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산불이 남긴 경고, 기후리스크는점점 커진다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김해원, 맹주현, 27기 박지은, 함예림
LA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힌 LA 산불
[자료 1. 말리부 해변 불타는 주택들]
출처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기록적인 피해를 남기며,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재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BBC 코리아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장기간 지속된 가뭄과 이상 고온 현상이 맞물리며 빠르게 확산했으며, 광범위한 지역이 불길에 휩싸였다. 주택과 기반 시설이 소실되고 수많은 주민이 대피해야 했으며, 대기 오염이 심화하면서 호흡기 질환 증가 등의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점점 더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그 피해 또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가뭄이 지속될수록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위기라고 경고한다. 산불과 가뭄이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서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하고자 한다.
가뭄이 LA 산불에 미친 영향
[자료 2. 로스앤젤레스 카운티(LA County) 1월 평균 강수량(1895-2024)]
출처 : NOAA
로스앤젤레스가 위치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원래 여름에 고온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려 온난 다습한 양상을 보이는 Cs(지중해성 기후)를 띈다. 따라서 산불이 일어난 1월은 속칭 ‘우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2022년과 2024년, 캘리포니아의 겨울 강수량에 변화가 있었다. 최근 3개월간 LA 카운티의 강수량은 매우 낮았다. 앤젤레스 국유림의 '이튼 댐' 관측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이 2.3mm에 불과했으며, 이는 지금까지 같은 기간 평균치인 521.5mm와 비교해 약 228분의 1 수준이다. 또 다른 대형 산불이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의 관측소에서도 누적 강수량은 5.08mm로, 역대 평균치인 421.6mm와 비교하면 약 83분의 1 수준이다.
LA 카운티 내 기상학자들은 이번 겨울을 기록상 역대 10위 안에 드는 건조한 우기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는 가뭄 상황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가뭄이 심화, 장기화하면서 토양과 식생이 극도로 건조해져 산불 발생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대기의 건조화는 불씨가 커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더불어, 원래 이 지역 겨울에 부는 국지성 강풍인 샌타애나 강풍(Santa Ana Winds)까지 합세해, 40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도시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화재가 된 것이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과 북극 지역의 해빙 감소가 겨울철 북반구의 대기 순환을 증폭시켜, 산불이 일어난 지역인 미국 서부 지역에 고기압을 발달시켰다. 이에 따라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과 산불 위험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극단적인 가뭄, 폭우를 일으키는 기후변화
[자료 3. 가뭄과 폭우를 오가는 기후 위플래시]
출처 : 동아일보
이처럼 재난 위험성을 증폭시키는 이상기후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부 유럽, 동아프리카, 미국에서는 가뭄이 지속된 후 폭우가 쏟아지거나 홍수가 발생 후, 가뭄 화재가 잇따르는 이상기후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위플래쉬(hydroclimate whiplash)’라는 용어로 불리며, 직역하면 ‘수중기후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학계에서는 이 용어가 이해를 돕기 위해 널리 사용된다.
기후 위플래쉬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수분의 증발량이 증가해 지면에서는 가뭄이 발생한다. 반면 대기에는 더 많은 수분을 흡수할 수 있는 대기 스펀지가 형성돼 식물과 토양에서 수분을 흡수함으로써 가뭄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이 대기 스펀지가 일정 수준 이상의 수분을 흡수해 한계를 넘어서면, 결국 폭우를 쏟아내게 된다. 따라서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발생하는 이유는 이와 같은 대기 스펀지의 작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 4. 2019~2023년 건강 위협 기온 연평균 발생 일수]
출처 : 나우뉴스
이상기후 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가뭄, 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은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1990년대와 비교해 2023년에는 1억5100만명이나 많은 사람들이 가뭄으로 인한 식량 불안정에 노출됐다. 65세 이상의 온열 질환 사망자도 1990년대와 비교해 167% 증가했다. 게다가 기온 상승과 더불어 비가 더 많이 내리면서 모기 관련 바이러스도 증가하고 있다. 뎅기열 사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말라리아,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던 지역으로 퍼졌다. 먼지 폭풍 또한 증가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위험한 대기 오염에 더욱 노출되고 있다. 유엔(UN)은 “물과 기후변화는 불가분의 관계"며 “지구온난화는 대기가 보유할 수 있는 수분을 증가시켜 더 많은 폭풍과 폭우를 초래하고, 역설적으로 더 많은 물이 육지에서 증발하고, 지구 기후 패턴이 변화함에 따라 더 강렬한 건조 기간도 발생시킨다"고 진단했다.
점점 커지는 기후리스크
[자료 5. 기후변화 없는 경제와 비교한 2049년 예상 소득 변화]
출처 : ESG경제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선언과 탈탄소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기후위기의 진행 속도가 이를 초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IK)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는 연간 38조달러(약 5경59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농업 생산량 감소, 노동력 생산성 저하, 인프라 파괴 등의 영향을 반영한 수치로, 생물다양성 붕괴 등의 비경제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49년 소득 변화 예측을 보면, 러시아와 캐나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특히 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GDP의 2%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피해 규모가 완화 비용의 6배를 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위험보고서 2025’에 따르면, 10년 후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극한 기상현상이 선정됐다. 산불, 홍수,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이 전쟁이나 경기 침체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으며, 지난 50년간 극한 기상현상으로 인한 피해 비용이 7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상재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들에 더욱 극심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환경 위협 중에서도 ‘생물다양성 붕괴’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2위로 상승하며, 기후위기가 인류 생태계 전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 보험계리사협회(IFoA)와 영국 엑세터대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탈탄소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70~2090년 사이 지구 인구의 50%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산불,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식량 부족, 대규모 이주, 국가 붕괴 등의 사회적 혼란이 겹쳐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화할 경우 피해 규모를 50배 이상 줄일 수 있으며, 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면 인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앞으로의 기후변화 대응은?
[자료 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출처 : 동아사이언스
이렇게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협력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은 기후변화 대응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2017년, 미국은 세계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 대응보다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며 파리협정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 주장하며 탈퇴를 강행했지만, 이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하고, 다른 국가들의 기후 정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파리협정에 재가입하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회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 탈퇴 행정명령에 다시 서명했다. 이는 지난 임기에 이어 두 번째 탈퇴로,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후퇴할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이다. 파리협정 탈퇴와 같은 결정이 반복되면서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며, 이는 가뭄, 산불, 폭염 등 기후 재난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국가별 정책을 넘어선 강력한 국제적 협력이 요구된다. 기후변화 대응이 정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선진국들의 탄소 감축 노력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정책 전환을 지원하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노력 또한 국경을 넘어선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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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make] 기후 위기와 불평등 : 책임과 피해의 불균형", 25기 맹주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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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LA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힌 LA 산불
1) 비주얼 저널리즘 팀, "지도로 살펴보는 미국 LA 산불 피해 규모", BCC NEWS 코리아, 2025.01.13,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1mrmjr1kxjo
2) 최우리, ""150년 만에 가장 건조”, LA 외곽 덮친 '전례없는 화재'", 한겨레, 2025.01.09,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1177081.html
가뭄이 LA 산불에 미친 영향
1) 고영민, "GIST, 'LA 산불·뉴욕 폭설 이유 있다'", KBC광주방송, 2025.01.22, https://www.ikbc.co.kr/article/view/kbc202501220021
2) 김지훈, "LA 부촌 덮친 산불…시속 160㎞ 돌풍에 속수무책", 한국경제, 2025.01.0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10841415
3) 최상원, "LA 산불, 40년 내 캘리포니아서 최대 규모", 한겨레, 2025.01.18,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78573.html
4) Camille Baker, "What Are the Santa Ana Winds?", The New York Times, 2025.01.07, https://www.nytimes.com/2025/01/07/weather/what-are-santa-ana-winds.htmll
5) Mary Gilbert, "A key ingredient has been missing from California's wildfires", CNN, 2024.09.22, https://www.cnn.com/2024/09/22/weather/california-wildfire-outlook/index.html
6) Stanford Law School Staff, "California Burning: Fire, Drought and Climate Change", Stanford University, 2021.04.15, https://sustainability.stanford.edu/news/california-burning-fire-drought-and-climate-change
극단적인 가뭄, 폭우를 일으키는 기후변화
1) 윤병효, "폭우와 가뭄으로 고통받는 지구…"물은 기후변화 결과물"", 에너지경제신문, 2024.05.12, https://www.ekn.kr/web/view.php?key=20240512021494595
2) 윤태희, "'극심한 가뭄'에 고통 받는 지역, 80년대보다 3배 늘었다 (랜싯 연구)", 나우뉴스, 2024.10.31, 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41031601014&wlog_tag3=naver
3) 전채은, "온난화로 폭우-가뭄 널뛰기… '기후 위플래시'가 LA 산불 키웠다", 동아일보, 2025.02.01,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131/130948333/2
점점 커지는 기후리스크
1) 김현종, ""65년 뒤 기후위기 피해로 인류 절반 사망" 극단 전망 나와", 한국일보, 2025.01.17,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1721440001708?did=NA
2) 송승섭, "세계 전문가 900명 "10년 뒤 최대 리스크는 극한 기후"", 아시아경제, 2025.01.21, https://view.asiae.co.kr/article/2025012109555125040
3) 이유진, "[전환 시선] 2025년 다시 뛰는 녹색경제...기후위기 대응을 대선 의제로", ESG경제 , 2025.01.02,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9446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앞으로의 기후변화 대응은?
1) 박상은, "COP29, 선진국 기후 분담금 합의 '최소 年421조'… 이행 실효성은 의문", 국민일보, 2024.11.25,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2451600&code=11131700&cp=nv
2) 박송이, "트럼프 파리협약 또 탈퇴…바이든 기후·에너지 정책 뒤집는다", 경향신문, 2024.11.09,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090839001
3) 양효경, "온실가스 배출 세계 1·2위 ‘중국과 미국’.. 누구 책임이 더 클까?", MBC 뉴스, 2021.10.29, https://imnews.imbc.com/news/2021/world/article/6310967_34880.html
4) 이채린, "트럼프, WHO·파리협정 탈퇴 선언···국제사회"다시 고려해달라"", 동아 사이언스, 2025.01.22,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9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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