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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그가 돌아왔다. 미국도 돌아갈까?

by R. E. F. 25기 손동찬 2024. 12. 30.

그가 돌아왔다. 미국도 돌아갈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손동찬

 

그가 돌아왔다

‘기후변화는 하나의 거짓말(hoax)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향후 400년간 1/8인치 상승할 거라고 하는데, 이는 해안가 부동산이 더 많아지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큰 위협이 아니다'.

위는 곧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해당한다. 그가 돌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평소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낸 바 있고,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단적인 예로 첫 임기 시절 파리협정 탈퇴 선언이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퇴보할 것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리협정 재탈퇴 선언이 점쳐지고 있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초 Carbon Brief의 한 연구 결과는 트럼프 당선 시 미국의 탄소배출량이 바이든 정권 대비 40억 톤kg CO2e(이산화탄소환산량) 늘어날 것이라 추산했다.

이와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 역시 위축될 것이란 우려또한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IRA를 ‘녹색 사기(green scam)’라 칭한 바 있으며,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거리낌 없이 표출해 왔다. 보수 성향 정책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이 트럼프 2기를 위해 작성한 정책 제언집 ‘프로젝트 2025’는 청정에너지 확대를 위한 세액공제 등의 폐기를 주문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해당 정책 제언집과 거리를 뒀지만, 집필진에서 정부 요직 인사를 다수 임명한 상태다.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개발과 보급은 위축될까? 본 기사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경제적 유인을 갖췄다

주지하다시피 전세계가 탈탄소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는 만큼, 최근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글로벌 차원에서, IEA의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재생에너지와 그리드 및 스토리지 등을 포괄하는 청정에너지 투자액은 화석연료 투자액의 2배에 달했다. 재생에너지만 놓고 봤을 때, 투자액은 2015년 3,430억 달러에서 2024년 7,71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미국 전력망에 추가된 전력 발전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태양광으로, 총 32.4GW가 추가됐다. 이는 전체 추가분의 53%에 달하는 수준이었고, 2위를 기록한 천연가스(18%)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였다.

[자료 1. 2015~2024 글로벌 화석연료 및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

출처: IEA

이 같은 투자 및 발전량 확대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이는 또다시 투자와 발전량 지속 확대를 위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한다. 단적인 예로 청정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를 통해 30만여 개 일자리가 창출됐고, 1,5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가 유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최근 몇 년 미국은 재생에너지 투자 유치 및 발전량 확대를 통해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였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했다. 당장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 이러한 지원책,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기존의 기조를 벗어나거나 뒤집는다면 막대한 경쟁력 및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IRA가 폐기될 경우 미국의 제조업과 통상 경쟁력이 약화하고, 8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기회를 타국에 뺏기게 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생산시설 유출, 일자리 유출, 세수 감소, 500억 달러 규모의 수출액 감소 등으로 나타난다. 다른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 자국의 경쟁력을 최우선시 하는 트럼프가 이러한 손실을 감수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의회의 협조 여부 미지수, 일부 주 정부는 대립각 예고

트럼프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을 위축시키는 방향을 추진할 경우, 국내 정치 차원에서 두 가지의 견제 장치가 있다.

첫째는 의회의 비협조 가능성이다. IRA를 예로 들면, 이는 엄연히 의회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이를 폐기할 수 없다. 가능한 조치는 보조금 지급 기준 등 시행세칙 변경 수준이다. 대선과 동시에 진행된 의회 선거 결과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차지하게 됐지만, 문제는 IRA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입는 25개 지역 중 19개 지역이 공화당 지역구라는 점이다. 상기한 것처럼 IRA의 지원을 통해 고용이 창출되고 투자가 유치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결실이 공화당 지역구에서 맺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지역구 공화당 의원들은 이 같은 차기 연방 정부 움직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둘째는 연방 정부와 별개로 주 정부 차원에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경우 트럼프의 이 같은 공약에 즉각 반기를 들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면 캘리포니아는 과거에 시행했던 친환경 차 환급 제도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는 기후 행동, 이민 등 정책에 있어 연방 정부와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주 예산으로 소송 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최근 증액을 논의한 바 있다. 해당 주는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기간 연방 정부를 상대로 120여 건의 소송을 진행해 일부 승소한 바 있다. 이처럼 연방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 기조가 있더라도, 주 정부 차원에서 이에 반대되는 노선을 채택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좌시할 수 있을까?

미국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힘을 뺄 경우, 중국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는 시장 경쟁력 약화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과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기술력, 그리고 물량공세 등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설비 시장에서 막강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이 2023년 한 해에 추가 설치한 태양광 설비용량이 미국이 지난 30년 동안 설치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중국의 관련 기술과 설비들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아프리카를 주축으로 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곳곳에 진입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상승하고 있고 최대 경쟁자인 중국은 이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와중 관련 움직임에 제동을 건다면, 이는 중국과의 경쟁 구도에서 미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앞서 IRA 폐기 시 타국에게 투자 기회를 빼앗길 것이라 했는데, 여기에서 타국은 중국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료 2. 중국-아프리카 기후 관련 프로젝트 승인 건수 증가 추이]

출처: CarbonBrief

둘째는 국제정치 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다. 트럼프 재집권이 확실시되자 다수의 메이저 언론과 싱크탱크들이 입을 모아 내놓은 관측이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아젠다 협상과 관철에 있어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고, 그 공백을 중국이 공세적으로 채울 것이란 거다. 실제 트럼프 1기 때도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중국이 관련 논의에서 더 큰 발언권과 역할을 가져간 바 있다.

만약 같은 전개가 반복된다면, 중국은 관련 논의와 협상 과정에서, 보다 주도적 역할을 가져가며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고, 이는 미국의 발언권 감소와 영향력 후퇴로 이어진다. 비록 트럼프 개인 특성상 가치지향적 노선과 가치외교를 멀리하고 철저히 거래적 접근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임과 동시에 위협이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경계하고 있다. 당장 고관세와 매파 인사 임명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진정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고 경쟁 대열에서 이탈함으로써 중국에 정치경제적 이익을 안겨줄 것인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장려 정책 추진, 트럼프에게 '좋은 거래'로 다가갈 것

위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비록 트럼프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힘을 빼는 등 1기 때와 같은 노선을 다시 한번 밟을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종전과 달리 상당수 미국 국민이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시장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점, 연방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과의 경쟁이 이전보다도 첨예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치명적인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란 점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과연 미국이 트럼프가 공언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장려 정책 추진과 기후변화 대응이 거래적인 트럼프에게 ‘좋은 거래’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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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그가 돌아왔다]

1) 이승윤, "트럼프, 거리 뒀던 '프로젝트2025' 집필자 요직에 기용", YTN, 2024.11.24, https://www.ytn.co.kr/_ln/0104_202411240322225510

2) Allan, Bentley., Sahay, Tim., "Trump’s proposed clean energy retreat: US costs and global rewards", Net Zero Industrial Policy Lab, 2024.11.06, https://www.netzeropolicylab.com/trump-retreat 

3) Domonoske, Camila., "Under Trump, an 'all of the above' energy policy is poised for a comeback", NPR, 2024.12.09, https://www.npr.org/2024/12/09/nx-s1-5220305/trump-energy-policy-oil-renewables

4) Frazin, Rachel., "Trump on climate change: ‘You’ll have more oceanfront property’", The Hill, 2024.08.13, https://thehill.com/policy/energy-environment/4826175-trump-climate-change-not-biggest-threat/

5) Lempriere, Molly., "Experts: What does a Trump presidency mean for climate action?", CarbonBrief, 2024.07.11, https://www.carbonbrief.org/experts-what-does-a-trump-presidency-mean-for-climate-action/

6) Milman, Oliver., "Trump promise to repeal Biden climate policies could cost US billions, report finds", The Guardian, 2024.11.14, https://www.theguardian.com/environment/2024/nov/14/trump-clean-energy-climate-policies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 경제적 유인을 갖췄다]

1) IEA, "World Energy Investment 2024", IEA, 2024.06, https://www.iea.org/reports/world-energy-investment-2024

2) Nickelsberg, Robert., "Solar hits a renewable energy milestone not seen since WWII", Grist, 2024.03.06, https://grist.org/energy/solar-hits-a-renewable-energy-milestone-not-seen-since-wwii/

[의회의 협조 여부 미지수고 일부 주 정부는 대립각 예고]

1) 김희진, "캘리포니아 “전기차 보조금, 트럼프가 없애도 준다···테슬라 빼고”", 경향신문, 2024.11.26,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61537011

2) 유혜진,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없앤다는데…공화당 '글쎄'", 지디넷코리아, 2024.12.13, https://zdnet.co.kr/view/?no=20241213105145

3) 조문희, "‘트럼프와 2차전 예고’ 캘리포니아, 350억원 소송 자금 준비", 경향신문, 2024.12.03,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31012011

4) 하상웅 외 4인, "2024 미국대선과 한반도",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2024.11.15, https://ifs.snu.ac.kr/news/publication?mode=view&pubidx=41

[미국이 중국의 영향력 증대를 좌시할 수 있을까?]

1) Matthews, Williams., "Trump’s ‘America First’ foreign policy will accelerate China’s push for global leadership", Chatham House, 2024.11.14, https://www.chathamhouse.org/2024/11/trumps-america-first-foreign-policy-will-accelerate-chinas-push-global-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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