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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술-산업-정책

정보도, 기후도 빠져나간 유심 해킹

by R.E.F. 23기 김경훈 2025. 5. 27.

정보도, 기후도 빠져나간 유심 해킹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3기 김경훈, 김태현, 27기 박희원

 

나라를 뒤집은 유심 해킹 사건

[자료 1. 유심 해킹 사태는 큰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출처: 동아일보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사건을 뽑으라면 바로 ‘SKT 유심 해킹 사건’이다. 2025년 4월 18일, SKT의 홈 가입자 서버(HSS, Home Subscriber Server)가 해킹당했다. 2020년대에 다른 통신사에서 여러 정보가 유출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가입자 정보를 포함하고 관리하는 HSS가 해킹당했기 때문이다. 

HSS는 단말기 인증 관리, 데이터 저장, 통신망 접속 제어 및 중개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HSS는 통신망의 전반적인 부분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것이 없으면 통신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통신 서비스가 해킹됨과 동시에 핵심 정보도 해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보안이 취약해진다. 통신 서비스가 해커에게 탈취당해 명의를 도용당할 수도 있고 범죄에 이용하는 등 이차적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HSS가 담을 수 있는 정보에는 전화번호와 통신망을 연결하는 고유한 ID인 IMSI가 있다. 즉, 전화번호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신망 접속을 위한 2차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인증키도 넘어가 통신망이 완전히 뚫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사용자의 위치 정보, 통화 관련 데이터, 요금제를 포함한 가입자의 프로필 등이 유출된다. 단말기 식별 코드이자 복제 유심을 추적할 수 있게 하는 일련번호인 IMEI는 HSS 외 다른 곳에 저장돼 있어 이것이 유출되지 않았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료 2. SKT의 무료 유심 교체 서비스]

출처: 국민일보

파장이 커지고 있는 해킹 사태에 SKT는 유심보호서비스 무료 가입, 무료 유심 교체 등의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2500만명 정도의 SKT 가입자 수와는 달리 유심을 100만개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 가입자의 순차적 유심 교체와 동시에 유심 교체 대기자는 유심보호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대기가 가능하도록 의도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가입 후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면 SKT가 전액 부담하는 서비스다. 이는 미가입 시 SKT가 전액 보상해 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소비자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유출 사실 개별 문자로의 미공지, 유출 사태의 뒤늦은 사과, 유심 교체 예약 등의 불편 제공 등 뒤늦은 대처로 소비자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또한, 다른 통신사와 비교했을 때 가입자 수가 많지만, 보안에 투자한 금액이 적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파급력이 크다 보니 관련 소문과 보도가 점차 확산되었다. 대표적으로 금융 피해에 관해 서로 다른 관점의 기사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이번 유출 사태는 범죄, 금융 피해 등에 이용할 수 있다 보니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만, 이에 숨겨진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바로 온실가스 배출이다.

 

유심, 교체가 끝이 아니다

SK텔레콤의 유심 해킹 사건으로 인한 유심 교체 대상자의 인원은 약 2,500만명에 달한다. 유럽 최대 응용과학 연구소로 꼽히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 IZM)는 2022년 독일 보안기술 업체 'G+D' 의뢰로 수행한 연구에서 심카드를 생산·운송·사용·폐기하는 전 과정에 걸쳐 229g(이산화탄소 환산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 계산에 따르면 SK텔레콤 교체 대상자 전원이 유심을 교체할 경우 산술적으로 5,695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이는 국민 약 406명이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과 맞먹는다.

유심 교체로 인해 온실가스가 이토록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유통 과정에 있다. 유심칩 자체의 크기는 작지만, 유통 과정에서 유심을 보호하기 위한 신용카드 및 플라스틱 플레이트가 다량 사용된다. 이로 인해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이 발생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통신사에서는 플라스틱 발생량 감축을 위해 크기를 줄인 하프 사이즈 유심, 스마트폰 내장 모듈인 이심(eSIM)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그간 ESG 경영을 경영 핵심 가치로 삼으며 추진해 왔다. SK텔레콤을 포함한 SK그룹 8개 자회사는 ESG 경영 실천을 목적으로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해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목표로 내세웠다. 또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 전력 사용량 25% 감축 등을 바탕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유심 해킹 사태는 SK텔레콤의 기업 경영과 신뢰도, 그리고 환경 모두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넷제로 선언과 달리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

 

[자료 3. 통신 3사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

출처: 조선비즈

그럼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105만 3,142톤으로 전년 대비 0.7% 늘었고, KT는 112만 7,476톤으로 1.7%, LG유플러스는 147만 5,232톤으로 1.5% 증가했다. 세 회사는 모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목표를 공표했지만, 실제 배출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별 매출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내는 ‘배출 집약도’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LG유플러스는 매출 1억 원당 11.14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며, SK텔레콤은 9.13톤, KT는 6.14톤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온실가스 최다 배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의 집약도(2.02톤)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든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고성능 GPU 기반의 연산이 필요한 AI 모델 학습 및 운영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이는 데이터센터 중심의 처리 구조와 맞물려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신 3사는 배출량 증가의 원인으로 5G 기지국 확충과 데이터센터 구축을 꼽고 있다. 고성능 서버가 대량으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이 전력의 대부분이 화석연료 기반이라는 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욱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 확장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eSIM 도입으로 확산되는 통신사의 ESG 경영 

[자료 4. eSIM]

출처: 한국경제

현재 통신사들은 해마다 대량의 실물 유심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번 SKT 유심 해킹 사태로 최대 2,500만 개가 넘는 실물 유심을 생산해야 한다. 천문학적 수치에 달하는 유심이 결국 사용 후에는 폐기되며, 전 세계적으로도 수천 톤에 이르는 유심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해외여행 시 유심을 일회용으로 교체 및 폐기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자료 5. 물리적 SIM과 eSIM 전 생애 주기 비교]

출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이에 모바일 유심인 eSIM을 도입하고 있다. eSIM은 물리적 SIM 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단말기 내장 칩으로, 생산 공정이 생략돼 제조 공정과 관련된 탄소 배출을 상당히 저감할 수 있다. 별도의 실물 카드가 필요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자원 소비와 폐기물 발생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물리적 SIM 카드 제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29g인데 반해, eSIM의 배출량은 123g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eSIM을 ESG 전략의 일환으로 확산시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ESG 중 환경(E) 측면에서 긍정적인 지표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플랫폼, 항공사 등과의 협업을 통해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사용자 접근성을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통신 업계의 탄소 배출 증가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으로 eSIM이 주목받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통신 서비스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환경, 지구를 함께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신사 및 전자제품의 탄소배출에 대한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기사 더 알아보기

1. "스마트폰, 얼마나 자주 바꾸세요?", 22기 정이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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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탄소 중립 애플 워치가 불러올 나비 효과", 23기 고가현, https://renewableenergyfollowers.org/4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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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나라를 뒤집은 유심 해킹 사건]

1) 윤예원, “유심, 통신 가입자의 본인인증 수단… 해커가 불법 복제하고 개인정보 추가 탈취하면 금융 사기 가능”, 조선비즈, 2025.04.30,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5/04/30/AWB2ZQ76UFEBNEWEQ3DHF4RYKA/?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2) 윤지혜, “SKT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후 피해 발생시 100% 보상"”, 머니투데이, 2025.04.27,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5042719360858461 

3) 이영환, “SKT, 해킹 사고 이후 115만건 유심 교체”, 뉴시스, 2025.05.08,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508_0003167552 

4) 하재인, “해킹은 맞지만, 피해는 없었다... SKT 유심 사태 핵심 정리 [한양경제]”, 경기일보, 2025.05.06,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06580117 

[유심, 교체가 끝이 아니다]

1) 오유진,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ESG 경영 강화 노력에 ‘찬물’ 끼얹나”, 전기신문, 2025.04.30,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4240

2) 이재영, “SKT 해킹 따른 유심 교체로 탄소 수천t도 추가 배출될 듯”, 연합뉴스, 2025.04.28, https://www.yna.co.kr/view/AKR20250428101900530

[넷제로 선언과 달리 증가한 온실가스 배출]

1) 김민국, "통신사는 기후위기 대응 뒷전?...SKT·KT·LGU+,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 늘어", ChosunBiz, 2024.07.08, https://biz.chosun.com/it-science/ict/2024/07/04/2XFO5HSVLVCA3KMQRNCFQVJQ24/

2) 이진휘, "‘ESG 주춤’ 이통 3사, 늘어나는 온실가스 대책 없나’", TOPDaily, 2024.07.08, https://www.topdaily.kr/articles/98068

[eSIM 도입으로 확산되는 통신사의 ESG 경영]

1) 신용현, “클룩, 편의성 높인 ‘트래블 e심’출시…1만개 무료 배포”, 한국경제, 2024.08.28,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026638

2)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 분야의 탄소 배출과 대응 노력”, 2025.02.17, https://eiec.kdi.re.kr/policy/domesticView.do?ac=000019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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