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응원의 흔적, 다회용기로 치울 수 있을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5기 맹주현
KBO 흥행 질주 속 늘어나는 쓰레기
[자료 1. 프로야구 경기장]
출처 : 스포츠경향
2024년 KB0 리그는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25년 올해는 그 열기를 뛰어넘어 더욱 빠른 속도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5년 5월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 리그 경기에 총 8만333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BO 리그는 시즌 누적 관중 430만6045명을 기록했으며, 평균 관중 수는 경기당 1만7416명에 달한다. 흥행 속도는 과거보다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번 시즌에는 역대 최소 경기 수만에 100만 관중(60경기), 200만(118경기), 300만(175경기), 400만(230경기) 관중을 차례로 돌파했다. 2024년 1000만 관중을 돌파했던 시점과 비교해도 올해는 400만 관중을 무려 55경기나 빠르게 달성했다. 이런 추세라면 시즌 최종 관중 수가 1200만 명을 넘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자료 2. 프로야구 경기장별 쓰레기]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나 관중이 늘어난 만큼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일회용품 사용 증가와 더불어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 청소노동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녹색연합은 2024년 9월 5일 전국 야구장 7곳을 대상으로 쓰레기 배출 현장을 조사하고, 관람객 5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다회용기 도입 구장은 2023년 2곳에서 올해 3곳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대부분이 일부 매장에만 적용돼 전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대부분의 야구장에서 쓰레기 분리배출함이 제대로 설치·운영되지 않아, 관중이 떠난 뒤 관람석 주변에는 일회용품, 음식물, 음료 용기 등이 뒤섞인 채 무더기로 쌓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청소노동자들은 분리, 수거, 정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도입
[자료 3. 프로야구 경기장 다회용기 음식]
출처 : 인천일보
이러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회용기 사용을 더욱 확산시키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수원 KT위즈파크, 인천 SSG 랜더스필드를 포함해 전국 9개 KBO 구장 중 7곳이 다회용기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특히 인천 SSG 랜더스필드는 적극적인 도입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매점주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지원하면서 경기장 내 39개 매장 중 31곳이 다회용기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참여하지 않는 매장은 브랜드 규정이나 음식 크기와 용기가 맞지 않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자료 4. 프로야구 다회용기 프로그램 업무협약식]
출처 : MHN
최근 키움 히어로즈는 2025년 6월 24일 서울특별시와 함께 고척스카이돔 내 다회용기 도입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비록 협약식은 이날 진행됐지만 구단은 5월부터 고척돔 내 15개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해왔다. 서울시는 고척스카이돔 내 식음료 매장에 컵과 그릇 등 네 가지 종류의 다회용기를 공급하고, 관람객이 손쉽게 반납할 수 있도록 내야 16개, 외야 8개 등 총 24개의 반납함도 설치했다. 사용된 다회용기는 서울지역자활센터가 직접 수거해 세척하고 있으며, 세척 위생 기준도 일반적인 민간 기준(200RLU)보다 10배 더 엄격한 20RLU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다회용기 도입이 증가하는 가운데, 도입의 효과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잠실야구장에 다회용기를 도입한 결과, 관중 수가 2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율은 9%에 그친 것으로 파악했다. 다회용기가 관람 문화의 질은 유지하면서도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
[자료 5. 사직구장 쓰레기]
출처 : KBS 뉴스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경기 종료 직후 부산 사직야구장에는 관중이 남기고 간 쓰레기 더미가 구장 곳곳에 방치된 채 쌓여 있다. 플라스틱 컵과 캔, 음식물이 뒤섞인 채 한 데 버려져 있고, 그 양은 경기당 약 6~7톤에 달한다. 이처럼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다시 일일이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은 청소노동자들의 몫이다. 경기당 최대 70여 명이 동원돼 정리 작업을 진행하지만,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한 청소노동자는 관중이 많을수록 늦게 끝나며, 새벽 2~3시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가 이기면 관중이 정리도 잘해주지만, 지면 그냥 던지고 가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부산시는 지역 축제나 장례식장 등에는 다회용기를 시범 도입했지만, 정작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사직야구장에는 아직 적용 계획이 없다. 부산시 관계자는 2025년 예산에는 야구장 다회용기 도입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료 6. 잠실야구장 쓰레기]
출처 : 한국일보
서울시는 2024년 4월부터 잠실야구장에 입점한 38개 식음료 매장에 재사용이 가능한 다회용기 컵과 그릇 총 10종류를 도입했다. 관람객이 보다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도록, 구장 내 2층과 3층에 각각 11개, 9개씩 총 20개의 반납함도 비치했다. 사용된 용기는 서울시 자활센터에서 수거하고 세척한 후 재사용된다. 도입 초기에는 회수율이 30%대에 머무르고 일회용품 쓰레기 감소 효과도 미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는 다회용기 사용이 점차 관람 문화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일부 매장은 일회용품과 다회용기를 병행해 제공하고 있고, 테이크아웃 음료잔 등을 외부에서 들고 들어오는 관중도 적지 않아 일회용 쓰레기는 여전하다. 관중 수에 비해 현장 관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단 7명의 안내 직원이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버린 쓰레기를 관리하고 있다 보니, 경기 중반 이후부터는 쓰레기통 주변이 아수라장처럼 어지럽혀지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프로야구를 위해
[자료 7. 잠실야구장 쓰레기 배출량]
출처 : 한국일보
프로야구가 우리 곁에 사랑받는 스포츠로 남기 위해선 팬들의 응원과 함께 친환경 문화도 뿌리내려야 한다. 관중 수가 증가한 만큼 쓰레기 배출도 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관리 체계와 인식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잠실야구장은 관중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이 2024년 233.5톤까지지 늘어났다. 관중 수 증가와 더불어 커지는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부수적인 이슈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관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다회용기 도입 등 구단 및 지자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관람객의 작은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다회용기 반납, 쓰레기 분리배출 같은 행동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쌓이면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는 선택이 아닌 프로야구가 지속가능한 프로스포츠로 존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프로야구의 흥행이 진정한 성공으로 남기 위해서는 야구 인기의 성장만큼 환경을 고려한 문화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응원의 열기가 남긴 흔적까지 책임질 때, 프로야구는 우리 곁에 지속가능한 스포츠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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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KBO 흥행 질주 속 늘어나는 쓰레기]
1) 윤은용, “‘흥행대박’ 2024 프로야구, 역대 최초 전 구단 경기당 평균관중 1만명 시대 열었다”, 스포츠경향, 2024.10.02,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410021728003
2) 장재완, “"야구장 쓰레기 문제 심각, 구단·KBO가 적극 나서야"”, 오마이뉴스, 2024.09.06,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61396
3) “프로야구 미친 흥행…1000만 넘고 '1200만' 간다”, 조선일보, 2025.05.24, https://www.chosun.com/sports/baseball/2025/05/24/W44CDOJFZFC53D3QOQ44W5PC4Y/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회용기 도입]
1) 고동우, ”'고척돔 쓰레기 줄인다' 프로야구 키움, 서울시와 다회용기 도입 협약 체결”, MHN, 2025.06.25, https://www.mhnse.com/news/articleView.html?idxno=417341
2) 김민순, “고척돔도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서울시 "플라스틱 28톤 감량 목표"”, 한국일보, 2025.06.23,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313470001790?did=NA
3) 이순민, “[인천시,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일회용품 제로화' 선도 도시 도약 채비”, 인천일보, 2025.07.01,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4672
4) 최모란, “연갈색 접시 들고 응원…요즘 대세 달라진 축구장”, 중앙일보, 2025.06.17,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4298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들]
1) 권정현, “'다회용기' 도입 잠실 야구장 "쓰레기 줄이려면 관중 협조 필수"”, 한국일보, 2025.04.2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018080002103?did=NA
2) 서정윤, “프로야구 경기 끝난 사직구장은 ‘쓰레기 산’”, KBS 뉴스, 2025.04.14,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27124&ref=A
[지속가능한 프로야구를 위해]
1) 권정현, “'다회용기' 도입 잠실 야구장 "쓰레기 줄이려면 관중 협조 필수"”, 한국일보, 2025.04.2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018080002103?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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