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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기후변화-환경

폭염이 만든 악취 전쟁

by R.E.F. 26기 윤민서 2025. 7. 21.

폭염이 만든 악취 전쟁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27기 윤민서

 

올해 여름, 전국 대부분의 도시에서 악취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하수구, 빗물받이, 정화조 등 지하 기반 시설에서 발생하는 하수 악취는 생활 불편을 넘어 기후위기의 도시 인프라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이다. 그동안 주로 ‘냄새 문제’로만 취급되던 이 현상은 폭염, 열섬현상, 도시화, 인프라 노후화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확대되며 환경·위생·보건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고온 환경에서 하수도는 어떻게 썩는가

[자료1. 청계천 유입구 14곳 중 1곳]

출처:  MDPI

하수도 악취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혐기성 분해 속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수관 내 유기물은 일반적으로 호기성 조건에서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며 분해되지만, 산소가 고갈되면 혐기성 조건으로 전환돼, 황화수소(H₂S), 메탄(CH₄), 암모니아(NH₃) 등 강한 악취를 유발하는 가스를 생성한다.

이때, 황화수소는 시스테인과 같은 단백질 내 함황 아미노산이 분해되며 생성되고, pH가 낮을수록 휘발성이 강해져 지상으로 쉽게 확산된다. 온도가 1°C 증가할 때마다 미생물 분해 속도는 약 10%가량 증가하며, 하수관 내 온도가 25°C를 넘으면 황화수소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수의 체류시간이 긴 경우에는 부패가 시작되기까지 단 2~3시간이면 충분하다.

2025년 6월 서울의 일평균 기온은 1994년 이후 최고치인 30.1°C를 기록했고, 하수관 내부 온도는 일부 지역에서 40°C에 근접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하수관 내 산소 용해도를 급격히 낮춰 혐기성 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복개하천 위 도로나 지하철 하부, 지반 침하가 잦은 낙후 지역은 하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악취가 심하게 집중된다. 이들은 모두 열섬 현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주간에는 온도 상승, 야간에는 복사열로 인한 식지 않음이 반복되면서 하수관 내 유기물 분해가 거의 멈추지 않는다.

더불어,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 패턴 변화도 악취를 가중시키는 원인이다. 장마가 예전보다 짧고, 갑작스러운 폭우 형태로 바뀌면서, 하수관 내 고형물 퇴적이 잦고, 악취 물질이 충분히 희석되지 못한 채 방류되는 문제가 빈번해지고 있다.

 

기술적 공백과 대응 현황과 한계

지자체들은 악취 저감을 위해 하수관 세정, 냄새 차단 장치 설치, 약품 살포 등의 단기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는 일시적 대응에 그친다. 근본적으로는 하수관 내 흐름을 원활히 유지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악취 생성을 억제할 수 있는 설계 개편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도시는 1970~90년대에 조성된 하수 인프라를 여전히 사용 중이며, 개보수에는 막대한 예산이 요구된다.
정부는 2024년 ‘도심 악취 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대규모 정비를 예고했으나, 실제 개선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또한, 악취 발생을 미리 예측하거나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센서 기반 스마트 하수도 기술은 아직 국내 상용화가 미흡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악취 대응은 사후적이고 국지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료2. 폭염이 지속되는 모습]

출처: KBS

도심 악취 문제는 단순한 불쾌감의 영역을 넘어, 기후위기가 기존 도시 인프라에 어떤 균열을 낳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이다.
기후변화가 ‘보이지 않는 지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곧 도시의 위생, 건강, 주거환경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속적인 폭염과 도시 밀도의 증가를 고려할 때, 이제 악취 문제는 환경·보건·도시정책이 통합적으로 다뤄야 할 구조적 과제로 재인식돼야 한다. 냄새가 말해주는 도시의 건강 신호를, 더 이상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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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고온 환경에서 하수도는 어떻게 썩는가]

1)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에 따른 하수도 악취 발생 메커니즘 연구", 2023

2) 서울특별시 물순환안전국, "하수도 악취 개선사업 중장기 추진계획", 2023

3) 환경부, "도심 악취관리 종합계획(2024~2030)", 2024

[기술적 공백과 대응 현황과 한계]

1) BBC, “Heatwaves Expose Hidden Infrastructure Crises in Global Cities.”, 2024, July 3, https://www.bbc.com

2) Lee, J., & Kim, H, "Impacts of Urban Heat Island on Sewer Odor Generation in Korean Metropolitan Areas." Journal of Environmental Engineering Research, 27(3), 124-13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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