원의 균등화 발전 비용보다 전력 절감 비용이 현저히 낮다. 각 발전소 수명 동안 전력 1kW를 생산하기 위해서 원자력 66.20원, 석탄 화력 90.67원, 가스 복합 화력 101.43원, 태양광 132.6원이 드는 것에 비해, 에너지 효율 증가의 경우 1kW를 절감하는 데 28.1원만이 필요하다. 수치상으로 최소 2.4배에서 최대 4.7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타 에너지원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이행비용보다 사회적 편익이 9.5배 이상 크기에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확실히 우수하다. 이는 에너지 효율 향상 투자가 사용자의 요금을 절감하며, 발전설비 및 송변전 설비의 추가적인 건설을 줄여 건설 비용과 환경오염 물질을 절감하는 중첩적인 효과가 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자료 2-1. 국내발전원별 LCOE와 EERS의 전력 절감비용(CSE) 비교]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자료 2-2. EERS 이행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 규모]
출처 : 한국에너지공단
두 번째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에너지 효율 향상 40%, 재생에너지 35%,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14% 순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즉, 에너지 효율이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수단이라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제1의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으며, 높은 탄소 배출량으로 기후 위기에 큰 책임을 갖는 우리나라에도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방법은 다른 대안과 달리 기존 연료 체제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까지 시간을 벌 수 있어 에너지 안보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EERS란?]
이렇듯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에너지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보다 효과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EERS가 필요하다.
EERS란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로, 에너지 효율 사업을 통해 절감한 에너지를 자원화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에너지 공급자에게 에너지 절감 목표를 부여하여 공급자가 소비자들의 에너지 절약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즉, 에너지 공급자에게 에너지 판매량에 비례하는 절감 목표를 주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칙을, 지키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함께, 에너지 공급자가 에너지 효율 사업에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내 시행 대상은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로 각 에너지 공급자의 특성에 따라 절감 목표를 부여한다.
[자료 3. 에너지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개요]
출처 : 전자신문
이미 해외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EERS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미국은 현재 27개 주에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도입이 된 지 24년이 되어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실제로 뉴욕, 캘리포니아 등 EERS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의 에너지 절감량은 평균 1.2%를 보인 반면, EERS를 하지 않는 지역의 평균 에너지 절감량은 0.3%에 그쳤다.
한편 한국의 경우,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많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 특히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갖기에 EERS 효용성이 더욱 높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국내 EERS 현황 및 목표]
국내에서는 2018년부터 EERS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EERS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였다. 한국전력공사에서 12개의 시범사업 형식으로 처음 실시하였고, 이듬해인 2019년에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도 합류하여 전력, 가스, 열 공급자가 모두 시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EERS는 2020년 본 사업 전환으로 계획하였으나 이행 목표 산정 및 투자 비용 회수, 성과도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아직 시범사업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시범사업 동안 EERS의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에너지 공급자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예산으로 1,442억 원을 투자하여 전력 1,158GWh, 가스와 열 154TGal의 에너지 절감을 달성하였다.
[자료 4. 연도별 EERS 시범사업 투자현황 및 절감 실적]
출처 : Ⓒ 21기 한세민, 23기 박하연
그렇다면, 2023년 EERS 시범사업에서는 어떠한 목표로 에너지 절감을 달성할까?
한전은 2030년까지 EERS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지지난해 연간 판매량(GWh)에 목표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목표가 정해지는데, 이에 따라 2018년에는 0.15%, 2019년에서 2022년 동안 0.2%였으며 2031년까지 1%로 상향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에너지 절감량도 1,042GWh에서 5,717GWh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2023년 시범사업의 세부 내용으로는 소상공인 지원, 뿌리기업 지원, 취약계층 지원, 소비자 행동 변화 사업 아래 28개의 에너지 효율 향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고효율 가스보일러 교체 지원, 취약계층 열효율 개선 사업을 벌이고, 난방공사에서는 노후 공동주택 종합 효율 개선, 공용설비 효율 개선, 난방용 부품 점검 및 교체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작년 3개 사의 시범사업은 총 40개로, 한전의 시범사업 12개에서보다 늘어났지만, 양적 성장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또한, 위에서 살펴보았듯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발전공기업의 올해 절감 목표는 최대 0.2% 규모이지만 해외 주요국의 연간 절감 목표는 최대 2.7% 수준에 달한다. 물론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에너지 공기업들이 효율 제고용 투자비를 자체 예산으로 집행하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다는 반론도 타당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내 EERS 사업은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기대 효과 및 앞으로의 방향성]
EERS 사업은 ‘20년~’24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연도별 목표 달성 시 기준으로 ▲에너지 절약(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 연간 1조 원 절약 효과) ▲온실가스 감축(EERS 목표 달성으로 5,165t CO2 감축), ▲전력 수급 안정(전력수급 기본계획 수요관리 이행 수단 확보), ▲일자리 창출(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을 통한 민간 부문 고용 촉진)의 효과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EERS 사업이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 대한 연구 및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다. 박지용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목표로 ▲환경편익(에너지 절감) 극대화 ▲비용-효과성(경제적 효과) 극대화 ▲소비자 계층 간 형평성 ▲시장 전환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정책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공급자의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국내 여건을 반영한 페널티 및 인센티브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EERS의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재원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EERS의 효율성과 효과성, 지속가능성을 위해 운영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검증 후 홍보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 공감대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지지가 있어야만 에너지 요금에 부과하거나 관련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법제화 내용으로는 정량적인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공급자의 판매 수익 감소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인센티브 비용 보전 방안을 강구하며 평가와 측정, 검증 수단을 정교화하는 내용이 필요하다. 또한, 투자비 보전, 목표 미달 시 과징금 부과 등의 비용 보전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특히 비용 보전 없는 성급한 시행은 향후 에너지 공급 비용의 상승과 함께 EERS 제도 정착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다.
이외에도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통한 집단에너지, EERS 사업 범위의 확대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성공적인 EERS 사업 정착의 사례 연구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를 거쳐 에너지 절감을 현실화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은 곧 자원이다. ‘첫 번째 연료(first fuel)’인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EERS 사업이 단기적으로는 본 사업 전환, 장기적으로는 세계 연간 탄소 배출량 감축 등을 달성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개인도 EERS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EERS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에너지 효율을 위한 밑바탕, EERS제도", 14기 이한주, 15기 김성렬, 15기 김혜림, 16기 변은경, 16기 임상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2804
2. "세계가 주목하는 자원, 에너지 효율 향상의 모든 것", 16기 김미림, 16기 문정호,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3002
참고문헌
[감소하는 생산량과 증가하는 소비량]
1) 박수연, "韓, 세계 8위 ‘에너지 다소비국’…“EERS 등 에너지효율 방안 모색해야”", 한스경제, 2023.05.13, http://www.hans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651112
2) 최승욱, "[NW뷰] '첫 번째 연료' 에너지효율 꼴찌…EERS 시행 위해 국민 지지 획득 '급선무'", 오피니언, 2023.05.12,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4641
[에너지효율 향상이 중요한 이유]
1) 권승문, "정부 "에너지 효율 혁신과 꼼꼼한 관리 절실"", 그린포스트코리아, 2022.06.29,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119
2) 황해선, "에너지 취약계층에 고효율기기 보급 늘려 위기 극복", 동아일보, 2023.03.29,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328/118556202/1
[EERS란?]
1)오철, "(창간기획) 에너지효율 혁신 성공 이끈다 ‘EERS’", 전기신문, 2020.05.22, http://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8979
2) 전진영, "[생생경제] 이제는 '에너지 효율'도 자원..선진국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EERS란", YTN, 2021.08.26, https://www.ytn.co.kr/_ln/0102_202108261846097595
1) 박나연, “한국가스공사, EERS 사업으로 ‘국가 에너지 효율 향상’ 선도”, 팍스경제TV, 2023.02.28, http://www.paxetv.com/news/articleView.html?idxno=169140
2) 윤병효, “창간기획_에너지 전환,안보 모두 잡는 ‘EERS’…”확대 필요”, 전기신문, 2023.05.16,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9873
3) 최승욱, “[NW뷰] ‘첫 번째 연료’에너지효율 꼴찌…EERS 시행 위해 국민 지지 획득 ‘급선무’, 뉴스웍스, 2023.05.12, https://www.newswork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4641
[기대효과 및 앞으로의 방향성]
1) 최인식, “EERS, 본사업 전환 걸림돌과 해결방안은”, 칸, 2021.12.12, http://www.kharn.kr/news/article.html?no=18078
2) 한국에너지공단, “세세가 세세하게 알려주는 계묘년 EERS 추진 계획!”, 네이버 블로그, 2023.03.03, https://blog.naver.com/kea_sese/223032766965
3) 한국전력공사,”EERS 개요”, 2023.07.16 검색, https://home.kepco.co.kr/kepco/CY/K/htmlView/CYKGHP001.do?menuCd=FN0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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